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3회 제주도의회 정례회 행정사무감사가 대다수 의원들의 '무성의'로 '맹탕 감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감사를 벌이는 의원들과 수감에 임하는 집행부 사이에서는 다양한 백태가 연출되고 있다.
여기에 의원들의 엉뚱한 질문에서 비롯되는 '코믹분위기'에다, 집행부의 답변에서는 '지나친 자신감'을 보여주는 듯한 용어표현도 계속되면서 진지해야 할 행정사무감사장에서는 간간이 웃음이 터져나왔다.
#"저출산 담당국장이 왜 결혼 안하냐" VS "결과적으로 저출산 일조해 미안"
0...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최대 하이라이트'는 지난 23일 열린 행정자치위원회의 보건복지여성국에 대한 감사를 꼽고 있다.
질문에 나선 고석현 의원은 제주지역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점을 의식한 듯, 이에대한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고 의원의 질문 포커스는 다소 엉뚱하게 이뤄졌다.
고 의원은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대해 지적한 후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한데 담당국장이 결혼을 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물었다.
그러자 아직 미혼인 담당국장은 "결혼을 하지 않으려고 해서 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결과적으로 저출산 문제에 일조한 것 같아 미안하다"고 응수해, 도의회는 일순간 웃음바다가 됐다.
#영어 질문-답변에 "우리도 알아야 할 것 아니냐" 볼멘소리
25일 오전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열린 행정자치위원회의 총무과에 대한 감사에서는 국제화시대에 걸맞게 영어를 통한 질문답변이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이날 화제의 주인공도 고석현 의원.
고 의원은 공무원 장기국외훈련이 7급이상 일반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1년 기간으로 다니고 있는 점을 들며, "1년이라는 기간이 너무 짧다. 외국어를 어느정도 구사할 수 있으려면 최소 2년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 의원은 국외훈련을 다녀온 김용구 인사담당에게 영어로 질문할테니 한번 대답해보라고 주문했다.
이어 고 의원은 영어로 질문했고, 김 인사담당은 유창한 회화실력을 뽐내며 영어로 답변을 했다.
한참을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던 중, 모 의원은 "영어로만 질문과 답변을 하면 어떡하냐. 우리도 알아야 할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고 의원은 "앞으로 공문서 처리도 영어로 해야 하는 시대에 와 있는데 국외훈련에 대한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고 의원의 이러한 영어질문 시도에 대해 도의회 주변에서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감사장의 분위기에는 걸맞지 않은 '돌출 액션'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교차했다.
#특별자치추진단 감사에서도 '영어 질문'
계속된 제주특별자치도 추진기획단에 대한 감사에서도 고석현 의원은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영어로 또다시 질문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김창희 단장은 "저는 실력이 부족해서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솔직하게 답변하자, 같은 부서의 조상범 사무관이 일어서서 구체적으로 답변했다.
고 의원은 세차례에 걸쳐 영어질문을 한 후, 김창희 단장과는 사적으로 사제지간이라고 소개하며 질문을 마무리했다.
#"천지신명께 맹세하건데....분골쇄신..."
0...지난 23일과 24일 열린 농수산환경위원회의 농수축산국에 대한 감사에서는 이종만 해양수산과장의 '열성적인(?)'인 답변이 눈길을 끌었다.
첫날 이 과장은 김병립 의원이 인공어초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추진하는데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며 내년부터라도 이 부분에 대해 시정할 것을 촉구하자, "천지신명께 맹세하건데 결코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시정 약속을 받아내려는 김 의원이 답변을 명확히 해줄 것을 거듭 주문하자, 이 과장은 목소리를 더욱 높이며 "믿고 시간을 주십시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라는 말을 몇번이고 되풀이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내년부터 그러지 않겠다고 하면 될 것을..."이라며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질문을 마무리했다.
이 과장은 감사 이틀째인 24일에는 고동수 의원이 해양수족관건립사업의 타당성용역을 확실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하라는 주문에 대해서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려는 듯, "분골쇄신하겠다"고 말해 또한번 웃음으로 회자됐다.
# 자치행정과장에 가로수문제 답변 재촉...'번지수 잘못 찾은 질문'
0...24일 열린 행정자치위원회의 자치행정과에 대한 감사에서는 고석현 의원이 소관업무내용과는 비켜간 사안을 놓고 물고 늘어져 웃음을 샀다.
고 의원은 도민제안 공모에서 제안내용을 좀더 포괄적으로 수용할 것을 주문한 후, 감귤나무 등을 가로수는 심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난감해진 고경실 과장은 "전문적인 진단이 필요하다"며 말문을 흐렸는데, 그러자 고 의원은 "왜 핵심을 비켜가느냐"며 목소리를 높이며 거듭 재촉하고 나섰다.
# "도의회 의장이 건배 제의나 해야 하나"
이와함께 이 감사에서는 한성율 의원이 최근 열린 바르게살기운동 전국대회에서 제주도의회 의장이 축사를 하지 않은데 따른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한 의원은 "의장이 단상에서 축사를 못하더라도 책자에는 축사정도라도 실러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만일 제주도지사가 축사가 빠졌다면 어떻겠느냐"고 힐책했다.
한 의원은 이어 "도민의 대표인 의장이 환영자리에 가서 건배 제의나 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자 고경실 과장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