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천국과 지옥을 구경하게 되었다. 진수성찬이 차려진 식탁에 사람들이 둘러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데 저마다 앞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음식들을 떠주고 있었다.
안내자는 이곳이 천국이라고 설명을 하고는 이제 지옥을 보려가자며 안내를 한다.
그런데 앞의 광경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똑같이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다.
아니 천국과 지옥이 어떻게 똑 같으냐 하고 안내자에게 질문을 했더니 조그만 기다려보면 알 수 있다고 대답을 한다.
잠시 후 사람들이 들어와 식사를 하는데 저마다 자기 입으로 음식을 넣으려고 하지만 한 잎도 넣을 수가 없다. 식탁은 금방 난장판이 되었다.
안내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한다. 천국과 지옥에는 한 가지 규칙밖에 없다. 그것은 음식을 먹을 때는 반드시 자기 팔 길이 보다 긴 수저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천국은 서로에게 음식을 먹여주므로 식탁의 분위기가 행복해 보였지만, 지옥은 오로지 자기 입으로만 음식을 넣으려고 했기 때문에 난장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제주는 천국(파라다이스)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논쟁이 한창이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한 기본구상안이 확정되고 발표된 이후, 제주도를 (자치)파라다이스를 만든다고 모든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
그 내용은 입법, 재정, 조직, 인사 부분에 획기적인 자치권을 보장하고 관광, 교육, 의료에 대한 특례를 두는 특별법을 연내에 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제주도지사는 홍콩, 싱가포르를 능가하는 국제자유도시를 만들겠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지금 소위 ‘제주프로젝트’라는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그 내용 중 교육, 의료, 노동부분에 대해서 관련단체 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까지 반대의견과 관련 계획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본계획안의 핵심은 교육, 노동, 의료부분을 획기적으로 개방하여 국제자유도시 건설의 여건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즉 이 부분에 대한 규제완화와 특례를 통하여 외자유치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외자유치를 통하여 국제자유도시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것을 개방이라고 표현하고 있고 개방을 통한 경제발전은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이다. 좀 과장되게 말하면 “개방만이 살 길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개방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자치)파라다이스를 이루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교, 국방을 제외한 모든 사무에 대해 파격적인 자치권을 갖는다는 제주특별자치도가 과연 교육, 노동,
의료에 대한 개방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자.
좀더 질문을 확대하면, 제주의 특별한 자치가 개방을 하기 위한 환경과 조건을 형성하기 위한 것인가?
일종의 연방주에 가까운 자치도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이 모든 것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인가?
이와 관련해서는 일부 언론에서도 많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즉 관련 정부부처의 반대와 비협조로 ‘반쪽 자치도’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 하는 지적이다.
결국 (자치)파라다이스라는 것이 중앙정부나 개방을 통한 외자유치가 있어야 이루어지는 것인가?
도지사께서도 일단 권한을 가져오자 그 속도와 내용은 나중에 결정하면 된다고 한다.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는 말도 빠짐없이 덧붙혀 가며 일단
가져오고 보자고 관련단체의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이 모든 논의와 논쟁의 핵심은 무엇인가? 국제자유도시이든 특별자치도이든 그 목적에는 도민의 삶의 질을 향상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제주도민의 행복된 삶을 위해서 이렇게하고 저렇게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엇이 우리에게 행복된 삶을 가져다주는가? 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바로 그 대답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해보자. 과연 그런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파랑새’라는 유명한 희곡이 있다. 어떤 사람이 행복을 준다는 파랑새를 찾으려 멀리 여행을 떠난다.
산을 넘고 바다도 건너고 들판을 지나고 계곡도 지나며 죽음의 나라와 과거의 나라까지 두루 다니며 파랑새를 찾아봤지만 찾지 못한다.
그러다가 자기 집에 돌아와서 집 문에 매달린 새장에서 파랑새를 찾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과연 무엇이 우리에게 (자치)파라다이스를 만들어 줄 것인가? 에 대한 심각하고도 근본적인 물음에 어떤 대답이 보편적이고 정의로운 것일까?
의료, 노동, 교육 개방을 통한 특별자치도가 우리의(제주) 파랑새가 될 수 있을까? 우선은 내 문 앞부터 살펴보자. 그리고 내
손에 있는 수저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부터 점검해보자.
<김상근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