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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 은행 연체율 상승, "알아서 갚아라?"
제주지역 은행 연체율 상승, "알아서 갚아라?"
  • 홍용석 기자
  • 승인 2008.10.30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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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제주본부 제주지역 은행 연체율 분석 결과

제주지역 가계나 기업의 '살림형편' 그리고 금융기관의 '안전성'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30일 한국은행제주본부가 발표한 '제주지역 은행 연체율 동향 및 시사점'에 따르면 제주지역내 금융기관들이 대출금을 제때에 회수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중 1.0% 미만에 머무르던 제주지역 은행의 연체율은 올해들어 1%중반대로 상승했다. 대출부문을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둘로 나누어 봤을 때, 특히 가계대출 연체율의 상승폭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2007년말 0.64%에서 2008년 9월말 현재 1.09%로 증가했으며, 가계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중 0.74%에서 2.20%로 상승했다. 이는 연체율 전국평균을 크게 앞지르는 수치다.

한국은행제주본부에 따르면 제주지역의 연체율은 작년에는 전국평균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전국평균보다 0.49% 정도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  연체 증가 => 소비위축 => 경기침체 => 소득감소 => 연체증가의 악순환

여기서 '연체율'이란, 일정시점에서 총대출채권 중 연체대출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연체금액 / 대출금액 * 100> 의 산식으로 구한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빌렸다가 그 중 10만원을 못 갚았을 경우 연체율은 10%가 된다.

또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가령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가, 살림이 어려워져 만기가 지나도록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있다 가정(혹은 회사)이 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럼 '연체율 증가'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

우선,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우선 돈을 빌려 쓴 가정이 빌린 돈을 갚을 형편이 못 된다는 것으로 가정의 살림살이가 쪼들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가정들은 이전보다 더 허리띠를 졸라매고 아껴쓰게 될 것이고, 이런 가정이 늘다보면 제주지역경기는 더욱 나빠지게 된다.

한편, 연체율 증가는 돈을 빌려준 은행도 힘들게 한다. 돈을 빌린 가정이나 회사가 은행에 돈을 갚지 못하면 은행은 할 수 없이 담보로 잡은 집이나 땅을 경매시켜 그 경매대금에서 빌려 준 돈을 받아간다.

이 때 담보로 잡은 부동산가격이 빌려준 돈을 받아낼 만큼 높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고 부동산을 강제처분한 돈이 은행이 받아야 할 빚보다 더 작다면 그 차액만큼은 은행의 손실로 남는다.

그리고 이런 일이 자꾸 쌓이다 보면 은행의 손실액이 커지고, 결국 '은행의 부실'로 이어진다.

# 제주지역 경제주체 이미 해결능력 상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체율 증가'현상은 가능한 한 빨리 해결되어야 하는데, 현재 제주지역의 경제상황을 들여다 보면 이게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우선, 가정이나 회사가 빌린 돈을 갚으려면 '돈을 벌어야'하는데, 돈 벌 길이 보이지 않는다.

기업부문의 경우, 특히 건설업과 음식숙박업부분에서 큰 폭의 연체율 상승이 나타났다. 그런데 건설업의 경우 부동산경기침체로 인해 향후 전망이 어두운 상태이고, 음식숙박업의 경우도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앞으로도 고전이 예상된다.

가계부문도 상황은 비슷하다.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오르고 또 올라' 이제 9%를 넘어선 상황인데, 월급봉투는 예전 그대로다. 게다가 집 값 마져 떨어져 집을 처분해서 빚을 갚기도 난감하다.

제주지역 가계와 기업, 은행이 처해있는 현재의 상황은 하루라도 빨리 해결돼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빚을 못 갚고 있는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누군가가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빚을 연체한 가정이나 회사가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빚을 갚을 수 있는 상황은 이미 지난 것 같다.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소득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아무튼 알아서 돈을 벌어 갚아라'고 하는 건 당사자에겐 무리한 요구일 수 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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