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동안 제주도청 예산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제주도청 예산은 도청 공무원들과 도민들이 뽑아 준 도의원들이 알아서 하는 일’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기회가 있어 도청 예산서라는 것을 직접 볼 수 있었다.
‘2006년도 세입․세출 예산안 사항별 설명서’라는 책자였다. 물론 주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하겠다는 제주도청에서 친절하게 예산서를 공개한 것은 아니다.
도의회에서 확정된 예산안이 아니라서 공개할 수 없다는 도청 공무원의 말을 뒤로 하고 결국 비공식적으로 확보해야만 했다.
#"우리가 낸 세금을 이렇게 맘대로 쓴다니..."
1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불량과 깨알 같은 숫자 속에, 내년도 제주도 살림살이가 빼곡히 기록돼 있었다. 내년도 예산 규모만 1조1000억원이다.
예산 관련 용어와 예산분석 매뉴얼 등 기초 내용들을 숙지한 후 예산서를 보기 시작했다.
‘이 예산은 도대체 왜 편성된 거지?’에서 시작된 의문은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 마다 ‘이래도 되는 건가?’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다 결국 ‘아니, 우리가 낸 세금을 이렇게 맘대로 쓴다니…’라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인 문제 예산을 거론하면 대충 이렇다. 국제학술대회도 아닌데 세미나 예산에 1억이 투입되는 경우는 드물다.
#"친환경급식 예산은 줄이면서 소모성 행사비는 '억'..."
그런데 「제주도행정계층구조개편추진기획단」예산 가운데는 ‘도민화합 세미나’에 1억원이 편성됐다.
세미나를 통해 도민화합이 이뤄질지도 의문이지만 초호화 세미나인가 보다. 또 ‘행정계층구조개편에 따른 선진지 실태조사’에 1억원이 편성됐다.
일각에서는 지난 7월27일 주민투표 당시 소위 혁신안을 지지했던 사람들에 대한 보상적 성격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보내고 있다.
또한 ‘제주방문의 해’ 개막행사비로만 4억5000만원이 편성됐다.
‘제주방문의 해’ 관련 행사비만 따로 정리하면 10억원이 넘는다.
최초의 주민발의라는 사회적 합의까지 마쳤던 우리 아이들을 위한 친환경급식비는 대폭 줄이면서 이런 예산들은 ‘억’소리 나도록 늘이는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그리고 매년 제기되지만 절대로 고쳐지지 않은 민간단체 지원예산은 오히려 늘어났다. 아마 내년이 선거라 이를 의식해서 편성한 듯싶다.
이 밖에도 도청 각 실과별로 찬찬히 예산서를 뜯어보면 한심스럽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예산이 부지기수다.
#"지역구 챙기기식 수준 벗어나지 못해...'예산도둑' 방관자 되려는가"
실제 민주노동당 제주도당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선심성, 낭비성 예산이 100여건이 넘는다고 한다.
이제 낭비예산안은 심의권한을 가진 제주도의회 의원들 손에 넘겨져 있다.
제주시의회처럼 모두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하겠다는 코미디를 연출하지는 않았지만 믿고 맡길 수준은 아닌 것 같다.
도의회 의원들이 상임위원회별 심의한 내용에 따르면 고민한 흔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도민의 입장에서 날을 세워 삭감할 예산과 증액할 예산을 제대로 심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도의원들의 지역구 관련 예산이 증액되는 등 노골적인 ‘지역구 챙기기’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제 상임위별로 예산심의가 끝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2006년 제주도 살림살이 재정이 확정된다.
7대 도의회 마지막 예산심의인 만큼 ‘예산도둑’의 방관자 또는 공모자가 되지 않도록 도민의 대의기관에 걸맞는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펼쳐주기를 ‘혹시나’하며 기대해 본다.
물론 그 평가는 도민들이 할 것이다.
<홍 순 아 제주주민자치연대 지방자치 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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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고 싶어 안내는거 아니고 가진게 땡전 한푼 없다.
그러나
열받네
세금 도둑같으니라구.
의원님네 정신차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