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되는 3억 예산 중 2억5천만원이 인건비 및 운영비
도의회서 강도 높은 지적, 사업 연장에 브레이크 걸어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쇠퇴가 가속화된 제주시 원도심을 살리기 위해 정부의 지원을 받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 중 일부 지역 사업에선 운영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으며, 나아가 도시재생보다는 관계자들의 인건비만 챙겨주려는 형태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제주시는 현재 제주시내 원도심인 건입동과 일도2동, 용담1동 등에서 민간위탁으로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를 운영하며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이 중에서 건입동에서의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와 관련해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 건입동에서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왜 지연되나?
건입동은 지난 2019년 국토교통부가 지원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지구로 선정되면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 동안 국비와 지방비를 더해 184억원의 예산을 투입, 도시재생사업을 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시작됐다. 또 이를 위해 민간위탁 형식으로 계약이 채결돼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가 만들어지고 운영에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은 당초 목표로 했던 바와 달리 2023년에 마무리되지 못했다. 해당 사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을공동체 복합센터' 건립과 관련해 관련 절차들이 원할게 추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건입동 1277번지 일원에 조성되고 있는 마을공동체 복합센터는 2020년 5월부터 토지보상협의가 진행됐지만, 일부 토지주가 협의에 나서지 않으면서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 보상 절차는 지지부진하다 2022년 6월에 완료됐고, 착공 역시 지연되기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제주도는 이 2023년 말 제주도의회의 동의를 받아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의 운영과 관련 사무의 민간위탁 계약을 1년 연장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비도194억원으로 10억원 가량이 늘어났다.
하지만 1년 연장에도 불구하고 사업은 완료되지 못했고, 제주도는 최근 다시 한 번 이 사업과 관련된 민간위탁 계약을 연장하기 위해 제주도의회의 동의를 받으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주도의회가 계약 연장에 동의해주지 않았다.
◆ 건입동 도시재생 뉴딜사업두고 이어진 제주도의회의 질타
이 건입동에서의 사업과 관련해 지원되고 있는 도민들의 혈세가 정말 도시재생을 위해 제대로 쓰이고 있는 게 맞는 것인지 물음표가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이승아 의원(더불어민주당, 오라동)은 지난 21일 열린 제432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환경도시위원회 제1차 회의 자리에서 건입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와 관련된 지적들을 내놨다.
이승아 의원이 제기한 첫 번째 문제는 이월되는 사업비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이 사업에 투입될 예정이었던 2023년도 사업비는 모두 72억원인데, 이 사업비의 86%인 62억원이 사용되지 못하고 이월됐다.
제주시는 이에 대해 '마을공동체 복합센터' 건립에 투입될 예산이 건립이 지연됨에 따라 이월됐다고 밝혔지만, 이승아 의원은 이에 대해서 "어쩔 수 없이 이월될 수 밖에 없는 내용도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월되는 금액이 너무 많다"며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인지 질타했다.
또 건입동에서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세부사업으로 모두 11개의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 중 5개의 사업만이 완료되고, 나머지 6개는 사업이 사업 완료기간을 넘기고 1년의 시간이 추가됐는데도 완료되지 못한 상황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제주시가 민간위탁 재계약을 추가로 연장하려는 이유로 '마을공동체 복합센터'의 건립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들었지만, 그 외에 전체 사업의 절반이 넘는 사업들도 사업기간 1년 연장에도 불구하고 완료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지점이다.
여기에 더해 건입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가 행정당국의 지도점검 결과 지속적으로 지적사항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올해 지도점검에선 '증빙자료 미흡'으로 지적이 있었고, 지난해에는 '직원 복무 등 근무상황부 관리와 강사비 지출 분야에서 철저를 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22년에는 센터운영비와 사업비 정산 등과 관련해 지적이 이어지면서 환수 조치까지 있었다.
다른 지역의 현장지원센터도 지적사항들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센터운영비나 사업비 정산 등과 관련해 환수조치가 이뤄진 곳은 건입동이 유일하다.
건입동 현장지원센터는 이 때문에 가장 최근에 있었던 종합성과평과에서 다른 곳들이 '매우우수'나 '우수'의 결과를 받는 동안 유일하게 '보통' 결과를 받았다.
이승아 의원은 이와 같은 점을 꼬집으며 "건입동 현장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는게 맞기는한가"라며 강도 높은 질타를 내놨다.
◆ "민간위탁 계약 1년 추가 연장, 재생 아닌 인건비 위한 것?"
더군다나 최근 일부 건입동 주민들 사이에선 제주시가 이번에 민간위탁 재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정말 도시재생 사업을 위한다기 보다는 현장지원센터 직원들의 인건비를 챙겨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나오고 있다.
제주시는 건입동 현장지원센터와 관련된 민간위탁 재계약을 내년까지 1년 연장을 하면서 추가로 3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이를 통해 사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사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제주시의 취지와는 달리, 정작 3억원 중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2억4000만원 가량이 인건비와 운영비다. 정확히는 인건비가 2억550만원, 운영비가 3496만원이다.
그 외 사업비로는 마을카페 시범사업과 주민제안 공모사업, 마을공동체활동 및 협의체 거버넌스 사업 등에 남은 6000만원 가량이 나뉘어 배분됐다.
사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1년을 연장한다고 하는데 정작 추진하려는 사업은 '마무리'와는 거리가 먼 시범사업과 공모사업 등인데다, 추가투입되는 예산의 대부분도 '마무리'가 아닌 '인건비'에 투입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내용을 파악한 일부 주민들은 "도시재생지원센터의 기본적 역할과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도 근본적으로 의심이 되는데다, 이번에 추진한 민간위탁 계약 연장도 사업의 마무리보다는 인건비를 챙겨주려는 성격이 강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결국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건입동 현장지원센터와 관련된 민간위탁 계약을 연장하는 내용의 동의안을 결국 심사보류했다.
이에 대해 건입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관계자는 "의회에서 제기된 문제들의 대부분은 전임 센터장이 있을 때 나타났던 문제들"이라며 "당시 다소 많은 문제들이 있었고, 이에 따라 환수조치도 발생했던 것이다. 종합성과평가가 '보통'으로 나온 것도 전임 센터장이 있을 때 발생했던 문제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이에 대해선 현재 경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2022년 이후 센터장이 교체됐는데, 그 이후로 현장지원센터가 정상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제주시는 이번 동의안이 심사보류되자, 일부 계획을 수정해 다시 한 번 계약 연장을 위한 동의안을 제주도의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논란이 된 부분을 반영해 재계약 기간을 기존 1년에서 8~9개월로 축소하고, 지원되는 금액에서 인건비 비중을 줄이기 위해 기존 센터장과 팀장, 연구원 3명 등으로 구성된 현장지원센터의 규모를 센터장과 연구원 2명으로 축소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