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9:15 (목)
"새해에는 좀 더 논쟁적인 사람이 되자"
"새해에는 좀 더 논쟁적인 사람이 되자"
  • 장금항 객원필진
  • 승인 2005.12.30 09:5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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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항 목사, '2005년 을유년 한 해를 마감하며'

해를 보내고 맞는 것은 순전히 마음의 일이다. 무심한 세월에 방점을 찍어 묵은해와 새해를 구분하는 것은 세월의 무상함을 이기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의 의지를 작심삼일이지만 다시 추켜세우려는 가엾은 노력이리라.

그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온다. 피가 뛰는 젊은 날이라면 가버린 사랑을 후회하며 다가올 새로운 사랑이라도 기대하겠지만 자식 낳고 사는 일에 지친 우리에게는 그러한 사치도 용납되지 않는다.

다만 자손들이 무탈하고 벌어먹는 생업이 안정되어 무사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러나 여럿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이것이 만만치 않다.

하기야 고대로부터 '먹고사는 일'이 쉬웠던 적이 있었으랴마는 외향의 눈부신 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 안의 살림은 더욱 곤하다.

내가 사는 농촌의 경우만 보아도 충청도 어디의 농민회는 쌀 농사가 가망이 없어지자 제주에 브로콜리 재배법을 배워갔고, 남해의 어디는 한라봉 키우기가 한창이란다.

강원도에서 쌀 농사대신 감자를 짓자 제주감자가 저번에 폭락했다. 섬의 특성상 운송비가 만만치 않은 제주 농업의 현실에서 육지의 농사를 당 할 수 없다.

중국 어디서는 한국과 일본을 겨냥한 귤농사가 한창이라는데 최상품 10%만을 잡아도 60만톤이 넘는단다. 감귤이 WTO의 농산물부문에서 '민감품목'에서 제외딜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를 접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마늘은 어떻고 양배추는 또 어떠한가. 관광산업과 함께 1차 산업의 비율이 높은 제주경제의 즉성상 농민들 살 일이 첩첩산중이다.

관광의 경우 돈 되는 신혼부부는 저가의 동남아로 다 빠지고 허드레 만원짜리 파품 한라봉이나 사가는 수학여행만 는다.

주 5일제 시행으로 주말에 밀려오는 가족단위 관광객은 항공사나 좋지 실제 렌트카 빌려 콘도에서 밥해 먹고 컵라면으로 끼니 때우는 여행객이라 도민 살림살이에 별 도움이 안된다.

돈 많은 골프관광객은 밤에 돈을 쓰고 싶어도 카지노도, 여흥시설도 시원치 않아 싸안고 갖고 온 돈 그대로 올라간다.

이 이야기는 그만 하자. 이 글은 섭지코지에 올인 기념관 지어놓고 제주관광에 기여할거라는 저 멍청한 것들과 세계화 개방화 이래로 신자유주의에 떠밀려 망망대해에 표류하는 우리 인생을 한탄해 봐야 입만 아프다.

그리고 고명하신 교수님과 식자들이 잘 말하시니 강조할 것도 없겠다. 우리가 정작 말해야 하는 것은 사는 일이 힘들다는 당연한 사실이다.

이 당연한 사실에 기초해서 새해를 설계해 보자는 것이다.

오일장의 할머니들 힘든 것이 경제가 좋지 않아서라는 막연한 이야기말고 E마트와 집안의 냉장고 때문에 시장통의 할망들이 힘들다는 구체성을 갖고 미래를 말하자는 것이다.

이 통찰력과 구체성이 있으면 선거때마다 재래시장에서 할망들 손잡고 심각한 표정짓는 박근혜가 대안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테고 그러면 우리는 정치적으로 또 한 단계 진보할 수 있고 더 완성된 정책을 만들 수 있다.

분배 정의가 봉급장이 세금 뜯어 방과 후 아이들 공부방, 요양원 노인들에게 지원하는 김근태식의 분배가 복지 정책이 아니라 학원비 때문에 정작 아이들지역아동센터에 맡기고 노래방으로 식당으로 아르바이트 가는 어머니들의 현실을 알고 공교육을 더 강화하는 교육정책이 복지 정책일 수 있다는 도발적인 상상이 우리의 현실을 더욱 개선할 수 있다.

제발 당연한 소리. 지당한 원칙만 말하고 각론에서는 아무 내용도 없는 쉰소리는 그만하자.

지식과 말이 넘쳐서 모두가 식자고 모두가 전문가인데 지당한 소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격식과 체면은 자기 사는 일의 테두리에서 지킬 일이고 공론의 장인 이 인터넷에선 논쟁적이고 선동적인 이야기를 하자.

반대 의견은 있었으되 논쟁은 없어 아무도 검증해 내지 못했던 황우석 파문을 생각해보자.

새해에는 논쟁을 하자. 각기 옳다고 생각하는 의견을 말하자. 그래서 더욱 심화하고 검증하자. 사는 일은 여전히 무겁고 고통스러운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죽을 때까지 계속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당연한 케리그마(설교적 선포)에서 그치지 말고 왜 어려운지, 방법은 있는지, 대안은 현식적인지 대놓고 붙어보자.

우리가 다 아는대로 '특별자치도'의 경우처럼 감정 싸움만이 아니라 내용과 현실(사실)을 두고 논쟁해 보자.

허망한 것은 시간 지나면 금방 거짓과 과장으로 드러나고 타당한 것은 시간 지날수록 설득력을 얻게 된다.

금연. 금주. 다이어트 이런 당연한 새해결심에 솔직히, 논쟁적으로, 그러면서도 흥분하지 않는, 그러면서도 조금은 과격한 논쟁을 한다는 결심도 덧붙여보자.


<상명에서 장금항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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녽쟁 2005-12-30 10:31:39
참 잼있는 글 잘읽었슴니다

새해인사 2005-12-31 12:21:26
목사님! 글로 만날 수 있으니 더욱 좋은 것 같습니다.
올해 끝자락에서 새해를 코앞에 두고 인사를 해야겠데... 늘 하는 공갈새해인사지만 "좋은 일만 가득하길.." 이래 인사를 해야 1년에 한두개라도 좋은일이 생기지않을까요?(너무 소심한 생각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