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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비는 괜찮죠?"..."가다 지치면 쉬었다 가고~"
"이 정도 비는 괜찮죠?"..."가다 지치면 쉬었다 가고~"
  • 조승원 기자 / 김환철 객원기자(사진)
  • 승인 2010.02.27 16:00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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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 제7회 '아름다운 동행, 함께하는 제주기행' 개최
솜다리로타리클럽 공동 주관..."장애인 차별 없는 세상 만들어요"

함께하는 동행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적 요소를 하나씩 개선해 나간다는 것이 이 행사의 취지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국제봉사단체인 제주솜다리로타리클럽(회장 김경란)이 공동주관 단체로 참여해 그 의미를 더했다.

일곱번째를 맞은 '아름다운 동행'은 제주도내 장애인 가족과 학부모, 어린이, 자원봉사자 등이 참가한 가운데 제주미니미니랜드 관람을 시작으로 함께하는 발걸음을 옮겼다.

본격적인 발걸음을 옮기기에 앞서 윤철수 미디어제주 대표이사는 "오늘 행사가 참가한 장애인과 비장애인 여러분 모두 한마음이 돼 격의없이 즐기고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며 '아름다운 동행' 일곱번째 걸음의 시작을 알렸다.

또 김경란 회장은 "오늘 처음으로 동행에 동참하게 됐는데 장애란 약간의 불편함이 있을 뿐 남과 전혀 다르지 않기에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같이 공부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행사를 공동주관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이날 동행은 3.1절 연휴를 맞아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관광지를 중심으로 해 이뤄졌다. 오전에 제주미니미니랜드를 방문하고, 점심시간을 가진 후 오후에는 태왕사신기 드라마촬영장인 파크써던랜드 관람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순서로는 사설 관광지 한 곳을 더 볼 예정이었으나, 궂은 비날씨로 인해 제주항일기념관 관람으로 대체됐다.

연휴기간 사설 관광지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잡은 것은 관광객들의 이동코스와 똑같이 걸음을 하면서 '함께 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아직도 요원한 것은 무엇이고, 그리고 개선되는 점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자는 의미다.

 #"비싼 돈 들이며 세계여행 갈 필요가 없네요^^"

첫 기행 코스인 제주미니미니랜드에 도착하자 어린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어린이들은 가족과 함께 걸으랴 공룡 모형, 에니메이션 캐릭터 모형, 세계 각국의 건물 축소 모형 등을 구경하랴 바빴다.

이날 가족과 함께 동행에 참가한 추충실씨(66)는 미니랜드을 가득 채운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건물들을 보며 좀처럼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추씨는 "여기 온 세계가 다 있으니까 굳이 비싼 돈 들이며 세계여행 갈 필요가 없는 것 같다"며 건물들의 설명까지 꼼꼼이 살피는 등 세계여행에 열중했다.

딸, 조카들과 함께 동행에 참가한 김양희씨(44, 여)는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들은 관광지를 다니기가 쉽지 않은데 오늘같은 자리가 마련돼 좋다"며 미니랜드의 조형물을 배경으로 카메라 셔터를 열심히 눌러댔다.

미니랜드 관람 뒤에는 교래리의 한 식당을 찾아 아름다운 동행 참가자들이 점심식사를 함께 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동이 불편하면 업어서라도 가야죠~"

다음으로 아름다운 동행의 발걸음이 닿은 곳은 파크써던랜드-태왕사신기 촬영장.

이날 오후들어 굵어지기 시작한 빗방울이 더 굵어질까 걱정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촬영장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동행 참가자들은 촬영장 내 고구려 왕이 앉았던 의자에 앉아 호령을 내리고 가족 단위로 사진을 찍으면서 뜻깊은 시간을 나눴다.

가족과 함께 참가한 결혼이주여성 레니씨(23, 필리핀)는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주연을 맡은 연예인 배용준씨를 가리키며 "잘 생겼다. 이름이?"라며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태왕사신기 촬영장은 2008년 인기리에 방영된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제작한 곳으로, 촬영장 그대로의 분위기를 간직하다보니 구조가 복잡했고, 계단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곳곳에 자원봉사자들이 휠체어를 끌어주고 들어주는 모습, 장애인 참가자를 등에 업고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자원봉사자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날 자원봉사자로 참가한 구희주씨(26)는 "머릿속으로는 항상 봉사활동같은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기회가 없었다"며 "오늘 이런 기회가 마련돼 너무 뜻 깊고, 앞으로도 동행에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일곱번째 아름다운 동행은 어느덧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원래 계획된 기행코스의 세번째는 김녕미로공원이었으나,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로 인해 불가피하게 실내를 찾아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3.1절 앞두고 '떠오르는 기억'...항일기념관서 '의미있는 마무리'

그렇게 해서 다음으로 발걸음이 닿은 곳은 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 항일기념관.

비를 피하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이틀 앞으로 다가온 3.1절의 의미를 되새기고 동행에 참가한 어린이들에게 항일운동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항일기념관을 찾았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3.1운동이 왜 일어났는지, 왜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3.1운동을 일으켰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며 항일기념관을 구경했다.

가족과 함께 참가한 이만춘 할머니(79)는 "내가 17살때 내 친구들이 일본순사에 의해 많이 죽임을 당했다"며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오복수 할머니(76)는 조천만세운동 등이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재현된 모형을 어린이들과 함께 보며  요목조목 설명해주기도 했다.

1층과 2층으로 이뤄진 항일기념관은 휠체어를 타고 돌아다니며 구경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널찍했지만, 엘리베이터 시설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가 갖춰져 있긴 했으나, 휠체어를 하나 밖에 옮길 수 없는 점과 조작의 불편함이 아쉬웠다.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장애인의 수만큼 확보되지는 않아 아쉽다는 오영종씨(57, 지제장애 4급).

오씨는 "곳곳을 돌아다니며 보면 공공화장실의 문턱이 높아 이용하기 힘든 경우도 많고,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없는 곳이 태반"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제주도내 장애인 시설에 대한 숙제와 아쉬움을 남긴 채 어느덧 아름다운 동행 일곱번째 걸음의 끝이 보였다.

변종호 제주도지장협 기획부장은 "한, 두번하고 끝날 줄 알았던 미디어제주의 아름다운 동행이 벌써 일곱번째가 된 것을 축하하고 고맙다"며 "동행 참가 인원이 정해져 있어 더 많은 장애인들이 함께 하지 못해 안타깝다"면서 여덟번째 동행을 기약했다.

참가자들을 태운 버스가 제주시 종합운동장에 도착하고,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에 또 같이 걸어요"라는 말을 끝으로 일곱번째 걸음을 마무리했다.

장애인을 돌봐주기만 할 대상이 아닌 존엄성을 가진 한 인간으로 보자는 취지의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 즉 장애인차별법이 시행된지는 벌써 2년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이 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사실.

이러한 법이 없이도 '함께하는 세상'은 언제쯤 올련지. 하나씩 개선해 나가려는 함께하고 소통하는 마음이 절실한 시점이다.

처음부터 차별이란 것이 없어서 장애인차별법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앞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의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하지 않는 세상을 향해 나아갈 '아름다운 동행 여덟번째 걸음'을 기다려본다. <미디어제주> 

<조승원 기자/ 사진=김환철 객원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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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희 2010-04-06 17:20:46
너무 좋은하루였어요.
한번가봐야지 하면서도 가지는 못하고 말로는 다음에가자 다음에가자 이야기만하고 가지못해서 아이에게 미얀했는데. 너무도 재미있고 추억에 남는 공부를하게 되었어요.
제주항일기념관을 다녀와서는 일본사람들이 왜 우리나라사람을 때리냐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에 평화 박물관 갖을때도 그런말을 하던데 우리나라 사람을 괴롭히는 일본 사람들이 나쁘다는 것이었습니다.미디어제주 관계자 여러분 진심

김은주 2010-03-02 22:31:43
참 재미있었고 신나는 하루였습니다. 미니랜드에서 세계각국의 미니조형물들을 볼수 있어서 좋았고 만화 캐릭터에서 동생들과 아빠가 사진찍어줘서 좋았습니다. 태왕사신기에서는 드라마에서 나온 모습을 생각했고 웅장한 모습에 놀랐습니다. 제주항일기념관에서는 일본사람이 우리조상들을 고문하는 모습에 가슴이 아파습니다. 일본사람은 나쁜사람인것 같아요.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다시 가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김성호 2010-03-02 22:14:32
비가 오는 굿은 날씨에도 장애인들의 나들이에 힘써 주신 미디어 제주 직원분들 및 제주 솜다리 로타리 클럽 회원분들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개인적으로 10여년만에 외출이고두 딸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었던 여행이어서 더더욱 기쁘고 고마웠던 시간으로 남을것 같습니다. 즐거워하는 얼굴과 눈빛에서 미디어 제주에 대한 고마움을 느꼈고 바로 그것이 우리가 해야할 몫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한승철 2010-02-27 21:32:51
날씨가 궂은데도 밝은 표정, 좋은 행사, 너무 흐뭇합니다.
미디어제주의 사랑나눔과 헌신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좋은 시간, 좋은 추억 오래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한승철 2010-02-27 21:32:17
날씨가 궂은데도 밝은 표정, 좋은 행사, 너무 흐뭇합니다.
미디어제주의 사랑나눔과 헌신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좋은 시간, 좋은 추억 오래 기억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