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이미 자본가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몇 년전까지해도 제주시 중앙로는 제주도 상권의 중심지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아 북새통을 이뤘다. 물론 지금도 이를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가게 곳곳에 나붙어 있는 '할인 세일'들이 오늘의 제주경제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30~50%의 세일은 기본이다. 80~90%까지 이뤄지는 곳도 있다.
제주경제의 근간을 이뤘던 바닥경제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새로운 산업이 속속 들어오면서 그동안 제주산업을 지탱했던 생계형 가게들이 쓰러지고 있다.
수많은 도민들의 생존수단이 붕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지 유통상가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아니다. 많은 농가들이 빚더미에 허우적대고 있다.
그렇다고 관광산업은 어떤가. 아시아나의 파업 등으로 그래도 기대했던 올 여름 장사마저 망쳤다고 울부짓고 있다. 제조업은 제조업대로 악전고투를 하고 있다.
상공회의소가 최근 도내 1백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7월중 가동상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상가동률이 76%에 그치고 있다. 이는 전월보다 1%p 줄어든 수치이다.
음식료품 제조업 가동률은 말할 것도 없다. 전월보다 무려 2.9%p나 추락했다. 건설업을 비롯해 인쇄제조업 등도 마찬가지다.
도민들의 생계수단인 기초경제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총체적인 붕괴단계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기초 경제의 추락은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고 많은 도민들이 일할 곳이 없어 실업자로 전락하고 있다. 그리고 생계의 곤란 등이 새로운 사회문제을 야기하고 있다.
최근 경제적인 문제로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경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달에만 무려 10여명이 목숨을 끊었다는 통계도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제주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다른 지역으로 떠난 사람은 5057명에 이르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입자보다 512명이 더 많은 수치다.
즉 제주도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증거다. 물론 이 결과가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계속적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그래도 제주인구가 감소했다는 것은 그냥 단순하게 볼 일이 아니다.
이처럼 제주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서서히 대자본 기업들이 제주에 터를 잡기 시작하고 있다.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를 중심으로 한 각종 제주개발사업들이 그렇고 민간 대기업들이 각종 혜택을 받으며 제주로의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는 특별자치도를 통한 제주의 행정, 교육 등 모든 분야의 기존체계를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어 놓는 작업도 한창이다. 이제 이 것들이 어떤 모습으로 탄생할지 여부 등 또다른 변화의 소용돌이를 예고하고 있다.
제주의 진짜 대변화의 물결은 이제부터 시작되고 있다. 기존의 모든 분야에서의 뿌리는 서서히 고갈시키면서 새로운 시장들이 조성되고 있다.
이런 대세 속에 울부짓고 아우성친다고 먹혀들 일이 아니다. 변화를 깊이 인식하고 모두가 철저한 준비해 나가는 자세가 절실하다. 제주는 이미 자본가들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영조/신문&경제지식연구소장>
(blog.daum.net/hanyc777)
# 한영조 님은 전 제주일보 출신으로, 현재 신문&경제지식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