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11-08 16:51 (금)
“감격의 완주, 이제 대한민국 한바퀴 시작이다”
“감격의 완주, 이제 대한민국 한바퀴 시작이다”
  • 김창윤
  • 승인 2024.10.29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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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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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소장
  • 제주특별자치도육상경기연맹 부회장
  • 제주도청 배드민턴동호회 회장
  • 미디어제주 독자권익위원
  • 수상 : 농림식품부장관상, 농촌진흥청장상 등 다수

 

[걸어서 대한민국 한바퀴] <24>

부제 : 첫 번째 여정 해파랑길 770km

제50코스
[통일전망대 ~ 재진검문소 ~ 명파초등학교 ~ 명파해변 ~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

2023년 8월 29일. 아침에 렌터카를 이용하여 이동해야 하는 일정이라 느긋하게 일어났다. 해파랑길 50코스는 재진검문소 이후에는 도보여행이 금지된 곳이라 차량으로만 이동해야 한다. 때문에 렌터카 회사가 오픈하는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차량을 빌린 후 바로 통일전망대까지 이동해서 인증 도장을 찍고 난 뒤 전망대를 구경하다가 재진검문소까지 차량으로 내려왔다. 차에서 내려 5.1㎞를 걷고, 집사람은 차량으로 출입신고소에서 만나 이동할 계획이다.

휴대폰 앱을 이용해 터미널과 비교적 가까운 렌터가 회사를 찾았다. 아침밥을 먹고 렌터카 회사로 걸어서 이동했다.

오후 2시까지 이용 시간을 맞추고 아침 9시에 렌터카를 인수하여 출발했다. 출입신고소로 가는 길에 군사 훈련을 하고 있는지 대전차들이 줄지어 이동하는 신기한 모습도 구경했다. 출입신고소에 도착한 우리는 간단한 신고서를 작성한 뒤 안보 교육장으로 이동해 영상교육을 받았다. 교육 이수증을 받고 자유의 종 타종 인증샷을 찍고 차량에 승차한 후 재진검문소까지 이동하고 그곳에서 간단한 검문을 마친 뒤 출입 허용 딱지를 차량에 비치하고서야 통일전망대로 이동할 수 있었다. 대망의 50코스 인증소에 도착한 시간은 2023년 8월 29일 오전 10시 16분. 이로써 2021년 8월 31일 시작한 해파랑길 도전기는 50코스 5.1㎞만 남겨놓고 완주했다. 물론 인증샷을 찍고난 뒤 걸어야 할 거리지만.

해파랑길 마지막 코스. 2023년 8월 29일이 그날을 알려준다. 김창윤
해파랑길 마지막 코스. 2023년 8월 29일이 그날을 알려준다. ⓒ김창윤
 
영원한 동반자랑 해파랑길 50코스 완주를 자축했다. 김창윤
영원한 동반자랑 해파랑길 50코스 완주를 자축했다. ⓒ김창윤

우리는 준비해간 현수막을 펼쳐 들고 자축했다. 집사람도 대견해했고 같이 했던 모든 순간이 행복으로 느껴졌다.

고성통일전망대에 올라가는 입구에 제주 돌하르방 1쌍이 통일전망대를 지키고 있어 가슴 뭉클했다. 이 돌하르방은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서귀포시협의회와 고성군협의회 간에 2023년 6월 20일에 세웠다고 한다.

전망대 입구에서 풍산개와 조우한 후 전망대에 올라 앞으로 우리가 가야할 산하를 내려다봤다. 이후 6.25전쟁 기념관과 DMZ박물관 등을 둘러보고 차량을 이용해 재진검문소까지 이동했다. 계획대로 나는 재진검문소에서 하차했고, 간단한 보조 가방과 물 1병을 챙기고 명파마을로 내려왔다.

재진검문소를 지나 첫 해파랑길 리본을 사진에 담고 오전 11시 40분부터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사실 이 길은 사람들이 잘 걷지 않는 길이다. 49코스까지 걷고난 뒤 50코스는 차량으로 이동해 통일전망대까지 가서 인증도장을 찍으면 50코스 모두가 인증된 셈이기에 구태여 걷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아까워 두 발로 직접 마무리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명파마을은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한 명파초등학교가 있다. 학생 수가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북단의 학교라는 점이 상징적이다. 텃밭에 고추 등을 심어 놓은 것으로 봐서는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하천을 따라 길을 걷다가 현수교 다리를 건너 인근 산으로 방향을 바꾼다. 산으로 올라가는 데크길을 따라 올랐다. 산 중턱에 다다르니 명파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길은 관동팔경 녹색 경관길로 4.1㎞거리에 마차진부터 명파리 구간에 이르는 길이다. 하지만 이 숲길은 사람이 다닌 흔적이 없다. 오전 시간이라 그런지 몰라도 숲길을 가로질러 산책길에 거미줄이 수도 없이 많다. 급히 긴 나뭇가지를 잘라 연신 흔들면서 거미줄을 제거했는데도 불구하고 얼굴에 거미줄이 덮친다. 숲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고, 중턱에 오르니 산 아래로 최북단 명파리 마을 전경과 명파분교도 보인다.

임도를 따라 계속 걷다 보면 산 아래쪽에는 전차들이 단체로 움직이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임도 삼거리에는 군사 작전 중인 병사들이 마침 점심 배식을 하고 있다. 실제로 길 군데군데에는 군사 작전기지 경고문구가 자주 보인다. 주 내용은 산책길 개방 시간과 사진 촬영 금지 문구가 붉은색 글씨로 쓰여 있다. 아무도 없는 산길에는 간간이 나오는 이정표만 반갑게 맞아 줄 뿐이다. 산길을 따라 약 2㎞ 남짓 걸으면 데크길 끝 내리막이 나오고, 사람이 다닌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 숲을 헤쳐서 도로로 진입한다. 이젠 목적지는 지척이다. 도로를 따라 잠시 걷다 보면 마차진 대공사격장 안내 이정표가 심장을 멎게 한다. 내가 그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하니 오싹해진다. 이어 KBS 인간극장에 소개되었다는 간판을 내건 가게를 지나면 몇몇 특산품 가게들이 눈에 들어오지만 방문객들은 거의 없는 듯하다. 먼저 도착한 집사람이 사전 가격조사를 해 본 결과 일반 시중보다 비싼 가격에 팔고 있어 살 사람이 없을 듯하다는 의견이다.

해파랑길 770㎞ 여정이 끝났다. 완보했다는 기쁨에 집사람과 뜨거운 포옹을 하고 차량으로 이동했다. 속초로 돌아와 차량을 반납하고 인근 식당에서 완보 기념주 한잔에 거한 점심을 먹고 속초 터미널로 향했다. 속초터미널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타고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제는 남파랑길 1,470㎞를 도전하기 위한 담금질을 시작할 차례이다.

 

글을 마치며

해파랑길은 대부분 혼자였다. 때로는 나의 동반자와 친구, 선배와 함께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못지않은 꿈의 길이었다.

해파랑길을 걷기 전에 2020년 8월부터 12월까지 걸었던 제주올레길은 제주의 속살을 속속들이 확인할 수 있었던 길이었다면, 해파랑길 50코스는 부산에서부터 울산, 경주, 포항, 영덕, 울진, 삼척·동해, 강릉, 양양·속초, 고성 구간 등 전체 10개 동해안 구간의 속살을 확인할 수 있었던 매력적인 구간이었다. 친구와는 울산 구간을, 선배와는 포항과 영덕구간을, 집사람과는 울진과 고성구간을 걸으며 살아가는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뜻깊은 770㎞의 여정이었다.

대부분이 바닷길이었지만 때로는 산길로, 때로는 마을 안길로, 때로는 사라진 길을 찾아가면서 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돌이켜보면 제주에서 해파랑길을 접근하기 위해서는 비용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비행기로 이동한 후 지역 버스나 기차를 옮겨 타서 다음 연결 출발지를 찾아 이동하는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최근 잘 발달된 스마트폰 전국 버스 어플과 두루누비 앱 등 최신 기술의 힘을 빌어 이동하는 데는 큰 어려운 점은 없었으나 사전에 치밀한 여행 계획과 이동 동선을 구상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무엇보다 백미는 2023년 3월 죽변항 이동을 양양 수산항에서 추암해변까지 역방향으로 선택한 것이 압권이었다. 5월에 제주↔양양구간 항공이 운항을 중단하면서 제주↔포항 항공을 이동해 죽변항에서 추암해변까지 이어 간 것이다.

제주에서 해파랑길을 걷는다면 정방향과 역방향의 구간 선택을 잘하길 권고드리고 싶다.

마지막 50코스도 재진검문소 이후 통일전망대까지는 도보로 이동이 금지된 구간이라 렌터카를 잘 이용해야 한다. 최소 2인 1조로 출입신고소에서 재진검문소까지 걷고난 뒤 차량을 이용하든지, 차량을 이용해 통일전망대를 먼저 들리고 난 뒤 재진검문소에서 차량 하차한 뒤 도보로 출입신고소로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다른 하나는 도보로 재진검문소까지 이동한 뒤 택시를 불러 통일전망대를 이동하는 방법 등 본인의 실정에 맞게 다양한 고민을 해야 한다.

끝으로 해파랑길 50개 구간 중 일부 구간을 나와 동행했던 집사람과 강권일 친구, 장영진 선배님께 감사드린다. 같이 걸었던 길에서 나눴던 이야기는 나의 삶에 거름이 되고 영양소가 되어 내 몸에 쌓였다.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삶의 활력소였고, 자양분 역할을 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제 남파랑길 90개 코스 1,470㎞와 서해랑길 102개 코스 1,800㎞, DMZ평화의 길 344㎞(도보이동 23.8㎞)등 총 3,614㎞가 나의 새로운 버킷 리스트로 남았다. 벌써 남파랑길은 걷기 시작했다.

이제 한고비 넘었다. 지금 도전하고 있는 남파랑길을 포함해 세 개의 고비는 가급적이면 내 인생의 동반자인 집사람과 길 위의 동반자로 같이 동행하면서 우리나라 한 바퀴를 걸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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