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7-12 17:58 (금)
“건축은 구조와 기능, 아름다움이 서로 조화를”
“건축은 구조와 기능, 아름다움이 서로 조화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4.06.20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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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은 좋다. 채울 게 많기 때문이다. <도덕경>을 잠깐 빌려보자. “도는 텅 빈 그릇이다(道沖)”고 했다. 이유는 끊임없이 채울 수 있어서다. 젊음도 그렇다. 젊음은 나이듦과는 상대적 단어인데, 우리는 그 단어를 통해 긴장과 기대와 발랄함과 도전을 상기시킨다. 또 있다. 열정이다. 활활 불타오르는 기개가 젊음에 있다. 젊음을 꺼낸 이유는 제주에서 활약하는 젊은 건축사들을 만나, 그들의 입으로 건축을 말하고 싶어서다.

젊음은 어디까지일까? 이 코너에서 소개할 건축사들은 스물한 명으로 정했다. 기준을 두기는 했다. 나이 들어서도 젊음을 지닌 이들이 있을 테지만, 모든 이들을 소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대상은 신진건축사로 한정했다. 국토교통부가 매년 대한민국 신진건축사 대상을 선정하는데, ‘국내외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한 만 45세 이하 건축가로 제한을 두고 있다. <미디어제주>도 그 기준에 따라 만 45세 이하인 제주 도내 건축사들을 만난다. 마침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가 올해부터 신진건축사위원회를 만들어 활동하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자 한다. 이제 그들을 만나러 간다. 첫 만남은 제주신진건축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태혁 케이앤 건축사사무소 대표이다. [편집자 주]

 

 

[제주 신진건축사들이 말하다] <1>
강태혁 케이앤 건축사사무소 대표

강태혁 대표가 말하는 건축 : 이타미 준 ‘수풍석박물관’

자연은 수많은 장식물을 지녔다. 인간이 건축이라는 행위를 하기 이전부터 자연은 그랬다. 텅 빈 땅에 수목이 채워지고, 어떤 곳은 커다란 돌덩어리가 자연을 지배한다. 자연은 그들만의 질서를 일찌감치 표현해왔다. 인간이 손을 댄 건 그 이후이다. 때문에 아무리 자연에 장식적 요소를 입히더라도, 자연 이상의 역할을 하기는 힘들다. 그런 행위는 자칫 자연의 질서를 파괴할 수도 있고, 자연을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한다. 안토니오 가우디는 그러지 않았던가.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은 이미 자연이라는 위대한 책에 다 쓰여 있다”고.

제주는 특별하다. 자연이 남다른 지역이다. 가우디의 말처럼 제주도라는 자연에 모든 이야기가 있다. 잘못 손을 대면 제주 자연은 다치기 십상이다. 그런 면에서 이타미 준은 많은 걸 일깨운다. 수풍석박물관은 제주 자연에 얹힌, 제주의 이미지를 잘 담은 자산이다. 수풍석박물관은 거대한 자연에 툭 하고 내려놓은 자연물과 다름없다. 어쩌면 본디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양한다. 그러다 보니 헷갈린다. 수풍석박물관이 자연인지, 자연이 수풍석박물관 곁으로 갔는지? 그래서인지 이타미 준 자신도 수풍석박물관을 “자연이라는 컬렉션의 부록과도 같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바람미술관 내부. 미디어제주
바람미술관 내부. ⓒ미디어제주

수풍석박물관은 안타깝게도 “가겠다”고 마음 먹는다고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비오토피아 내부에 있는 ‘컬렉션의 부록’이어서 예약 절차를 거쳐야만 만나게 된다. 아쉽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런 제한적인 요소가 수풍석박물관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건 아닐까?

매번 보는 하늘과 ‘수(水)뮤지엄’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다르다. 수뮤지엄의 원형 하늘은 잠시 넋을 잃게 한다. 왜 내가 수뮤지엄에 왔는지 잊게 만든다. 물이 고인 바닥은 세속에 사는 이들에게 잠시만이라도 속세를 떠나보기를 권한다. 바람미술관(풍뮤지엄)은 어떤가? 여기서는 진짜 제주바람이 어떻게 변화하고, 어떻게 인간들과 이야기 하는지를 말한다. 건축물은 땅에 얹는다고 끝나지 않는다. 이타미 준이 한 말을 다시 곱씹어본다. 그가 고민하면서 던진 말을 옮겨본다.

“건축물은 그저 짓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주제로 삼아 건축물을 매체나 중간질로 인식할 때 어떤 세상이 펼쳐질 것인가, 어떤 여백이 생겨나는가, 어떻게 조화되는가, 반대로 어떤 대립과 복합이 일어나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강태혁 대표와의 이런저런 말 (대담 진행 : 김형훈)

케이앤 건축사사무소 강태혁 대표. 미디어제주
케이앤 건축사사무소 강태혁 대표. 미디어제주

- 제주 도내에 있는 건축물 가운데 제주의 이미지와 잘 맞는 건축물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제주도를 ‘삼다’라고 부르잖아요. 제주도는 돌과 바람의 땅인데, 비오토피아 단지 안에 있는 수풍석박물관이 있습니다. 단지 안에 있어서 예약을 하고 갈 수밖에 없지만 제주의 이미지라고 부른다면, 수풍석박물관이 떠오르죠. 이타미 준의 포도호텔도 있군요.

- 이타미 준의 건축이 어떤 면에서 제주 이미지와 잘 맞는 것 같은가요.
이타미 준을 ‘바람의 건축가’라고 하잖아요. 그는 빛과 바람을 최대한 많이 이용하는데, 수뮤지엄은 뻥 뚫린 하늘이 있고, 바닥에 있는 물에 그 하늘이 비칩니다. 풍뮤지엄은 제주의 바람 소리가 들립니다. 그의 작품은 제주의 자연 지형을 제대로 담아서 보여주죠.

- 포도호텔을 설명한다면?
아기자기하며 낮게 설계를 했잖아요. 제주도 초가집도 낮은 이유가 바람을 피하기 위해서인데, 포도호텔은 자연에 순응하는 느낌이죠.

-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공간이 있다면, 뭘 들 수 있을까요. 어릴 때는 책상 밑이나 그런 공간을 좋아하잖아요.
건축사사무소 위치(제주시 일도1동 제주시민회관 인근에 있다)도 그렇고, 태어난 곳도 사무실 아래쪽입니다. 학창시절만 하더라도 사람들이 많았어요. 동문시장엔 사람들이 북적북적했고요. 작은 길도 많았어요. 올레로 들어가는 느낌이 많이 들죠. 지금은 빈집이 많아졌어요.

예전 흔하던 좁은 골목길은 차츰 사라지고 있다. ⓒ미디어제주
예전 흔하던 좁은 골목길은 차츰 사라지고 있다. ⓒ미디어제주

- 제주의 전통적인 느낌이 살아 있어서 일까요?
고향이죠.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2000년에 찍은 사진입니다. 매우 좁아서 차로 갈 수 있는 길은 아니죠. 복학하고 설계 수업을 하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아버지도 여기가 고향이고, 저도 그래요. 어릴 때 저는 ‘시에따이’(시에 사는 아이)였어요.

-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고향에 끌리잖아요. 어쨌든 고향에 사무소를 차리게 됐군요.
우연찮게 여기 건물이 준공하면서 입주하게 됐어요. 아버지는 가끔 사라호 태풍 얘기를 합니다. 집에 빗물이 엄청 들어왔고, 모르는 삼촌이 아버지를 업고 나와서 살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아버지가 잘못되었다면, 제가 태어날 수 없죠.

- 강 소장을 지금처럼 이끈 책이 있을까요?
(정기용이 쓴 <감응의 건축>을 펼쳐 보인다.) 책에는 무주에서 한 프로젝트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면사무소 설계가 인상적입니다. 정기용 그분은 건축사가 어떤 프로젝트을 수행할 때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해결사는 아니라고 말씀하셨어요. 건축주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했어요. 면사무소 탄생은 동네 주민과 만나서 물어보며 만들었어요. 면사무소를 짓는다고 하니, 그런 건 하지 말라, 목욕을 하려면 읍내에 가야 하는 불편을 이야기했고, 정기용은 면사무소에 목욕탕을 담았잖아요.

정기용의 '감응의 건축'을 펴보고 있는 강태혁 대표. ⓒ미디어제주
정기용의 '감응의 건축'을 펴보고 있는 강태혁 대표. ⓒ미디어제주

- 그렇다면 건축은 우리의 삶과 잘 맞아야 한다고 보시는 건지요.
그렇죠. 우리의 삶을 의식주라고 말하는데, 주(住)가 없으면 살 수 없죠.

- 건축과 관련된 단어로 자신을 표현한다면?
강용미라고 들어보셨나요?

- 강용미? (언뜻 사람 이름으로 들린다.)
강용미는 구조와 기능, 미를 말합니다. 구조와 기능과 미는 건축의 3대 요소인데 1학년 설계 수업 때 교수님이 강용미를 말씀하시더라고요. 건축공학과에 들어왔으면 강용미를 사귀어야 한다. 여자 이름으로 들리잖아요.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어요. 구조는 튼튼해야 하고, 기능과 아름다움을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게 강용미(强用美)였어요. 건물은 구조만 강해서도 안 되고, 기능 위주여서도 아니고, 아름다움만 드러내는 것도 아닌,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교수님은 비트루비우스가 말한 건축의 3대 요소를 약간 우스갯소리로 ‘강용미’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죠.

- 그렇다면 지금도 강용미랑 친하나요?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하고, 하나라도 빼지 않고, 균형을 맞춘 건축을 추구하려고 합니다.

- 어떤 건축물을 보면 미적이라기보다는 괴기한, 그런 것도 있어요. 그런 건축물을 볼 때는 거부감도 들어요. 설계를 한 건축사 입장에서 독특하게 보이겠지만, 그런 경우는 강용미와는 헤어졌다고 봐야겠죠.
건축사만의 디자인 철학이 있겠으나, 과도할 경우는 거부함을 주게 되죠. 개인 성향을 직접 표현하는 건 좋아하진 않습니다.

- 건축은 개인 작품이기도 하지만은 공공적인 성격이 굉장히 강하잖아요. 과도하게 표현한 건축물은 덜 과도하게 표현하게 할 수도 있잖아요.
심의 지역이라면 그런 건축물에 대해서는 얘기가 나오죠. 하지만 최근 심의는 완화되는 추세입니다. 건축사 개인의 자질에 맡겨야겠죠.

- 건축물은 수십 년간 사람들이 지켜봐야 하는데요.
아무래도 공공성을 생각하면서 작업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 설계를 할 때 몸의 어느기관이 반응을 하나요? 머리도 있겠고, 손도 있을 테고.
오감입니다. 건축주가 의뢰하면 모든 걸 느껴보려고 해요. 우선 눈으로 보겠죠. 바람이 분다면 몸으로 바람도 맞아 봅니다. 촉각만 뺀다면 온몸으로 느껴본다는 표현이 맞겠어요. 풍경이라는 단어도 생각나네요. 주위 풍경에 녹아드는 건물이 되어야 해요.

- 혹시 존경하는 건축가가 있나요? 국내·해외 구분 없이요.
하이테크 건축의 선구자인 노먼 포스터가 있습니다. 마침 서울에서 그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그의 작품 가운데 ‘애플파크’는 1년 중 3개월을 빼고는 냉난방 공조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 그가 설계한 런던시청도 그렇다고 하잖아요.
맞아요. 그는 정말 하이테크 선구자죠. 그의 작품을 보면 압도된다라고 할까,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그의 작품을 보면 압도당합니다.

- 건축의 지속 가능성을 많이 얘기하는데, 패시브 건축을 도입하면 어떨까요.
그러려면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벽체도 두꺼워질 텐데, 그런 건축주를 만나야 하겠죠. 건축비용도 많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유지비용이 줄긴 하지만, 그건 시간이 지나야 하기에 어쨌든 건축주의 의지가 필요한 일입니다.

- 그런 건축주를 만나기는 쉽지 않겠어요. 그렇다면 건축사는 어떤 직업이라고 보시나요.
건축사는 전문직이잖아요. 다른 전문직업으로 의사와 변호사가 있는데, 건축사와 비교해 보면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의사를 찾을 때는 좋아서 가진 않죠. 어딘가 아플 때 찾는 곳이 병원이고, 아프니까 의사를 만나게 되죠. 변호사도 분쟁이나 법적인 소송이 있을 때 찾죠. 반면 건축사는 긍정적입니다. 땅이 있고, 돈이 있을 때 건축주는 우리를 만나죠. 우리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을 때 만나게 되죠. 다만 평생에 집을 짓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전문 직종에 비해서는 긍정 요소가 많아요.

- 행복을 줄 수 있는 직업이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네요. 참, ‘제주건축문화제’에 깊이 관여를 해왔잖아요.
2020년도부터 했죠. 그때가 사무실을 오픈한 해이기도 합니다. 임기는 2년인데, 하다 보니 4년을 하게 됐어요. 건축문화제는 제주 건축을 대중들에게 알릴 수 있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제주 도내 3개 건축단체가 모여서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고, 그렇게 활동을 해왔요.

- 건축사무소 이름도 궁금합니다.
케이앤의 ‘케이(K)’는 강씨 성의 이니셜이고요, 앤은 ‘그리고(and)’의 소문자 앤(n)을 씁니다. 로고는 집 모양을 형상화했고, 연기가 나는 집과 앉을 수 있는 의자를 표현했습니다. ‘케이앤’ 다음엔 비워뒀어요. 비운 이유는 그 다음은 건축주가 될 수도 있고, 시공자일 수도 있고, 감리자일 수도 있어요. 비운 대상이 저랑 함께 갈 수 있다는 뜻에서 ‘앤’ 다음은 비워둔 겁니다.

- 건축재료 중에 써보고 싶은 게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콘크리트 중에 ‘리트라콘’이라는 게 있습니다. ‘투명 콘크리트’로 알려졌는데, 그건 아니고요. 콘크리트 안에 광섬유를 연결해서 빛이 나도록 한 겁니다. 건물 내부에 리트라콘을 시설하면 한쪽에 조명을 켰을 때, 리트라콘 부분이 밝아지죠. 만들기는 쉽지 않고, 일반적이지는 않죠. 어렵기는 하지만 구현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그걸 원하는 건축주를 만나야겠죠.

- 다른 신진건축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현재 경기가 좋지 않습니다. 코로나 시기보다 더 어렵다고 해요. 제가 개업을 한 날짜가 2020년 2월 22일 토요일입니다. 날짜가 좋아서 잡았는데 때마침 서귀포에 코로나가 발생을 한 거예요. 서귀포에서 올 사람들은 오지 못했죠. 그 시기보다 지금은 더 어렵죠. 바닥을 치고 올라와야 하는데, 바닥을 치고 지하로 내려갔다고들 해요. 마냥 버티라고 하면 무책임하죠.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을 알리는 일입니다.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야 합니다. 자신의 사무소가 지도 검색에 등장하게 등록도 해두고요.

- 코로나 얘기를 하셨는데, 아주 어려울 때 개업을 했군요. 코로나가 나쁜 것도 있지만 긍정적인 요소도 있긴 해요.
코로나 시기에 제주건축문화제를 하게 되면서 알릴 방법을 찾게 된 겁니다.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게 됐고, 홈페이지를 만들고, 유튜브 채널로도 홍보를 하게 됐죠. 코로나가 없었더라면 그런 건 생각도 않았을 겁니다.

- 다행히도 지난해 제주건축문화제는 대면활동이 이뤄졌죠?
건축답사를 4년 만에 부활했는데, 무척 호응이 좋았습니다. 바라고 싶은 건 전시회 장소 마련입니다. 매년 옮겨 다니다 보니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제주건축문화제는 매년 10월이나 11월 특정한 장소에서 진행된다고 인식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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