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5-23 17:14 (목)
“제주도는 평화의 섬이라는 상징성이 있어요”
“제주도는 평화의 섬이라는 상징성이 있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4.04.23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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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남부원 아시아태평양YMCA연맹 사무총장

홍콩에 있던 연맹을 74년 만에 제주행

세계적 공간으로 꾸미고 싶은 열정 가득

“제주서 APEC 열린다면 대규모 캠프를”

남부원 아시아태평양YMCA연맹 사무총장. 미디어제주
남부원 아시아태평양YMCA연맹 사무총장.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우리나라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도로. 한라산과 가까이 맞서는 1100도로다. 겨울이면 눈과의 사투를 벌이지만 그렇지 않은 계절은 시원해서 더 좋다. 얼마 전 제주에 둥지를 튼 아시아태평양YMCA연맹 제주본부가 위치한 곳이 1100도로변이다. 해발고도 400m를 넘는 곳에 자리한 아태연맹은 여정을 다 풀지 못한 여행자의 모습이다.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분주하다. 아태연맹을 책임지는 남부원 사무총장은 짬을 내 기자를 반갑게 맞아준다.

남부원 총장은 YMCA 지킴이나 다름없다. 그의 삶이 곧 YMCA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 78학번인 그는 기독학생회 활동을 하며 YMCA와 인연을 맺었다. 그게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몰랐다.

“졸업하고 군대를 갔다 왔는데, YMCA에 먼저 들어간 선배들이 대학 활동의 연장선상으로 YMCA 운동을 함께하자고 하더군요. 1985년부터 했으니 40년째인 거죠.”

그는 더 배우겠다는 생각에 영국의 버밍엄대학교에서 지구윤리학도 깨우쳤다. 아태연맹 본부가 있던 홍콩과도 깊은 인연이 있다. 홍콩은 그에겐 제2의 고향과도 같다.

“아태연맹 사무총장은 2015년부터 했어요. 아태연맹은 처음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는 않았어요. 세계연맹의 지역 위원회 중 하나였어요. 그러다가 1950년에 홍콩에 사무실을 두게 됐죠. 제주에 온 것은 74년 만의 일이군요.”

아태연맹은 2원 체제다. 제주본부는 아태연맹의 실질적인 주요 업무를 맡고, 홍콩사무실은 기금을 주로 담당한다. 그렇다면 왜 제주에 본부를 두게 됐을까?

“제주에 오기로 결정한 건 2년 전이었어요. 대한민국 제주와 태국의 치앙마이가 아태연맹 본부 유치 경쟁을 벌였어요. 우리가 시민사회의 자유로운 활동에 대해 친화적이잖아요. 특히 제주도는 평화의 섬이라는 상징성이 있어요. 세계유네스코 유산이 있는 섬이기도 하잖아요. 많은 나라들이 제주를 자유롭게 올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을 했죠.”

어쩌면 YMCA가 내세우는 생명과 평화 구현에 적절한 곳이 제주도였는지도 모른다.

“제주도는 4.3이라는 아픔도 있어요. 아태연맹의 많은 나라들은 식민주의를 겪었어요. 그런 나라들은 한국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한국이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발전했기에 그에 대한 로망이 뭔가를 배워야겠다는 의지로도 나타났어요.”

그것만이 아니었다. 제주도에 본부를 세우게 된 데는 ‘K 열풍’도 작동했다. K-팝, K-드라마 등은 외국인들에겐 매우 매력적인 문화다. 제주와 치앙마이, 두 도시의 대결은 투표로 결정됐는데, 청년층의 ‘K 열풍’은 제주로 투표를 하게 만든 동력이기도 했다.

YMCA 활동을 40년째 하고 있는 남부원 사무총장. 그는 제주에서 더 큰 꿈을 그리고 있다. 미디어제주
YMCA 활동을 40년째 하고 있는 남부원 사무총장. 그는 제주에서 더 큰 꿈을 그리고 있다. ⓒ미디어제주

새로운 본부를 가지게 된 아태연맹은 할 일이 많아졌다. 이왕이면 제주를 배경으로 전 세계의 청년들을 불러 모으고 싶다. 현재 제주본부 건물 북쪽에 예전 한국연맹에서 쓰던 건물이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다. 제주 출신으로 한국YMCA연맹 이사장을 지냈던 김봉학씨의 열정이 담긴 건축물이다. 현재는 LH로 넘어간 상태인데, 아태연맹이 소유를 할 수 있다면 세계 청년들의 성지로 작동할 중요 거점이다.

“이 건축물은 재일동포들의 성금으로 만들어졌어요. 건축물을 중심으로 여기에 국제적인 캠프장을 만들고 싶어요. 미국YMCA연맹 수잔 맥코맥 사무총장으로부터 100만달러를 지원해주겠다는 약속도 받았어요. 법적인 문제가 없다면 추진을 해보고 싶어요.”

그는 제주도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넘어선 세계적인 공간으로 꾸며보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평화와 생태 문제죠.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연중 진행하고 있어요. 여기에 캠프장이 만들어진다면 아태연맹 소속 24개 청년은 물론, 다른 나라의 청년들도 올 수 있습니다. APEC 정상회담이 제주에서 치러진다면 잼버리와 같은 대규모의 청소년 캠프를 제주에서 할 수도 있어요. 그러면 APEC의 아주 커다란 오프닝 행사가 되겠죠.”

앞으로 아태연맹은 기후지킴이를 양성하고, 종교문제를 해결하는 인력도 키워낼 계획이다. 종교의 벽을 넘어, 종교가 지닌 ‘공동 선(善)’을 일깨우도록 하는 일이다. YMCA 활동 40년째인 그는 올해 8월이면 정년퇴임으로 떠나야 한다. 그러나 주변에서 그를 붙잡아 두고 있다.

“2026년까지 더 해달라고 해요. 정년퇴임을 해야 하는데 이사회에서 놔주질 않아요. 후임자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 달라는군요. 인생을 좀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하는데도, 안 놔주네요.”

정년퇴임이 길어진 남부원 사무총장은 아태연맹을 더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제주도민이 되는 길을 택했다. 그런 그가 YMCA 활동만 하는 건 아니다. 그린피스 동북아 이사장도 맡고 있다. 그러고 보니, 그에게서 평화와 생태를 떼고 말할 수 없다. 어쩌면 제주 생활은 평화의 섬 제주에서 새로운 세계시민을 만나고, 그들과의 무한한 연대를 안착시키라는 사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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