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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와 다른 제주의 독특한 결혼과 장례문화
육지와 다른 제주의 독특한 결혼과 장례문화
  • 허예린 청소년기자
  • 승인 2024.10.28 10: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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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허예린 미디어제주 청소년기자

요즘은 육지이건 제주도이건 결혼식은 예식장에서, 장례식은 장례식장에서 치르는 것을 모두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과 삼사십 년 전만 해도 제주도의 결혼식과 장례식은 육지와는 크게 달랐다고 합니다. 어떤 차이점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결혼문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육지의 결혼식은 대부분 당일에 치러지는데 제주도 결혼은 3일에 걸쳐 길게 진행합니다. 첫날엔 돼지잡는 날이라 하여 '동네잔치'를 합니다. 둘째 날은 ‘가문잔치’라 하여 친척과 방문객들에게 대접하는 날입니다. 셋째 날은 비로소 결혼식 본식을 치르면서 길고 긴 결혼식이 끝나게 됩니다.

제주에서는 돼지 하나로 모든 음식을 만든다고 해도 될 정도로 돼지요리를 많이 해 먹는데 결혼 때도 돼지를 메인으로 한 요리를 많이 합니다. 국수를 만들 때 육수를 내고, 돔베고기, 고기국수, 순대를 포함해 돼지를 이용한 갖가지 음식을 만듭니다. 그래서 결혼에 임박한 자녀가 많은 가정일수록 미리미리 사육 돼지 수를 늘려나가 자녀들의 결혼을 치를 대비를 합니다. 돼지를 잡는 일은 주로 그 마을의 장정들이 힘을 합칩니다. 또 잔치 음식 대부분은 온 동네 여자들이 나서서 준비하기 준비하기 때문에 이웃의 결혼식에 온마을 사람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집니다.

‘가문잔치’는 3일중 가장 분주하고 축하객도 가장 많은 날입니다. 일가친척과 친구, 부모의 지인들까지 모두 모여 결혼을 축하합니다. 부득이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할 것 같은 친지나 하객들도 이날만큼은 꼭 찾아와 덕담을 나누고 축의금을 건넵니다. 제주는 ‘겹부조’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에게 각각 따로 부조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부모와 자녀간 결혼과 동시에 철저히 독립하는 제주도 생활방식에서 나온 것입니다. 또 부부간에도 독립된 경제활동을 하는 제주도의 독특한 문화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이로인해 신랑과 신부의 친구중 한 명이 축의금을 챙기거나 자잘한 심부름을 맡아주는 부신랑, 부신부 문화도 생겨났습니다.

예전 제주도는 결혼식을 마친 후 집앞에서 가족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은 2011년 설문대여서문화센터에서 펴낸 '제주의 혼례' 중에서
예전 제주도는 결혼식을 마친 후 집앞에서 가족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은 2011년 설문대여서문화센터에서 펴낸 '제주의 혼례' 중에서

가문잔치날 저녁이 되면 신랑은 가장 친한 친구 대여섯 명을 데리고 신부집으로 인사를 갑니다. 신부 친구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날로써 일명 ‘손수건 파는 날’이라고 불립니다. 이날 신랑은 신부집 인사가 끝나면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푸짐한 대접을 받습니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신부 친구들의 손수건 팔기 작전이 시작됩니다. 신부 친구들은 이날 손수건에 영양제 등을 같이 예쁘게 포장해 일종의 장사를 준비를 하고, ‘줘라’, ‘못준다’ 옥신각신하다 신부 친구들의 다양한 애교작전과 협박에 못 이겨 신랑 친구들은 손수건값을 내놓습니다. ‘손수건 파는 날’ 행사는 신랑, 신부의 친구들이 서로 친해지고 다음날 있을 결혼식에서 서로 어색하지 않게 하는 배려의 날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육지에서 결혼식 전날 신랑과 친구들이 함을 팔러 가는 풍습과 비슷합니다. ‘손수건 팔기’행사를 통해 서로 뜻이 맞는 선남선녀들은 다음 결혼식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는 일이 종종 있으니 제주의 결혼풍습은 또 다른 축복을 낳는 풍습이기도 합니다.

결혼식 본식은 셋째 날 이뤄집니다. 육지에서는 결혼식 전날 밤에 건네던 함을 제주에서는 결혼식 당일날 아침 일찍 신랑측에서 신부측에 전달합니다. 이 함은 ‘홍세함'이라고 하는데 무명 2필을 ‘예장’과 함께 넣고 붉은 천으로 싸서 상객이라 하는 신랑측 어른이 들고 갑니다. 홍세함에 들어가는 예장은 결혼식날 신랑측에서 신부측에 보내는 편지를 말합니다.

제주에서 신부측은 여러 친지들 보는 앞에서 홍세함을 개봉하고 확인과 승낙을 얻어야 하며 그다음 신랑측들은 신부측에서 마련한 식사를 하게 됩니다. 이어 신랑은 신부와 함께 결혼식장으로 향하게 됩니다.

결혼식이 끝나면 이번에는 신부가 신랑집에서 신부상을 받게 됩니다. 시집에서의 첫 식사로 이젠 결혼식이 끝났으니 시집 식구가 됐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재밌는 것은 이때 신랑이 신부에게 밥을 한 숟가락 크게 떠서 먹여주는데, 이때 밥이 크기가 사랑의 크기라고 합니다.

제주에서는 딸을 시집 보낼 때 ‘판다’라고 표현합니다. 지금도 어른들이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똘 폴암시난 왕 봅써” 즉, “딸 결혼시키니 와주세요”란 표현을 자주 씁니다. 제주에서는 아들보다는 딸이 그 집안의 중요한 자산으로 생각하는데 소소한 집안일에서 육아, 농사, 물질 등을 여자가 거의 도맡아서 하기 때문에 딸을 결혼시키는 자체가 한집안의 중요한 노동자산을 잃게 되는 것으로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결혼을 할 때 신랑측에서는 신부측에 경제적으로 자그마한 성의표시를 하게 되는 것이고, 그런 점이 ‘딸을 판다’라는 개념으로 정착되었다고 보입니다.

또한, 결혼을 할 때 신랑집 대문에 ‘설문’을 답니다. 신랑 친구들이 결혼하는 친구를 축하해주기 위해 소나무나 대나무을 이용해 결혼을 알리는 것을 설문이라고 하는데, 설문에는 다양한 덕담이 담겨 있습니다. ‘잘 살아라’, '부자 돼라'는 문구부터 ‘첫날밤 잘 보내라’는 짓궂은 말까지 결혼식날 집 앞에서부터 웃음 짓게 하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대한민국 안의 제주도 결혼풍습이 독특한 것처럼 장례식도 육지와는 차이점이 많습니다.

제주도에서는 장례가 생긴 집안의 사돈댁에서 팥죽을 쑵니다. 이는 상을 당한 사돈을 위로하고 잡귀를 쫓는데 쓴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팥죽은 보통 상주와 가족들이 먹지만 양이 넉넉하게 쑤어졌다면 조문객들도 나눠 먹는다고 하고 이런 풍습은 지금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육지에서는 장례식장에서 먹는 음식으로 육개장을 꼽는다면 제주도에서는 성게미역국이나 몸국을 먹습니다. 서귀포시의 경우 멸치국수를 먹기도 합니다. 제주도가 바다에 접한 지역이니만큼 사계절 다양한 해산물과 어패류, 해조류를 이용한 음식을 나누는 것입니다.

또 제주도 장례식에서는 여자들은 상에 절을 하지 않습니다. 의복도 비교적 자유로워 검은색 정장을 갖춰 입는 경우도 많지 않고, 장례식 때 지인이 길게 머물러주는 것도 초상 때 서로 돕는 부조라 생각해 반나절 이상 머물다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주도에서는 장례식날 장지에 일가친척, 친구, 이웃 등이 많이 참석할수록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하니 제주도가 고향인 지인의 장례식만큼은 꼭 참석하여 마무리까지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이와 맥락을 같이해 육지에서는 초상이 나면 으레 장례식장을 이용하는 것과 달리 제주도에서는 초상을 마을회관에서 마을장으로 치르는데, 이런 문화는 제주도 대정읍에 아직까지 남아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제주도 장례문화로는 장례기간이 길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5일장이나 그 이상으로 장례를 치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문객들을 받는 날은 관이 장지로 나가는 출상 전날인데 그날을 ‘일포’라 합니다. 일포는 죽은 자와 마지막으로 이별을 하는 날이라는 의미입니다. 일포 때는 슬픔을 위로해 주기 위해 방문한 조문객들에게 음식을 대접합니다. 일포가 준비되는 기간에 따라 장례는 삼일장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오일장, 칠일장이 되기도 합니다.

제주도의 또 다른 특징은 얼마 전까지도 상여로 고인을 나르는 문화가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상여는 관을 실어 장지로 옮기는 기구로 마을마다 보관, 마을 안에 초상이 있을 때마다 공동으로 사용합니다. 제주의 상여는 특이한 장식과 화려한 채색이 특징입니다.

제주도에서는 조문객들이 조문을 마치고 돌아갈 때 답례품을 주는 문화가 있습니다. 휴지나 세제류, 우산 등 소소한 생필품 등이지만 고마움을 답례품에 담아 전합니다. 답례품은 장례뿐만 아니라 혼례 때도 줍니다. 요즘 결혼식에서는 상품권을 답례품으로 주기도 합니다.

제주도에서는 무덤 주변에 돌을 쌓아 돌담을 만듭니다. 이를 ‘산담’이라고 부르는데 방목 중인 소와 말이 무덤을 훼손하는 것을 막고, 매년 봄 본격적인 농사를 앞두고 목초지를 태우는 ‘방애불’이 무덤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살아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묘를 돌아가신 분의 집처럼 여겨 집의 울타리로 산담을 만들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장례를 모두 마치면 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집에서 ‘귀양풀이’라는 제를 지내기도 합니다. 귀양풀이는 망자의 영혼을 저승으로 보내는 무속의례입니다. 차사상, 영혼상, 문전상, 공싯상 등 신들을 위한 상을 차리고 제물로 쌀, 떡, 채소, 생선, 과일, 술, 실, 돈 등을 올립니다. 굿의 순서는 복잡하지만 영혼의 심정을 듣고 모든 원한을 풀어서 마음 편히 저승으로 가도록 도와주는 게 목적으로 귀양풀이는 지금도 제주 지역에서 많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이상 알아본 것처럼 제주도의 결혼식과 장례식은 육지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바다에 둘러싸인 환경과 육지보다 빠르게 정착한 부부 중심의 경제적으로 독립된 문화 등이 차별화를 낳았고 현재도 어느 정도 이어져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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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예린 2024-10-30 15:42:50
나도 허예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