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톨스토이의 동화 '바보 이반'이 떠오른다.
바보 이반이 다스리는 나라.

바보 이반의 나라에서는 다툼과 시기가 일어나지 않는다. 임금인 이반이나 백성들 모두 오로지 일하면서 부족함 없이 자기 생활을 영위하는데 만족해하며 생활한다. 이웃나라에서 싸움을 걸어와도 대항을 하지 않아 '싸움'이 성사되지 않았다. '돈'의 탐욕을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여 생활하였기에 재물을 놓고 분쟁하는 일도 생기지 않았다.
바보 이반은 임금이 된 후에도 농사일을 하였고, 악마들의 이간질에도 절대 빠져드는 법이 없었다. 명예나 돈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 주는데 흥미를 느끼며 농사를 짓는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우려되는 '민심 분열상'
요즘 제주사회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바보 이반'의 나라가 떠올려진다. 계속되는 갈등, 논란, 그리고 분열...
물론 지금의 현상은 제주가 21세기 국제자유도시와 특별자치도로 대변신을 꾀하기 위한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환기의 혼란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문제는 올곧은 정책을 결정하기 위한 단순한 논란의 연속이 아니라 민심이 분열되고 있다는데 있다.
도민사회의 논란은 올해들어 끊이지 않았다. 한라산케이블카 설치논란이 매듭될 조짐을 보이자, 화순항 해군기지 논란이, 이 문제가 도지사의 '논의중단선언'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자 다시 행정구조개편 주민투표에 따른 논란이 이어졌다.
주민투표가 끝난 후에는 주민투표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따른 위헌성 시비 및 시.군폐지 반대운동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이로인해 제주도와
시.군간의 갈등은 더욱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시.군폐지에 여전히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8월말에 들어서부터는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계획안의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이번에는 교육.의료시장 개방문제가 최대 쟁점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듯, 30일 열린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제주도에 대한 국정감사의 화두는 단연 '화합'이었다.
의원들마다 행정구조개편과 제주특별자치도 추진에 따른 '민심 분열상'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 의원은 지금 제주도에서 중요한 것은
'시.군통합'보다 '민심통합'이라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또다른 의원들은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되면서 나타나는 '지방자치 후퇴'라는
대안차원에서 '임기보장형 통합시장'의 선출제와 '도지사와 통합시장의 런닝메이트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갈등 해소 '도지사 약속'
이러한 의원들의 질문에 김태환 제주도지사의 기본적 시각은 현재의 갈등현상은 제주의 발전선상에서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 최근에 결성된 제주도민화합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갈등해소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제주특별자치도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일부 견해차가 있으나 대화를 통해 최대한의 '공약수'를 찾아나서겠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의원들의 '갈등'문제 제기에 급기야 김 지사는 단호한 어조로 지사가 책임지고 갈등을 해소시키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갈등을 해소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그는 '책임지고'라는 말을 강조함으로써 국감장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제, 국감장에서 밝힌 김 지사의 약속이 앞으로 어떻게 지켜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반목과 갈등양상이 하루아침에 손을 맞잡고 화합하는 사회로 변모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김 지사의 약속에 따라, 최소한 앞으로는 현재 제주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논란이 치유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열 사람의 한걸음'이 중요
꼭 '바보 이반'과 같은 사회가 아니어도 좋다. 김 지사의 말마따나 사회의 발전선상에서 논란과 갈등은 일부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일런지 모른다. 오히려 '모순'과 '모순'이 대립해 발전적 새로운 '모순'이 탄생하듯, 현재의 사회현상을 그런 시각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갈등과 논란이 나타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렇지만 한가지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 하더라도 그 수혜를 받는 당사자격인 도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훌륭한 정책'이라 할 수 없음을 두말할 따위가 없다. '한 사람의 열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의 자세가 중요하다.
바로 이것이 '바보 이반'사회를 현실적으로 재구성한 사회의 모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