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6-23 13:39 (일)
“다른 나라 밭담은 착취물이지만 제주는 백성을 위한 것”
“다른 나라 밭담은 착취물이지만 제주는 백성을 위한 것”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4.05.29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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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제주간 문화교류 학술심포지엄 29일 개최
김병기·김순이 씨, 밭담에 담긴 휴머니즘 주목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 사람들이 매일 만나는 밭담. 거기엔 짙은 휴머니즘이 담겼다. 다만 현재를 사는 이들은 그걸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할 뿐이다.

전북대 김병기 명예교수는 29일 제주문학관에서 열린 ‘전북-제주간, 문화교류 학술심포지엄’에서 이 점을 강조했다. 김병기 교수는 이날 ‘지포 김구 선생의 업적과 제주 돌문화의 의의’ 주제의 강의에서 제주 밭담에 담긴 휴머니즘을 자세히 들려줬다.

전북대 김병기 명예교수. 미디어제주
전북대 김병기 명예교수. ⓒ미디어제주

“제주도의 밭은 예로부터 밭두렁의 경계가 없어서 사나운 놈들이 구실을 붙여 강제로 남의 땅을 제 땅과 합쳐 버리기도 하고, 사슴이나 말이 곡식을 해치는 피해도 적지 않아서 백성들이 골머리를 앓았다. 이에, 공이 돌을 쌓아 담을 쳐서 각자 경작하는 경계를 바로잡고 동물들이 곡식을 유린하는 것을 방지하였다. 제주도 백성들은 지금도 이 사실을 믿어 기리고 있다.(濟之田 舊無疆畔 强暴之類 有因緣兼并者 且多鹿馬害穀之患 民病之 公遂築石爲為垣 正其經界 防)其蹂躪 民至今賴之)”

위 내용은 고려시대를 산 김구(1211~1278)의 신도비에 실린 내용이다. 그는 백성의 고통에 주안점을 뒀다. 힘이 있는 자들이 위세를 떨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김구는 보여준다. 밭의 경계를 나누도록 함으로써 힘이 없는 이들의 어려운 점을 덜어줬다. 그걸 ‘밭담 경계’라는 정책으로 입안됐고, 현재 우리가 보는 그런 형태의 밭담으로 남아 있다.

김병기 교수는 “당시 스물네 살의 나이로 제주도에 판관으로 내려온 김구가 목민 정신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힘없는 백성을 구제하려 했다. 때문에 제주 밭담은 휴머니즘이 담긴 인문학적 가치가 매우 높은 문화유산이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그런 휴머니즘은 다른 나라에는 없을까? 김병기 교수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들며 ‘제주만이 지닌 휴머니즘’의 가치를 이야기했다.

김 교수는 “다른 나라에 있는 돌담도 제주처럼 최초의 시작은 자연발생적이었다. 유럽의 중세시대 밭담은 토지를 차지한 부유한 영주가 농로들을 동원해 강제노역으로 쌓았다. 백성을 위한 돌담이 아니다. 제주와 비교하면 돌담을 쌓은 동기 자체가 다르다. 제주도인 경우 목민관으로 간 사람이 제주 도민들을 위해 쌓았다는 점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제주 돌담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병기 교수는 제주 돌담이 다른 나라의 돌담과 다른 점을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정책적으로 용역을 발주해 줄 것도 주문했다.

이날 김병기 교수에 이어 강의를 한 김순이 제주문학관 명예관장도 제주 밭담의 가치를 설명했다. 그는 ‘김구의 밭담 시책에 담긴 휴머니즘’으로 강연을 이어갔다.

김순이 제주문학관 명예관장. 미디어제주
김순이 제주문학관 명예관장. ⓒ미디어제주

김순이 명예관장은 “당시 제주는 관권과 결탁된 토호들이 날뛰던 시대이다. 자연재해보다는 부자들의 가축 때문에 농작물이 훼손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래서 토지 침탈을 호소하는 진정서가 계속 접수됐다. 김구는 그런 백성들의 고통을 듣고, 담을 쌓아 경계로 삼게 했다. 행정시책으로 시행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백성들의 호소를 들어준 진정한 목민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순이 관장은 아울러 그렇게 만든 밭담은 토양의 보습을 지켜주면서 생산량을 늘리게 했고, 집중폭우 때도 토양유실을 막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밭과 밭 사이에 돌담이 생기면서 화재로부터 농작물도 보호하고, 밭담을 시작으로 지금 우리가 만나는 다양한 돌담이 생활화된 점을 들었다.

한편 이날 학술심포지엄은 전북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전북연구원 전북학연구센터 등이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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