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7-12 17:58 (금)
“세계유네스코 유산은 독특한 문화에 가치 부여”
“세계유네스코 유산은 독특한 문화에 가치 부여”
  • 김형훈·허윤실 기자
  • 승인 2024.07.09 1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류유산 제주 돌 문화] <1> 프롤로그

 

미디어제주 창간 20주년 앞두고 기획물로

제주 사람은 곁에 흔한 돌을 문화로 승화

거친 제주돌은 속정 가득한 제주사람 닮아

[미디어제주 김형훈·허윤실 기자] 제주 사람은 돌에서 태어나서 돌로 돌아간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예전 제주 사람들의 모습은 그랬다. 돌이 널린 제주도였기에 돌은 자연스레 제주문화의 뿌리가 되었다. 골목길인 올레를 시작으로, 사람들이 살던 제주초가는 돌 없인 불가능했다. 그것만 그랬나? 아니다. 제주 사람과 부대끼며 살던 돼지의 먹이통인 ‘돗도고리’도 돌로 만들었다.

제주 사람들은 삶의 공간에 죽음의 공간도 함께 뒀다. 그걸 가능하게 만든 물질은 돌이다. 제주의 자랑거리인 밭담은 삶의 한 가운데 들어서 있다. 밭담은 분쟁을 자연스레 없앤 인본주의의 결과물이다. 제주 사람은 그런 밭에 죽음을 입혔다. 바로 산담이다. 밭이라는 삶의 공간에, 산담이라는 죽음이 들어서는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되는 곳이 제주였다.

다양한 삶을 위해 만든 돌 문화도 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배를 잘 다루던 제주 사람들은 ‘해양’을 개척하는 전진기지로서 포구를 정비하기도 했다. 제주도라는 섬 바깥과의 싸움의 시작이 포구였고, 배를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서 바닷가에 돌로 두른 원담을 놓기도 했다.

제주 사람들은 곁에 흔한 돌을 다양한 문화로 만들어냈다. 거기엔 공동체가 있었다. 산담을 쌓거나 말방아 등을 만드는 일은 기획력이 요구된다. “산담을 쌓읍시다”거나 “말방아를 만들자”고 이야기하는 걸로 되지 않는다. 그걸 만들어내는 조직도 필요했고, 관련 조직이 실제로 존재했다.

제주 돌은 제주 사람을 닮았다. 투박하다. 화산이라는 활동이 빚어낸 결과물인 제주 돌은 갈아내도 광택이 없고, 거칠다. 정은 드러나지 않지만, 속정 가득한 제주 사람과 똑 닮았다. 제주 돌에서 축약이 잔뜩 담긴 제주어가 술술 불려 나올 것만 같다.

제주 돌이 쓰이지 않는 데가 있었던가? 옛사람들의 삶을 상상해보니, 눈에 보이는 돌을 쓰는 일은 아주 자연스러운 몸짓이었겠다. 물옷만 걸치며 물질하던 제주 여성들에게 불턱은 육상의 자그마한 보호막이 되었듯, 제주초가의 외벽을 장식한 제주 돌은 집을 지키고 초가에 들어선 이들의 삶을 지켜준 안전한 도구였다.

수없이 많은 제주 돌. 지금도 땅 밑에 거대한 암반으로 존재하는 제주 돌. 그 돌은 누군가의 손이 닿을 때라야 문화가 된다. 제주어로 이야기한다면 ‘돌챙이’의 손길을 거쳐야 한다. 석공으로 불리고, 석수로도 불린 돌챙이. 한마디로 돌을 다루는 장인이다. 가장 오랜 기록엔 ‘석착인’ 혹은 ‘석착상인’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돌챙이들의 면면이 궁금하다.

그동안 제주 이야기를 참, 많이도 써왔다. 제주의 여러 문화를 유산으로 남기자며 쓴 기획도 있고, 실제 유네스코 인류 유산이 된 사례도 있다. 이젠 제주 고유의 돌 문화를 다룰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미디어제주>가 창간 20주년을 맞는 해이다. 창간 20주년을 앞두고 ‘인류유산 제주 돌 문화’라는 주제로 기획을 시작한다. 제주 돌 문화가 충분한 가치를 지니기에 ‘인류유산’이라는 이름을 꺼냈다. 세계유네스코 유산은 독특한 문화에 가치를 부여한다. 아울러 사라질 위기에 있는 문화를 지키기 위해 세계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한다. 제주 돌 문화는 그런 점에서 충분한 가치를 지녔다.

<미디어제주>는 이번 기획을 위해 기획팀(김형훈·허윤실 기자)을 꾸리고, 자문위원도 두고 제주 돌 문화에 대한 자문도 얻을 계획이다. 기획에 자문을 해줄 이들은 제주문화에 대한 깊이가 남다른 김순이 제주문학관 명예관장과 조환진 돌빛나예술학교 교장 등이다. 이들 자문위원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도 들을 계획이다. 어쨌든 사라지기 전에 해야 할 거대한 숙제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