최종편집 2024-02-25 16:37 (일)
정부 '거꾸로 환경정책', 동력 꺾인 제주 '일회용컵 보증금제'?
정부 '거꾸로 환경정책', 동력 꺾인 제주 '일회용컵 보증금제'?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11.20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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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내 일회용컵 보증금제 컵 반환량 크게 줄어
11월 들어 제도에서 이탈하는 매장도 늘어나는 중
제주도 "도정 목표는 도내 모든 매장 제도 참여"
오영훈 "환경부가 혼란 가중 ... 문제 정확히 지적해야"
제주시 함덕리에 있는 재활용 도움센터에 설치된 일회용컵 반납기에서 일회용컵 반납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이렇게 반납이 이뤄지면 '자원순환보증금 앱'을 통해 일회용컵 보증금 3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제주시 함덕리에 있는 재활용 도움센터에 설치된 일회용컵 반납기에서 일회용컵 반납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이렇게 반납이 이뤄지면 '자원순환보증금 앱'을 통해 일회용컵 보증금 3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정부가 카페 등에서 내부 일회용품의 사용을 사실상 허용하는 ‘거꾸로 가는 환경정책’을 펼치면서 제주도내에서 그동안 자리를 잡아가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동력이 꺾이고 있다.

20일 제주도와 자원순환보증금센터 제주사무소 등에 따르면 도내에서의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따른 컵 반환량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전국에서 1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커피 및 음료·제과제빵·페스트푸드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대상으로, 일회용컵을 사용할 경우 300원의 추가 비용을 내게 하는 제도다. 사용한 일회용컵을 매장 혹은 공공장소에 비치된 반납기를 통해 반납할 경우 지불한 추가 비용을 돌려준다.

환경부는 당초 이 제도를 지난해 6월 전국적으로 시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카페 업주 등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시행시기를 늦췄고, 시행 규모 역시 전국이 아닌 제주와 세종에서 우선시행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어 지난해 12월부터 제주와 세종에서 이 제도가 시행되기 시작했다.

제주에서는 제도 시행 초반 이 제도에 대한 불참을 선언하는 카페 등이 상당수에 달하는 등 제도 정착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도에 참여하는 매장의 수도 늘어나고, 컵 반환의 편리성도 높아지는 등 제도가 점차 정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9월 기준으로 제주도내 제도 적용 매장 502곳 중 제도 미이행 업체가 불과 9곳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국회에서 이와 같은 제도의 정착에 찬물을 끼얹는 움직임이 나왔다. 지난 8월 25일 지자체별로 보증금제를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내용의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것이다. 사실상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시행’을 철회하는 법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이 발의됐다는 것만으로도 제주에서 이 제도에 참여하고 있던 업체에 파장이 일기 시작했다. 이 제도가 전국 시행이 이뤄지지 못하고 제주에서만 시행이 되면, 제주의 업체만 부담을 떠앉는 ‘형평성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회용컵 반환량이 큰 폭으로 줄기 시작했다. 10월 첫째 주에는 모두 18만7263개의 일회용컵이 반환됐지만 10월 넷째 주에는 이 반환량이 14만4437개까지 줄었다.

여기에 환경부의 발표가 쐐기를 박았다. 환경부는 지난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기존에 카페 매장 내에서 사용할 수 없었던 종이컵의 매장 내 사용을 허용하고, 플라스틱 빨대의 사용 역시 지속적으로 허용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발표했다. 최근 전세계적인 ‘일회용품 사용’ 자제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정부는 거꾸로 규제를 풀어버리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와 같은 정부의 발표는 제주도내에서 시행 중이던 ‘일회용컵 보증금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었다. 10월 말 14만4437개까지 줄어든 컵 반환량은 11월 들어 더욱 감소했다. 11월 둘째 주에는 11만6165개로 줄었다. 한 달 여만에 반환되는 일회용컵의 양이 7만개 이상 줄어든 것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참여 매장까지 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관계자는 “최근에 전수조사 등에 나서보진 않았지만, 일회용컵 보증금제에서 이탈하려는 도내 매장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일회용컵 반환율이 줄지는 않고 있다. 10월 도내 반환율은 79.5%에 달했고, 11월 들어서는 지난 12일 기준 80%으로 오히려 미세하게 반환율이 높아졌다.

정부의 ‘거꾸로 가는 정책’으로 인해 제주도내에서도 제도에서 이탈하는 매장의 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탈하지 않고 남아 있는 매장내에서는 여전히 제도가 원할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정부의 발표 이후 일부 매장이 제도에서 일탈하고는 있지만, 어려운 여건에서도 지속적으로 동참하는 점주분들과 도민분들의 의지가 수치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이외에도 현재 제기되고 있는 문제의 해소를 통해 오히려 제도의 확대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기도 하다.

20일 열린 제422회 제주도의회 정례회 환경도시위원회 제2차 회의 내년도 예산심의 과정에서 양제윤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제주도내에 커피점 등이 모두 3410곳이 있는데, 도정의 목표는 이 업체 모두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참여를 하는 것”이라며 “이 목표에 맞춰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오영훈 지사 역시 정부의 정책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 등을 강조하고 있다.

오영훈 지사는 20일 오전 열린 서울 중앙협력본부와의 현안 공유 티타임 영상회의를 통해 “제주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며 선도적으로 시행하는 가운데 환경부가 자율 시행, 제도 폐지 등으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정부의 방침에 대한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하고,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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