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남제주군 대정읍 동일 삼가로에 문형순 공덕비가 세워졌다. 문형순 공덕비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이 공덕비는 4.3사건 당시 모슬포 좌익계 간부가 경찰에 체포되면서 마을 좌익계 100여명의 명단이 유출돼 당시 문형순 서장이 이들이 자수를 권유하고 100여명이 자수한 가운데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된데서 세우게 된 것.
그러나 제주4.3유족회대정지회와 하모리 문형순공덕비 철거비상대책위원회는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문형순 공덕비 철거를 주장하고 나섰다.
현재 조용하던 남제주군 대정읍 하모리 지역은 문형순공덕비 철거 문제로 소리없는 신경전이 일어나고 있다.
▲문형순은 누구인가
과연 문형순은 누구인가. 문형순공덕비 추진위원회(위원장 고춘언)에 따르면, 그의 공적은 크게 2가지로 구분해 설명할 수 있다.
하나는 모슬포 경찰서장 재직시절의 일명 '자수사건'이 그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산포 경찰서장 재직시설의 '총살명령 거부사건'이 그것이다.
먼저 '자수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4.3사건 당시 모슬포 좌익계 간부가 경찰에 체포되면서 마을 좌익계 100여명의 명단이 유출돼 모두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었다.
그 당시 문 서장은 자수를 하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며 명단이 유출된 100여명에게 자수를 권유했다.
하지만 이 당시 경찰서에 자수를 한다고 해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자수를 한다고 해도 조서를 쓰는 사람이 경찰이나 서청대원이었기 때문에 또 다시 목숨이 위태로울 수 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문 서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서기에 조서를 꾸미게 해 자수를 한 100여명이 주민들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이어 계속된 성산포 경찰서장 재직당시의 '총살명령 거부사건'의 알려지는 내용은 이렇다.
이도영 박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문 서장이 성산포경찰서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1950년 8월 30일 제주에 주둔하던 해병대 정보참모 김두찬 중령은 문 서장에게 ‘예비검속자 총살집행 의뢰의 건’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는 예비구속 중인 총살 미집행자에 대해 총살집행 후 그 결과를 그해 9월 6일까지 육군본부 정보국 제주지구CIC 대장에게 보고하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하지만 문 서장은 총살명령을 거부했고, 이 덕분(?)에 그 당시 성산포경찰서 관할지역에서 예비검속으로 희생당한 사람을 6명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처럼 추진위원회의 문형순에 대한 평가는 그 당시 총살을 당할 수 있었던 사람들의 목숨을 구해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주4.3유족회대정지회와 하모리 문형순공덕비 철거비상대책위원회는 추진위원회의 문형순에 대한 평가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4.3유족회대정지회와 대책위는 4.3사건 당시 대정지역에서 100여명이 자수해 목숨을 부지했다는 것에 대해 그 구체적인 명단이 없어 사실 여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4.3과 예비검속은 엄연히 구분돼고 있는데 성산포의 예비검속을 4.3에 결부시키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문형순에 대한 찬양적인 정의는 4.3유가족들에게 또 다른 아픔을 주는 것이라고 맞섰다.
▲1996년 문형순공덕비 건립, 왜 무산됐나
문형순에 대한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문형순 공덕비 건립에 대한 논란은 지난 1996년도부터 시작됐다.
지난 1996년에 4.3사건 위령비와 김남원 면장과 조남수 목사의 공덕비 제작 건립시 문 서장의 공덕비는 세우지 못했다.
이 당시 추진위원회는 문 서장의 공덕비를 세우려는 노력을 했으나, 4.3유족회대정지회 등 주민들이 ‘더 깊은 검증이 필요하다’며 공덕비 건립에 반대해 공덕비 건립은 무산되고 말았다.
이에 대해 고춘언씨는 그 당시 자수로 100여명이 주민들이 살아난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그 전에 48명의 주민들이 죽음을 당한 것에 대해 이 유족들이 문형순 공덕비를 세우는 것을 반대했다고 밝혔다.
또 고씨는 문 서장이 황해도 출신이고 경찰신분이여서 공덕비 건립이 쉽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고씨는 이어 4.3당시 선량한 주민들이 경찰에 의해 죽임을 당했지만 문 서장은 100여명의 주민들을 살렸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4.3유족회와 대책위는 4.3당시 김남원 면장과 조남수 목사는 민간인 신분으로 주민들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고, 문 서장이 모슬포에서 재직할 당시에 피해를 당한 유족들이 많은데 이를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 문형순공덕비의 건립 경과
지난 1996년 문형순 공덕비의 건립이 무산되면서 추진위는 독자적으로 공덕비 건립을 추진해 왔다. 특히 고씨는 문 서장이 4.3당시 주민들을 살리기 위한 용기있는 행동에 대해 존경받을 가치가 충분히 있다며 지난달 2일 자비를 들여 문형순 공덕비를 세웠다.
고씨는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등 나이가 들어 어쩌면 건립이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둘러서 공덕비 건립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고씨는 “문형순공덕비를 세워 문 서장에 대한 이야기를 후세에 알릴 수 있게 돼 다행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4.3유족회대정지회와 대책위는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달 2일 문형순공덕비가 건립됐지만 그 당시 이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
공덕비가 건립된 지 2주 후에 공덕비가 김남원 면장, 조남수 목사의 공덕비 옆에 세워져 있다는 것을 4.3유족회대정지회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덕비 건립이 떳떳했다면 마을 주민들에게 알려야 했을 것”이라며 “나중에 문형순공덕비가 김남원 면장, 조남수 목사의 공덕비 옆에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엇갈리는 평가는
지난달 2일 건립된 문형순공덕비를 사이에 두고 추진위와 4.3유족회대정지회.대책위는 현재 보이지 않는 대립의 날을 세우고 있다.
과연 이번 건립된 문형순공덕비에 대해 양측은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고씨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이번 기회로 문형순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문 서장이 김남원 면장과 조남수 목사와 함께 주민들을 살려냈기 때문에 공덕비를 세운 것과 공덕비의 위치는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형순에 대한 평가를 한 마디로 ‘영웅’이라는 표현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4.3유족회대정지회와 대책위는 문형순공덕비에 대해 이와는 반대되는 평가를 내린다.
이들은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과 이들을 쏴죽인 영혼이 한 울타리에 있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문형순공덕비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대책위는 문형순공덕비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는 입장을 강력하게 밝힌데 반해 4.3유족회대정지회는 철거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대책위는 자비를 들여서 건립한 만큼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 틈에 있는 문형순공덕비를 반발이 없는 다른 곳으로 옮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4.3유족회대정지회는 문형순공덕비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 마저 부정하고 문형순공덕비의 건립으로 4.3의 역사를 왜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4.3유족회는 “후세에 우리의 아이들이 진실이 왜곡된 역사를 배우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문형순공덕비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형순공덕비에 대한 판단 우리의 몫
지난달 30일 4.3유족회대정지회와 대책위는 추진위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4.3유족회대정지회와 대책위는 이 공개질의서에서 오는 14일까지 문형순공덕비를 철거해달라고 요구했다.
만약 14일까지 공덕비를 철거하지 않을 경우 책임지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내용과 함께.
이에 대해 추진위는 문형순공덕비에 손을 댈 경우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같이 추진위와, 4.3유족회대정지회 및 대책위 간에 문형순공덕비 건립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문형순을 평가하는데 있어 그의 공적으로 알려지고 있는 2가지 사건의 결과에 대해서만 평가해야 할까, 아니면 그가 몸담고 있었던 경찰조직에서 행한 일련의 일들을 모두 감안해야 하는 것일까.
바로 이 부분이 문형순 공덕비 철거논란의 최대 쟁점이다.
즉, 이러한 논란은 '경찰' 문형순으로 볼 것인지, '인간' 문형순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기도 하다.
4.3에 대한 대통령의 공식사과가 이뤄지고 화해와 상생의 한길로 나아가는 시점에서 터져나온 문형순 공덕비 철거논란.
공덕비 철거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위한 판단은 이제 우리 몫으로 눈앞에 다가와 있다.
<인터뷰>고춘언
문형순공덕비추진위원장 “주민들 살려낸 문형순공덕비 당연”
▲문형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는 4.3 당시에 모슬포에서 100여명의 주민들을 살린 사람이다. 그 당시에 경찰의 신분으로 주민들을 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그 당시에 죽은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주민들 100여명을 살려낸 것에 대해서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 ▲문형순공덕비의 건립 가치는. -독립운동에서부터 그는 어쩌면 영웅이다. 4.3당시에 주민들을 살려내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든지 알고 있다. 당연히 문형순 서장의 공덕을 기려야 한다고 본다. 경찰 출신이라고 해서 지역 주민들을 위해 일한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문형순공덕비를 놓고 4.3유족회대정지회.대책위와의 마찰이 있는데. -문형순공덕비의 관리를 경우회에 일임했다. 문형순공덕비를 세우는 일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했다. 앞으로는 경우회에서
공덕비에 관한 사항을 관리해 나갈 것이다. 만약 4.3유족회.대책위에서 공덕비에 손을 댈 경우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다. |
<인터뷰>이영수 대정읍 하모3리
이장 “문형순공덕비 4.3역사 왜곡”
▲문형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고춘언씨가 명확한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문형순 서장이 독립운동가이며 마을주민 100여명을 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100여명에 대한 명단을 밝혀야 할 것이다. 또 문 서장이 모슬포에서 경찰로 재직하고 있을 당시에 죽어간 마을 주민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문형순에 대한 평가를 정확한 증거없이 이뤄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문형순공덕비의 건립 가치는. - 문형순공덕비를 김남원 면장과 조남수 목사의 공덕비 옆에 세워있다는 것부터 문제가 있다. 아직 문 서장에 대한 공덕의 가치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남원 면장과 조남수 목사의 공덕비 옆에 세운 것은 4.3유족들을 우습게 보는 처사이다. 특히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과 이들을 쏴죽인 영혼이 한 울타리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말도 안된다. 또 문형순공덕비로 인해 4.3의 역사가 왜곡되는 것도 우려된다. 우리의 후손들이 이 공덕비를 보고 문 서장이 정말 좋은 일만 하다가 일생을 마무리 한 것으로 안다면 이처럼 슬픈일이 어디 있겠는가. 일부에서는 화해와 상생을 이야기하는데 역사를 왜곡한 상태에서 화해와 상생을 이야기하는 것도 문제다.진실된 역사를 바탕으로 화해와 상생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즉, 문형순공덕비의 건립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문형순공덕비를 놓고 추진위와의 마찰이 있는데. - 우리는 오는 14일까지 공덕비를 철거할 것을 요구했다. 이 요구는 당연한 것이다. 공덕비를 건립할 당시에도 우리와 아무런 의논없이 아무도 몰래 건립해 놓는 등 문제가 있었다. 만약 14일까지 공덕비를 철거하지 않으면 그날 저녁 회의를 통해 향후 일정을 결정하겠다.
|
4.3 문형순 공덕비 건립되자 마자 ‘철거’ 논란 추진위 “건립 당연”...비상대책위 “당장
철거해야” 4.3당시 처형당할 위기에 놓은 수많은 주민들의 목숨을 살린 것으로 알려진 문형순 당시 모슬포3구 경찰서장의 공덕비를 놓고 철거논란이 일고 있다. 문형순 공덕비 추진위원회(위원장 고춘언)는 지난달 2일 남제주군 대정읍 모슬포 입구인 동일 삼가로에서 문형순 공덕비 제막식을 가졌다. 추진위에 따르면 4.3 사건당시 모슬포 좌익계 간부가 경찰에 체포되면서 마을 좌익계 100여명의 명단이 유출, 모두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는데, 당시 문형순 서장이 자수를 권유하고 100여명이 자수한 가운데 범죄조서를 경찰이 작성하지 않고 자수자 스스로 작성케 함으로써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는 것. 문 서장 덕분에 소중한 많은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이에따라 추진위는 지난 2일 공덕비를 세우게 이르렀다. 그런데 이 공덕비를 놓고 남제주군 대정읍 ‘문형순 공덕비’철거 비상대책위원회와 제주4.3유족회대정지회는 공덕비의 즉각적인 철거를 촉구하고 나서 갈등을 빚고 있다. 이들 두 단체는 1일 문형순 공덕비의 부당성을 제기하고 공덕비 철거를 주장하는 공개질의서를 문형순 공덕비 추진위원회(위원장 고춘언)에 제출했다. 이들 두 단체는 질의서에서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과 쏴죽인 영혼이 한 울타리에서 오순도순 살 수 있을까요”등의 질문을 하며 오는 14일까지 공덕비를 철거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지난 1996년 4.3사건 위령비와 고 김남원 면장과 고 조남수 목사 공덕비 제작 건립시 결성된 추진위원회에 사전 협의없이 문형순 공덕비를 건립한 사유가 무엇인지 질의했다. 특히 문형순 공덕비 철거비상대책위는 “지난 1996년 당시 문형순 공덕비 건립 건에 대해 대다수 추진위원 및 대정읍 4.3유족회에서 ‘더 깊은 검증이 필요하다’며 보류된 예가 있다”며 굳이 건립하게 된 사유에 대해 물었다. 이어 문형순 공덕비 철거비상대책위는 공덕비 내용과 관련해 “문형순 공덕비에 좌익동리총책이 잡혔다고 했는데 좌.우익동리총책은 누구이며 당시 좌.우익 개념이 확실했냐”고 물었다. 이와 관련해 대정읍 하모3리 이영수 이장은 “문형순 공덕비 건립은 4.3유족회뿐만 아니라 마을사람들의 반발이 심해 철거해야 마땅하다”며 “이번 질의는 건립의 부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질의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형순 공덕비 철거비상대책위는 “이번 공개질의 사항은 4.3유족들 모두의 고증과 증언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며 “오는 14일까지 공덕비를 철거하지 않을 경우 책임지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문형순 당시 서장의 공덕비를 놓고 건립추진위와 철거비상대책위간에 입장차가 극명하게 나타나면서 자칫 이 문제가 지역내
갈등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
모슬포 경찰서장(1949년) 당시 안덕면이나 모슬포 지역에서의 평가는 별로 좋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형순은 성산포 경철서장일 때 예비검속 총살 건에 대해'부당함으로 불이행'
정부의 명령을 거부하여 성산포 지역 예비검속자 수백명을 살렸다고 할수 있습니다. 이것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이루어져아 할 것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