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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취재파일]학부모들을 위한 휴일 운동회
[e-취재파일]학부모들을 위한 휴일 운동회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5.09.14 09:2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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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가을운동회 계절이 다가왔다. 학교 교정에는 변함없이 만국기가 펄럭인다. 하지만 운동회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은 그다지 기쁘지만은 않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나가 운동회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작 운동회에 참가를 하더라도 학부모들이 너무 많아 제대로된 경기관람이 어렵다.

 

#"학부모들을 위한 휴일 운동회"

최근 한 D초등학교에서 열린 가을운동회는 토요일날 열렸다.

오는 10월 3일 개천절 휴일에만해도 제주도내 17개 초등학교의 운동회가 열린다.

평소같으면 집에서 편히 쉬고 있어야 할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은 학교 운동회에 참가한다.

학교측에서는 왜 휴일에 운동회를 해야 하는지 어린이들을 설득하거나 가르쳐 주지 않았다.

어린이들의 축제인 가을운동회는 학부모들의 편의에 맞춰져 휴일에 진행된다.

어린이들은  불만스럽다. 특히 4~6학년 고학년 어린이들은 더욱 그렇다.

이 초등학교에 다니는 K어린이는 "토요일 오후 늦게까지 운동회가 계속돼 많이 피곤하다"며 "노는 날이 줄어들기 때문에 평일날 운동회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또 K어린이는 "휴일인데도 운동회에 참석못하는 부모님들은 얼마나 속상하겠어요"라며 "학부모들이 운동회에 많이 오는 것도 좋지만 학생들이 주인이 돼야죠"라고 어린스럽게 말한다.

그러나 학교측은 맞벌이 부부들이 늘어나면서 운동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학부모들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어쩔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도 "어린이들이 불만스러워하는 부분이 있긴하지만 상당수 의견은 아니다"라며 "요즘 학교 운동회는 마을축제처럼 치러지고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때문에 경기도 잘 안보여"

D초등학교 가을운동회에서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학부모들로 인해 정작 어린이들은 멀리 떨어져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학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경기를 한다면 서슴없이 경기 진행중임에도 불구하고 운동장을 가로지르기 일쑤였고 사진찍기에 바빴다.

학부모들은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고 어린이들의 대열 중간에 들어가 자신의 자녀앞에 섰다. 그러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중간에 학교측은 방송을 통해서 학부모들에게 제발 앉아달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운동장 가장자리에 있는 스탠드에 앉아서 율동을 지켜봐야 했던 어린이들은 몇몇 학부모들때문에 친구들의 율동을 볼 수 없었다.

뿐만아니다. 팀별 릴레이 경기에서도 어린이들은 멀뚱이 지켜봐야만 했다.

학교측도 막무가내로 돌아다니는 학부모들로 인해 경기진행이 매끄럽지 못해 연신 방송으로 "운동장 가운데로 다니지 마세요"를 소리높여야 했다.

#"어린이들을 위한 운동회돼야"

잠을 설치며 운동회를 기다리고 기다렸던 어린이들은 학부모들을 배려한 휴일운동회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경기에 임했다.

저학년 어린이들의 경우는 학부모들이 대부분 같이 참석해 율동을 같이하거나 자녀의 손을 잡고 경기에 직접 참가하기도 한다.

운동회는 학부모들을 위한 경기도 따로 마련해놓을 정도로 참여율이 좋았다.

또 어린이들도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언니, 오빠, 부모님 들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운동회에 참여했을 것이다.

그러나 운동회의 주인공은 어린이다. 자신의 자녀가 율동을 하고 경기에 참여하는 모습을 소중하게 카메라에 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학부모들의 참여는 지나치게 적극적이어서 어린이들은 운동회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휴일 운동회'의 긍정적 측면과 역효과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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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군 2005-09-23 22:01:59
아직도 이렇게 유치한 장난을 치는 넘이 있나.
이 기사에 대한 평가나 하고 픈 말이나 하지.
누구나 보면 뻔히 알 수 있는 장난이나 하고 있느니..ㅉㅉ

2005-09-16 10:33:02
가을운동회, 이젠 달라져야 한다
운동회 대신 알뜰시장, 아버지 교실운영 등 방안 마련해야

강상돈 시민기자 sijojoa@yahoo.co.kr

요즈음 각 학교에서는 운동회 준비가 한창이다. 이미 끝낸 학교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운동회 일정을 잡아놓고 연습이 진행되고 있다.

운동회 연습은 2학기 개학과 동시에 시작된다. 이러한 운동회는 보통 추석을 전후해 연례행사로 열린다.

운동회는 선생님, 학부모, 어린이, 지역주민들이 함께 참여하여 친화를 다지는 학교 최대의 행사로써 체육의 성과를 나타내고 학교체육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 초등학교 가을운동회 / 투데이DB

운동회는 일제강점기에 교육구국 운동의 하나로 대규모의 연합운동회가 자주 열렸다. 학교운동회를 개최함으로써 애국사상과 독립정신을 고취시키고 항일정신을 표출하는 계기로 삼았다.

광복 후에도 각 학교와 지역별로 단결심 고취와 향토애 발현의 행사로써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제는 선생님이나 학부모, 어린이들은 가을운동회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것 같다.

선생님들은 운동회 준비로 신경 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한시도 여유를 주지 않고, 바쁜 하루를 지낸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학부모들은 운동회에 따른 준비물 준비 등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예전에는 어린이들이 마냥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워서 기꺼이 물리적, 경제적 부담도 감수했지만, 지금은 입시위주 교육을 선호하기 때문에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그저 연례적으로 치르는 행사로 여겨 마지못해 참여할 뿐이다.

어린이들은 조금 다를지 모른다. 처음 운동회 연습을 시작할 때에는 지겨운 공부가 싫어서 좋아하다가 시간이 흐르면 뜨거운 햇볕과 흙먼지 속에서 강행되는 단순 동작의 반복연습 때문에 흥미를 쉽게 잃고, 연습과정에서 꾸중까지 듣게 되면 풀이 죽게 된다.

이렇듯 운동회는 환대받지 못하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 운동회가 왜 반세기가 넘도록 달라지지 않고 변함없이 이어 내려 올 수 있었는가.

그것은 교육을 통하여 국민 뿐 아니라 어린이까지도 통제하려는 권위주의 정권의 정치적 의도가 들어있지 않나 싶다.

운동회가 열릴 때마다 설치하는 개선문만 봐도 그렇다.(요즈음은 잘 설치하지 않지만)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의 개선문, 운동장에 바둑판처럼 일사분란하게 정렬을 강요하는 어린이들의 경직된 모습, 경기마다 군대식 질서를 강요하는 행태, 하루 종일 뙤약볕과 먼지 가득한 운동장 가장자리에서 질서 있는 응원을 강요당하는 어린이들의 고통 등 그 속에서 군사문화의 이데올로기를 엿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기계적으로 연출되는 운동회가 농경사회나 산업사회 시절에는 좋은 볼거리였다. 지금은 하루가 다르게 초고속으로 변해 가는 인터넷 시대, 영상 매체 시대, 디지털 시대이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옛날 방식을 그대로 고집하는 것은 아마도 운동회를 통하여 교육의 성과를 보여주고자 하는 과시욕은 아닐까.

최근에는 맞벌이 부모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토요일이나 휴일에 운동회를 여는 학교도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 밤에 여는 학교도 생기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이러한 것이 과연 우리 어린이들을 위한 것인지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운동회에 부모들이 많이 참석하는 것은 환영할만 일이다. 하지만 운동회의 주인공은 뭐니뭐니 해도 우리 어린이들이다. 그렇다면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운동회가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학부모들의 편의에 맞춰 휴일에 진행된다면 어린이들은 오후 늦게까지 운동회가 열리는 바람에 다음날 피곤하고, 수업에 지장을 준다. 또 한창 뛰어 놀아야 할 어린이들이 그만큼 뛰어 노는 시간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 때문에 어린이들은 불만을 나타내기 일쑤다. 차라리 평일에 그냥하는 것이 좋다고 투덜댄다. 따라서 '휴일 운동회'에 대해 깊게 생각해 봐야 한다.

최근 연례 행사였던 운동회가 사라지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운동회를 대체하는 행사를 여는 곳도 있다.

충북 청원군 같은 지역의 초등학교는 가을운동회를 하지 않는 대신 학예발표회나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잔치마당을 열었다.

또 서울 신천초교는 학교운동회를 하지 않는 대신 학예발표회나 가족 걷기대회, 알뜰시장, 아버지 교실 등을 여는 등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잔치마당을 열어 지역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처럼 운동회가 변화하고 있다.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여서 변화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프로그램이나 운영 등 예전보다 많이 달라진 보습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이렇게 달라지려고 하는 것은 옛날과는 다른 교육 환경도 한몫하고 있다.

연간 수업시간을 맞추기 위해 잦은 연습이 필요한 운동회보다는 수업과 연관된 발표회를 선호하거나, 운동장이 좁은 학교인 경우 전 학년이 함께 참여하는 운동회를 열기가 사실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운동회는 교육과정 운영상 열 수 있다. 그렇다면 운동회도 달라져야 하지 않겠는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학예발표회나 가족 걷기대회, 알뜰시장, 아버지 교실 등을 여는 등 운동회를 대체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왕 운동회를 할것이라면 보이기 위한 것보다는 운동회 근본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린이 중심으로, 교육목표에 맞는 형식과 내용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운동회 계획과 진행 등을 어린이 중심으로 바뀌어야 하며, 보이기 위한 것에서 어린이들이 즐기기 위한 것으로 기획·추진되는 주체성 있는 운동회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과거를 답습하는 관행이나 경쟁에서 벗어나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획·운영되어야 하며 학부모에게 경제적 부담을 안겨 주어서는 안된다.

또한 개인의 능력에 따른 차이를 극복하고 소외되는 어린이가 없는 운동회가 되어야 하며 준비와 연습과정이 학습 결손과 신체적 정신적 부담을 주지 않는 운동회가 되어야 한다.

운동회는 아이들이 서로 힘을 모아 경기를 하면서 서로를 배려하는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기도 하고, 연습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면서 인내력을 키울 수 있고, 또 은연중에 소질과 적성을 개발할 수도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무리한 연습과 그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떤 명분으로도 학습결과를 단지 학부모들이나 지역인사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방편이 되어야 하는 운동회는 차라리 없어져야 한다.

어른들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교육은 교육이 아니라, 어린이들을 잡는 훈련이 될 수밖에 없다.

교육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어린이들이 올바른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린이, 학부모, 선생님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해맑은 웃음소리와 함께 어우러지는 한마당 잔치가 풍성한 가을 하늘아래 펼쳐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05년 09월 15일 10시 08분 44초

애독자 2005-09-14 09:59:02
항상 기발한 소재를 발굴해서 취재접근하는 김 기자님 노고, 높이 살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