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승민 한국국제학교 제주캠퍼스 G6 (미디어제주 청소년기자)
여러분은 제주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알고 있습니까?
한국의 제일 남쪽에 있는 화산섬인 제주는 자연의 아름다움, 독특한 문화, 그리고 맛있는 음식으로 유명합니다. 제주의 많은 유명한 것 중에는 한라산, 돌하르방 조각상, 귤만 있는 건 아닙니다. 맛있는 음식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음식 중 하나는 제주 흑돼지입니다.
제주 흑돼지를 먹어본 적 있나요?
육지에 있는 돼지와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제주 흑돼지는 흥미롭게도 다소 특이한 역사가 있습니다. 과거 흑돼지들은 제주 사람들이 똥을 싸러 가는 장소에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화장실을 뒷간·통시·측간이라 불렸다고 합니다. 옛날 제주에는 집마다 ‘돗통시’가 있었습니다. ‘돗’은 돼지를, ‘통시’는 뒷간을 뜻하는 말로 돗통시는 돼지우리와 화장실을 겸한 공간이었습니다. 돗통시는 돼지우리와 화장실이 세트로 만들어진 구조입니다. ‘디딤팡’이라는 불리는 돌을 놓고 거기에 쪼그려 앉아 볼일을 보면 돼지가 사람의 똥을 받아먹었습니다. 여러분은 상상이 되나요?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입니다. 디딤팡에 쪼그려 앉은 모습도 너무 불편한데 그 밑에 흑돼지가 있다고 상상하면 불안해서 똥이 나왔다가 그냥 쏙 들어가 버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옛 제주 사람들은 돗통시에서 볼일을 보고 그 인분을 먹여 돼지를 키웠는데, 이러한 풍습으로 인해 제주 흑돼지에 ‘똥돼지’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습니다. 제주에서 ‘똥돼지’는 화장실 청소부이기도 했지만, 천연비료를 생산하는 유능한 일꾼이었습니다. 제주에서는 어느 집에나 돼지들이 있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제주도는 선사시대부터 근래에 이르기까지 남방으로부터 주민의 이동이 가끔씩 있었으며 그들의 생활양식도 옮겨져 문화도 함께 옮겨졌을 영향이 큽니다. <미디어제주> 기사를 보면 오키나와에도 제주의 ‘통시’와 비슷한 ‘후루’가 있습니다. 오키나와 후루는 제주와 달리 돌로 잘 다듬어진 게 특징이며 바닥에 돌을 깔았습니다. 제주도 통시는 바닥을 짚으로 깔아서 비료로 쓰는 것과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오키나와 후루는 사람이 볼일을 보는 ‘투시누미’라는 구멍을 내고, 그 구멍으로 대변이 배설되면 아래에서 기다리는 돼지가 먹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제주에서만 똥돼지를 기르는 줄 알았는데 오키나와에서도 후루라는 곳에서 돼지를 기르고 있었다니 신기합니다.
지금 생각하기에 통시에서 돼지를 기르는 것이 매우 비위생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의 똥을 받아먹은 돼지, 아니 사람의 똥을 뒤집어쓴 돼지, 상상만으로 불결하고 더러운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먹었을지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똥이 주는 이미지가 더럽고 불결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제주 사람들이 인분 처리에 있어 돼지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지혜로운 일입니다. 제주도와 같은 화산 토양에는 사람의 똥을 직접 비료로 사용하는 것보다 사람의 똥을 돼지의 내장을 거쳐 돼지의 똥으로 나온 것을 사용하는 것이 농사에는 좋다고 합니다. 아울러 사람의 똥을 먹은 돼지는 고기가 연하고 맛도 더 좋다고 합니다. 만일 지금도 그런 방식으로 키운다면 저는 돼지고기를 먹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여튼 인분을 개나 돼지의 사료로 사용하는 것은 그 속에 풍부한 영양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셈이 됩니다. 우리가 음식을 먹고 똥을 싸게 되면, 그 똥은 돼지가 먹고, 돼지가 싼 똥오줌은 거름이 되어 채소나 곡식을 키우게 됩니다. 돗통시의 경우는 인분이 곧바로 똥거름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돼지의 사료가 된 후에 돗거름으로 된다는 점에서 재래식 뒷간과 다릅니다. 즉 ‘사람 → 인분 → 돼지사료 → 돼지 → 돗거름 → 식물 → 사람’이라는 순환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지요.
지금은 돌아가신 제주대 이기욱 교수님은 <제주농촌경제의 변화>라는 책에서 돼지를 키우는 공간인 제주의 돗통시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제주의 돗통시는 인분을 처리하는 뒷간(화장실)의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음식물쓰레기와 생활하수를 처리하는 하수처리장이며, 당시의 주곡을 재배하기 위한 돗거름을 생산하는 유기질비료공장이며, 언제 닥칠지 모르는 늙으신 부모님의 장례식과 결혼을 앞둔 자식의 결혼식에 사용될 돼지고기를 제공하는 돼지사육장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길러지는 돼지는 각종 행사 준비를 위해 필요한 재산 역할도 했으며, 급할 때는 팔아서 즉시 돈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돼지저금통이기도 했다.”
돼지의 역할이 이렇게나 많았다는 게 놀랍습니다. 화장실, 비료공장, 자기 몸을 내어 주는 고기 역할, 또 팔아 쓸 수 있는 돼지저금통의 역할까지…. 한 마리의 돼지가 우리에게 많은 일을 해주었다는 사실에 고맙기도 합니다.
장례식이나 결혼식 등 제주의 특별한 행사나 잔치가 있을 때마다, 돼지는 ‘고깃반’이라고 불리는 음식으로 준비되었습니다. 이 음식은 전통적인 것으로 각 동네에는 적절한 양에 고깃반을 만들기 위해 축제에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돼지고기를 잡아 썰어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을 ‘도감’이라 불렀습니다. 도감은 모든 사람에게 같은 양의 고기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어른도 아이도 공평하게 고기를 먹었습니다. 내가 이 시절에 살았더라면 도감과 친하게 지냈을 것입니다. 그래서 도감에게 한 점의 고기라도 더 얻어먹었을 겁니다.
돗통시를 이용한 돼지사육은 가족의례뿐만 아니라 제주문화 전반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전에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서든 “뒷간에는 신(측신)이 있어서 잘못 건들면 동티가 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특히 제주인들은 이런 이야기를 강하게 믿었습니다. 제주인들은 돗통시를 아무 때나 함부로 고치거나 허무는 법이 없었습니다. 제주인들이 돗통시를 마음 놓고 고칠 수 있는 시기는 24절기의 마지막인 대한 후 5일(1월 26일경)부터 새로운 절기의 시작인 입춘 전 3일(2월 1일경)까지 약 1주일, 이른바 ‘신구간’이라 부르는 기간에 통시에 손을 댔습니다. 신구간은 일 년 동안 세상사를 관장하던 신들이 한 해의 임무를 다하고 옥황상제에게 새해의 책임을 맡기 위해 하늘로 올라가 버린 상태여서, 이 기간에 그 해 운이 불길하거나 길일이 없어 못 했던 일들을 하더라도 귀신들이 노하지 않아 재앙이 생기지 않는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아직도 이 기간(신구간)에 이사하거나 집을 고치고, 변소를 고치는 문화가 있습니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행정관청은 ‘똥돼지’와 ‘돗통시’를 더럽고 보기에 안 좋다는 이유로 버려야 할 부끄러운 유산으로 여기게 하였습니다. 행정관청에서는 인분을 돼지에게 먹임으로써 기생충 감염률이 높고, 사람의 똥에 들어 있는 비료 성분이 손실되며, 똥돼지라는 이미지 때문에 돼지고기 시장의 개척이 어려워 양돈사업이 위축되고, 돗통시가 미관상 안 좋고 이용에 불편하다는 이유로 변소개량 운동을 강력하게 주도하였습니다. 행정관청의 끈질긴 설득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의 돗통시 문화는 지속되다가 1980년대 후반에 변소개량 운동을 강력하게 펼치면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 대가는 너무 컸습니다. 돗통시가 더럽다고 화장실로 고치는 순간, 깨끗해야 할 하천이 더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화학비료의 과다 사용으로 상당수의 용천수에서 질산성질소가 검출되고, 대부분의 생활 하수가 마을 개천으로 흘러들면서 하천은 하수구로 변하였습니다. 하천이 더러워지면서 바다도 오염되기 시작했습니다. 돗통시가 더럽다고 고치면서 하천과 바다는 더러워지고 말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도시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제주에서 돗통시를 없애버린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입니다.
오늘날, 제주 흑돼지는 특별히 식사를 위해 길러지고 현지인과 방문객 모두에게 진미로 여겨집니다. 여러분이 구이 요리로 먹든지 찌개로 먹든지 간에, 제주 흑돼지는 이 아름다운 섬, 제주를 방문하는 누구든지 반드시 먹어봐야 하는 음식임은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