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33 (금)
[데스크논단] 두터워진 갈등의 벽, '타협의 시도'
[데스크논단] 두터워진 갈등의 벽, '타협의 시도'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5.10.28 16:31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의 정부 말기, 한 저명한 정치인이 제주에 내려와 연설을 하는 와중에 '정치는 타협의 산물'이라고 강조했던 기억이 있다. 차기 대통령선거를 위한 후보자 경선을 하면서 대권주자간 옥신각신하는 상황, 의약분업 등의 문제로 시끄러운 사회정국 등 국정난제를 풀어나기 위해서는 '타협'의 묘미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사실 '타협'이란 말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긍정적 측면 보다는 어딘가 모르게 간사스러워 보이고 개량주의적 이미지가 풍겨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과거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이 거세게 일어날 때에는 '비타협적 투쟁'이라는 구호가 성행하기도 했다.

독재정권과는 비타협적으로 투쟁을 벌여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후 이러한 구호는 변화하는 사회 패러다임 속에서 수면 위로 그다지 등장하지 않았다.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표출하는 대중사회에서 '비타협적 투쟁'보다는 '공동의 이익'을 토대로 대중운동, 시민운동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 '타협'도 좋은 문제해결 방법

물론 액면 그대로 놓고 해석해보면 그다지 부정적 이미지만은 아니다. 어떤 일을 서로 양보하여 협의하는 것, 그 자체는 부정적 이미지 보다는 긍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타협이 이루어지다', '남북 간의 문제는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야 한다'는 등의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의견을 어느 한쪽으로 몰아가는 것보다는 적절한 공통분모를 찾아 합의점을 도출해내는 '타협'은 문제를 풀어나가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인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또 하나, 정치에서 볼때 시기나 사안에 따라 타협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 '협상 실력가'들이 존재한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극한 대립을 보이다가도 막판 타결을 이끌어내는데에는 이러한 '실력가'들의 숨은 능력이 있다.

#해결 실마리 보이지 않는 특별자치도 계획

오늘 '타협'을 화두로 삼은 것은 제주특별자치도를 둘러싼 대립과 갈등이 갈수록 첨예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초 입법예고되는 제주특별자치도와 행정구조개편 관련 2개의 특별법은 다음달 하순께 정기국회에 제출돼 연내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별자치도 계획은 현재 의료와 교육산업화 분야를 놓고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있다. 제주 뿐만 아니라 전국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나섬으로써 제주 현안이 아니라 전국적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다.

하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혹 국회통과를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나면 반발여론이 제 풀에 지쳐 수면아래로 가라앉지나 않을까 하는 식자들도 있을지 모르나, 이는 민주적인 방식은 아니다. 다수가 옳을 수도 있고, 소수가 옳을 수도 있다.

전 국민적 합의점을 찾기는 힘들다고 해도, 최소한 제주도민이 직접적인 당사자 위치에 있기 때문에 제주도민의 공감대 형성이 뒷받침돼야 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함이 아닌가.

잘 살아보자고 추진하는 일을, 잘 살아야 할 당사자의 반발을 무릎쓰고 일방적 계획추진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간 촉박함에 도민의견 수렴 제대로 될까

물론 제주도당국은 향후 입법예고가 끝나면 공청회 등을 통해 도민의견을 수렴해 법안에 반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과 분위기로 봐서는 '도민의견 수렴'은 분명한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을 듯 하다.

무엇보다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11월 내에 정기국회에 제출하려면 당장 공청회를 개최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법제처 심사, 당정협의, 국무회의 의결 등 일련의 절차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일정에 쫓겨 과연 의견수렴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공청회를 개최한다 해도 추진계획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입장과 반대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릴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여기서 제시된 의견을 총화할 수 있는 방안은 또 무엇인지, 그저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타협의 시도, 제주도가 적극 나서야

여기서 한가지 기대해본다면 '타협의 시도'이다. 지난달 제주도와 '제주특별자치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교육.의료분야를 놓고 '대화채널'을 가동했던 것처럼, 다시한번 대화를 시도해 공통분모를 통해 대 타협점을 찾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여기서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제주도 당국이 원만한 대화와 타협 시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한다. 이는 제주도와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실질적 주체이기 때문이다.

몇날 밤을 새며 토론을 하는 있어도 국회심의가 본격화되기 이전에 도민공감대는 형성돼야 한다. 대화해 봐야 원점에서 쳇바퀴만 돌 것이라고 단정하기 보다는 마지막까지 대화하고 타협점을 모색해보는 시도는 현 시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시간이 지날 수록 두터워져만 가는 갈등의 벽.

진정한 제주의 미래를 위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때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말이야 2005-10-29 13:07:08
...

후배 2005-10-29 11:08:41
반가워요

벽의 외침 2005-10-28 18:20:24
제주도는 도청앞 천막농성장에도 눈길조차 안주자녀.

대화할 맘이 있었으면 실무자들을 천막농성장에 매일같이 보내 설득하고 타협 시도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