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7-12 17:58 (금)
“제주 돌집을 원형 그대로 보존할 방법은 없나요”
“제주 돌집을 원형 그대로 보존할 방법은 없나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4.07.04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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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은 좋다. 채울 게 많기 때문이다. <도덕경>을 잠깐 빌려보자. “도는 텅 빈 그릇이다(道沖)”고 했다. 이유는 끊임없이 채울 수 있어서다. 젊음도 그렇다. 젊음은 나이듦과는 상대적 단어인데, 우리는 그 단어를 통해 긴장과 기대와 발랄함과 도전을 상기시킨다. 또 있다. 열정이다. 활활 불타오르는 기개가 젊음에 있다. 젊음을 꺼낸 이유는 제주에서 활약하는 젊은 건축사들을 만나, 그들의 입으로 건축을 말하고 싶어서다.

젊음은 어디까지일까? 이 코너에서 소개할 건축사들은 스물한 명으로 정했다. 기준을 두기는 했다. 나이 들어서도 젊음을 지닌 이들이 있을 테지만, 모든 이들을 소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대상은 신진건축사로 한정했다. 국토교통부가 매년 대한민국 신진건축사 대상을 선정하는데, ‘국내외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한 만 45세 이하 건축가로 제한을 두고 있다. <미디어제주>도 그 기준에 따라 만 45세 이하인 제주 도내 건축사들을 만난다. 마침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가 올해부터 신진건축사위원회를 만들어 활동하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다. 세 번째 만남은 피아이건축사사무소 조효기 대표이다. [편집자 주]

 

[제주 신진건축사들이 말하다] <3>
조효기 피아이건축사사무소 대표

조효기 대표가 말하는 건축 : 스테이 ‘눈먼고래’

머묾이란 무엇일까. 그건 편안하게 기대고픈 ‘안주’이기도 하다. 곧 현재 상황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안주’라는 단어는 쓰지 못한다. 제주에 잠깐 들르는 이들이나, 제주가 좋아서 오는 이들은 더더욱 안주하는 머묾을 기대한다. 제주시 조천리에 그에 딱 맞는 스테이가 있다. ‘눈먼고래’라는 이름을 달았다. 제주 옛집을 고쳐 쓴 집이다.

제주 옛집은 두텁다. 추운 북쪽의 옛집처럼, 제주의 옛집도 두터운 겹집이다. 북쪽은 추위 때문에 공간과 공간이 겹치는 두터운 집을 만들었다면, 제주도는 바람을 이기려 겹집을 이뤘다. 그러다 보니 지붕을 이루는 부재인 도리가 많다. 아울러 제주 옛집은 현무암으로 외벽을 마무리했다. 제주에서 가장 흔한 현무암은 바람을 이기기에도 최적의 재료였다. 눈에 늘 보이고, 발끝에 채는 현무암을 건축에 도입했기에, 제주 옛집은 돌집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 스테이 '눈먼고래'. 미디어제주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 스테이 '눈먼고래'. 미디어제주

제주 옛집은 낮다. 혼자 돋보이려 하지 않는다. ‘숨는 집’이며, ‘잘 보이지 않는 집’이다. 달리 말하면 “나는 잘 낫소”라며 말하지 않는 집이 제주 옛집이다. 혼자 잘나려면 우뚝 솟아오르거나 주변을 압도하면 될 텐데, 제주 옛집은 그러지 못한다. 이유가 있다. 혼자 잘나면, 혼자 바람을 다 맞는 수고를 해야 한다. 제주에서 거센 바람을 견딜 집은 어디에도 없다. 거센 바람과 함께 소금기를 잔뜩 머금은 바닷물도 육상으로 날아든다. 그걸 감당할 옛집은 없다. 제주 옛집은 자연에 맞서기보다 순응을 선택했다. 자연을 이기는 최적의 방법이었다.

제주 고유의 골목길인 올레를 보려면 도심 외곽으로 빠져야 한다. 차 한 대 겨우 들어가는 그런 곳에 옛집이 있다. 굽이굽이 굽은 길을 따라 들어가면 지붕만 겨우 보이는 옛집을 만난다. 담과 지붕선은 교차한다. 지붕은 보일락말락, 아니면 담보다 살짝 높다. 집안에 머무는 사람이 바깥 풍경을 제 눈에 담으려고 집을 높이지 않는다. 제주 옛집은 제 눈에 들어오는 바깥 풍경보다는, 오히려 밖에서 바라본 제주 옛집이 하나의 풍경이 된다. 제주 옛집은 주변 풍경을 배반하지 않는다.

‘눈먼고래’는 제주 옛집이 그렇듯, 숨어 있다. 고래는 가장 거대한 동물인데, ‘눈먼고래’는 고래를 드러내기보다는 제주 옛집의 풍경에 그대로 담았다. ‘눈먼고래’는 지붕선만 살짝 드러나는데, 고래 두 마리를 옛집 속에 품고 있다. 예전 안거리와 밖거리였던 두 채의 집이 두 마리의 고래가 되어 숙박할 사람을 맞는다.

제주 옛집을 잘 살린 '눈먼고래'. 사진을 보면 천장을 이루는 부재가 그대로 드러난다. 미디어제주
제주 옛집을 잘 살린 '눈먼고래'. 사진을 보면 천장을 이루는 부재가 그대로 드러난다. 미디어제주

‘눈먼고래’는 예전 겹집의 공간은 남아 있지 않지만, 돌집의 형태를 살렸다. 내부는 잠시 머물 이들의 쉼 공간이다. 천장은 나무 부재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지붕은 징크를 입혔는데, 둥근 제주초가의 곡선을 살리려 애쓴 모습이다. 제주 옛집은 마당을 중심에 두고 안팎 두 채가 마주한다. 제주 옛집은 안거리에서 밖거리가 보이고, 밖거리에서도 안거리를 품에 안을 정도의 거리에 있다. 마주한 공간은 아무런 장비의 도움 없이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거리가 된다. 때문에 ‘눈먼고래’는 가족 단위가 머물기에 더없이 좋다. 더욱이 숨어 있기에, 나를 드러낼 필요가 없다. 아니, ‘나’라는 존재는 바깥에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쉬고 싶어 제주에 온 이들에게 쉴 여유를 주는 주인장의 배려가 아닐까. ‘눈먼고래’를 영문으로 ‘블라인드(blind)’라고 쓰는 이유를 알겠다.

 

조효기 대표와의 이런저런 말 (대담 진행 : 김형훈)

- 제주에서 소개하고 싶은 건축물로 ‘눈먼고래’를 꼽으셨는데, 이유라도 있을까요? (조효기 대표는 눈먼고래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다.)
화려하지 않아요. 화려하지는 않지만 제주의 감정을 잘 살렸어요. 제주도는 돌로 된 구조물이 많은데, ‘눈먼고래’는 원형을 잘 보존해서 살린 경우여서 좋아요. 구조적 보강을 하면서 한층 업그레이드됐다고 할까요. 제주도는 큰 건축물도 많고, 유명 건축가들의 작품도 많지만, ‘눈먼고래’는 제주스러움이 잘 묻어 있습니다.

- 방금 ‘제주스러움’을 말씀하셨는데, 어떤 게 제주스러움이라고 보십니까?
제주도는 돌담이 육지랑 다르죠. 지붕의 형태도 그렇고요. 그런 재료의 쓰임새가 잘 묻어난다는 의미입니다.

- 돌집은 구조보강을 해야 하잖아요. 그렇게 되면 어려움이 있을 텐데요.
육지 사람들도 그렇지만 제주 사람들도 돌창고를 무척 귀하게 생각해요. 세월이 지나서 손보려고 하면 보강을 해야 합니다. 손을 봐야 한다는 얘기인데, (건축주에게) 부담이 되죠. (구조보강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원형이 망가지죠.

조효기 피아이건축사사무소 대표. 그는 돌집을 원형 그대로 보존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미디어제주
조효기 피아이건축사사무소 대표. 그는 돌집을 원형 그대로 보존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미디어제주

- 돌집은 원형 그대로 보존이 쉽지 않겠군요.
구조적으로 발전하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있던 돌집인 경우는 양성화시키고, 그 자체로 인정을 해주면 좋겠어요. 옛날 구조물인데, 현행법에 맞춰서 구조를 바꿔야 하니까 원형을 보존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곤 합니다. 돌집을 창고로 쓴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근린생활시설이나 주택으로 고쳐서 쓸 때는 내진 설계가 되어야 하고, 구조 안전 확인을 받아야 합니다.

- (조효기 대표는 충남 서산 출신이다.) 제주에는 언제 내려오셨나요.
2018년입니다. 지역을 특별히 선정한 이유는 없습니다. 서산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왔으니, 다들 서산에서 오픈하는 게 맞지 않겠냐고 말했지만, 친구가 서귀포에 먼저 내려와 있었어요. 고등학교와 대학 친구인데, 저보다 3~4년 먼저 와 있었죠.

- 제주도에서도 서귀포는 남다르죠.
솔직히 서울에 있을 때는 현상설계에 많이 매달렸어요. 현상설계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했어요. 현상설계가 반복되면서 야근도 많고, 가정에도 소홀해졌는데 그런 상황을 계속 만들고 싶지 않더라고요. 서귀포에 오니 너무 안정돼요. 느긋하면서, 환경적으로도 잘 맞아요.

- 건축물로 ‘눈먼고래’를 소개해주셨는데, 개인적으로 애착 가는 공간이 혹시 있나요.
걷는 공간인 제주올레길이 좋더라고요. 가끔 집에서 외돌개 쪽으러 많이 갑니다. 걷다 보면 가슴이 뻥 뚫리죠. 물론 전통적인 (제주 골목인) 올레도 좋고요. 오름에 오르면 숲터널도 좋은 공간이죠.

- 전반적으로 제주도의 자연 풍광에 굉장히 만족하시는군요.
만족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제주에 와서는 답답함을 느끼지 않아요. 사무실을 막 오픈했을 때는 일이 없었음에도, 오름을 오르거나 제주올레 길을 걸으며 (답답한 감정 등을) 해소했어요.

- 건축 관련 책 가운데 소개해줄 만한 게 있을까요?
유현준이 쓴 <공간이 만든 공간>이라는 책은 서양 건축과 동양 건축을 어렵지 않게 비교하고 있어요.

- 그 책은 건축을 다소 쉽게 풀어냈어요. 하지만 건축을 하는 이들은 굉장히 어렵게 말하곤 하는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나요.
변호사들도 어려운 단어를 많이 쓰곤 하잖아요. 그럴 경우엔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렵죠. 건축도 마찬가지입니다. 건축주에게 쉽게 다가가야 하는데, 우리들만의 언어로만 말하면 어렵잖아요. 쉽게 풀어줘야 그들도 이해하기 쉽죠. 건축주들이 오면 어려운 건축 단어보다는 쉽게 풀어서 얘기해주려고 하고 있답니다.

- 존경하는 건축가가 있나요?
안도 다다오입니다. 대학 때 일본으로 건축기행을 가게 됐어요. 안도 다다오를 주제로 정했고, 오사카 쪽에 있는 안도의 건물을 둘러봤어요. 안도의 작품은 아시다피시 노출 콘크리트잖아요. 외장재를 쓰지 않고, 노출 콘크리트만으로 표현을 해요. 대신 외장재의 역할을 하는 건 ‘빛과 그림자’라고 봐요. 그걸 절묘하게 살려내요. 그의 작품은 극단적이면서도 무언가를 감추는 게 있어요. 공간의 재미가 있어요. 누군가 안도를 향해 ‘하이브리드 건축가’라고 부르던데, 감성적인 면은 동양인데, 기술적인 면은 서양의 것을 가져왔어요.

조효기 대표는 좋아하는 건축가로 안도 다다오를 꼽았다. 미디어제주
조효기 대표는 좋아하는 건축가로 안도 다다오를 꼽았다. 미디어제주

- 사무소 개업을 하고 작업을 많이 하실 텐데, 설계를 하면서 몸의 어느 기관이 잘 발현되는 것 같은가요.
건축을 배울 때 공간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대부분은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시작하거든요. 그러다 어느 정도 구체화 되는데, 내가 그 공간에 있을 때 어떤 느낌일지 생각하게 되죠. 그러다 보니 손으로 드로잉을 해보게 됩니다. 건축주에게도 이런 공간은 이래서 좋다, 이래서 불편하다고 정확하게 전달해줄 수 있죠.

- 개인 주택을 설계하다 보면 건축주들의 요구사항이 바뀔 때가 있잖아요. 모형이 다 만들어졌는데, 바꿔달라고 할 수도 있고요.
결과물이 나왔을 때는 설득을 해봐야죠. 저희는 계획안을 세 가지 정도로 만들어 둡니다. 각각의 장점과 단점을 말해줍니다. 그 후에 섞어 보죠.

- 건축에서 땅은 굉장히 중요한데, 제주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신데 어떤 식으로 해야 된다고 보십니까?
땅이라는 점에서는 제주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이 같다고 봅니다. 되도록 땅의 원형을 건드리지 않는 방향이 좋겠죠. 절성토가 많아지면 좋진 않죠. 공간적으로도 경사지 등은 공간 창출도 좋고, 재미있게 만들 공간이 많은데, 건축주들은 그걸 반대하죠.

- 건축사는 어떤 직업이라고 보십니까.
숙제를 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건축주와 시공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이상적인 계획안을 만들어야 하며, 숙제는 항상 다릅니다.

- 집은 뭐라고 보시나요.
밖에서 힘들고 지치면 집에 와서 충전을 하게 되죠. 그런 집이 돼야 할 것 같아요. 집이 짐이 되면 안되죠. 그래서 그러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니까 집이 안식처가 되도록 하고 있죠. 그러기 위해서는 건축주들과 대화를 많이 해야 합니다. 어떤 공간을 원하는지, 외부공간을 어떻게 할지 이야기를 많이 나눕니다.

- 건축사를 잘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우리나라는 시공사는 잘 알면서.
잘 모르시죠. 건축사라고 부르지 않고, 설계사님이라고 많이들 부르죠. 그러다 보니, 이런 경우도 있어요. 시공사가 공사하기 어려울 때는 건축주를 설득하는 경우도 있어요. 화가 많이 나죠. 시공사에 의해 계획안이 바뀐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 일본은 우리와 달리 건축사를 보는 눈이 다르죠.
건축사의 지위가 상당히 높아요. 그들은 개인전도 많이 하고, 일반 국민들도 건축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엄청나게 인정을 해줍니다. 우리는 몇 달을 고민해서 공간을 만들어 드려도, 시공사가 와서 한마디 던지면 계획안이 바뀌기도 하고요.

- 우리는 공동주택에 많이 살고 있죠. 자신이 구상한 집에 사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아파트 브랜드만 떠오르고, 시공사만 생각나고요.
맞습니다. 아쉽긴 한데, 건축 전공자들은 5년제를 나와서 대학원을 가는 친구들도 상당해요. 그렇게 공부를 하고 밤을 새우면서 공간을 만드는데, 아직도 뭘하는 직업인지, 아직도 시공자로 아시는 분들도 많고요.

- (눈먼고래도 그렇지만) 제주도는 돌이라는 재료가 매우 특징적이잖아요. 제주의 돌을 재료로 쓴다면 어떻게 구현하면 좋을 것 같습니까.

요즘 제주 돌을 빈틈없이 맞추곤 하는데, 너무 인위적으로 보입니다. 또한 벽면에 제주돌을 붙이는 건 선호하지 않아요. 제주 기후 때문에 그렇습니다. 남쪽은 괜찮은데, 북쪽에 둔 제주돌은 이끼가 끼게 됩니다. 발수 코팅을 해보기도 하는데, 결국 제주 돌에는 홈이 있으니까, 거기에 물기가 자리잡게 되고, 나중엔 이끼가 끼게 됩니다. 1~2년 정도는 예쁜데, 나중에는 문제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 되죠. 이끼를 제거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그래서 제주돌을 대체할 수 있는 재료를 많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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