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4.3 문형순 공덕비 건립되자 마자 ‘철거’ 논란
4.3 문형순 공덕비 건립되자 마자 ‘철거’ 논란
  • 현도영 기자
  • 승인 2005.08.01 15: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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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위 “건립 당연”...비상대책위 “당장 철거해야”

4.3당시 처형당할 위기에 놓은 수많은 주민들의 목숨을 살린 것으로 알려진 문형순 당시 모슬포3구 경찰서장의 공덕비를 놓고 철거논란이 일고 있다.

문형순 공덕비 추진위원회(위원장 고춘언)는 지난달 2일 남제주군 대정읍 모슬포 입구인 동일 삼가로에서 문형순 공덕비 제막식을 가졌다.

추진위에 따르면 4.3 사건당시 모슬포 좌익계 간부가 경찰에 체포되면서 마을 좌익계 100여명의 명단이 유출, 모두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는데, 당시 문형순 서장이 자수를 권유하고 100여명이 자수한 가운데 범죄조서를 경찰이 작성하지 않고 자수자 스스로 작성케 함으로써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는 것.

문 서장 덕분에 소중한 많은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이에따라 추진위는 지난 2일 공덕비를 세우게 이르렀다.

그런데 이 공덕비를 놓고 남제주군 대정읍 ‘문형순 공덕비’철거 비상대책위원회와 제주4.3유족회대정지회는 공덕비의 즉각적인 철거를 촉구하고 나서 갈등을 빚고 있다.

이들 두 단체는 1일 문형순 공덕비의 부당성을 제기하고 공덕비 철거를 주장하는 공개질의서를 문형순 공덕비 추진위원회(위원장 고춘언)에 제출했다.

이들 두 단체는 질의서에서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과 쏴죽인 영혼이 한 울타리에서 오순도순 살 수 있을까요”등의 질문을 하며 오는 14일까지 공덕비를 철거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지난 1996년 4.3사건 위령비와 고 김남원 면장과 고 조남수 목사 공덕비 제작 건립시 결성된 추진위원회에 사전 협의없이 문형순 공덕비를 건립한 사유가 무엇인지 질의했다.

특히 문형순 공덕비 철거비상대책위는 “지난 1996년 당시 문형순 공덕비 건립 건에 대해 대다수 추진위원 및 대정읍 4.3유족회에서 ‘더 깊은 검증이 필요하다’며 보류된 예가 있다”며 굳이 건립하게 된 사유에 대해 물었다.

이어 문형순 공덕비 철거비상대책위는 공덕비 내용과 관련해 “문형순 공덕비에 좌

익동리총책이 잡혔다고 했는데 좌.우익동리총책은 누구이며 당시 좌.우익 개념이 확실했냐”고 물었다.

이와 관련해 대정읍 하모3리 이영수 이장은 “문형순 공덕비 건립은 4.3유족회뿐만 아니라 마을사람들의 반발이 심해 철거해야 마땅하다”며 “이번 질의는 건립의 부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질의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형순 공덕비 철거비상대책위는 “이번 공개질의 사항은 4.3유족들 모두의 고증과 증언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며 “오는 14일까지 공덕비를 철거하지 않을 경우 책임지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문형순 당시 서장의 공덕비를 놓고 건립추진위와 철거비상대책위간에 입장차가 극명하게 나타나면서 자칫 이 문제가 지역내 갈등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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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1 18:44:53
여전히 4.3을 둘러싼 시각과 입장차가 아쉬운, 매우 흥미로운 기사입니다...

좀 더 역사적인 시각을 갖고 후속보도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