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대로 어느 정도의 성과가 보장되는 현실이 급변할 경우 능동적인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아 그 공동체의 피해가 클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조직체계를 강조하는 우리의 사회적 관습으로 볼 때 개인을 중시하는 서양의 경영 풍토는 낯선 것이었다.
그 낯선 것이 '97년 외환위기 속에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모든 부분에서 진행되어 제주도에서도 시군 폐지. 특별자치도가 공론화 될 만큼 흔한 것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 속에는 조직과 사람사이를 구분하는 서양의 합리성이 없기 때문에 이룬 성과는 적고 혼란은 많다.
그것은 수십 년의 군사독재속에 군대식 조직은 늘 강조되면서도 마피아식 보스체제로 사람에 따라 줄을 서고 조직이 개편되는 원칙 없는 이중적 세월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스템 정부'를 강조하는 현정부에서도 사람에 따라 원칙과 결과가 변하고, 조직에 따라 사람도 변하는 이중적 체제가 여전하다. 우리는 여전히 조직-체제와 그것을 사람을 통해 극복하려는 유연성사이에서 혼란하다.
그리고 그 '혼란'의 중심에 시군 폐지, 특별자치도가 있다. 나는 아직도 시군 폐지 이후 2개의 행정시가 지금보다 효율성을 가질 것인지, 7월 출범예정인 특별자치도가 정말 특별하게 제주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다.
#"안정된 조직에서는 누가 도지사 해도 성과는 있다"
혼란과 말끔히 정리되지 않은 논쟁 속에 선거철이 돌아왔다.
개인적인 편견이지만 중앙정부가 도지사를 인선했던 관선의 때가 지금의 민선의 때보다 효율성과 집행력은 나았다고 생각한다.
민선의 때가 토호세력과의 유착을 통한 난개발, 선심성 예산집행, 차기선거를 겨냥한 인기위주 정책으로 재정낭비가 더 심화됐다는 주장이 있는 것을 보면 적어도 아직까지는 과도기인가 보다.
그렇다고 일부 폐해 때문에 중앙집권시대로 회기하자고 할 수도 없다. 높아진 국민의식이 그것을 수용 할 리도 없지만 작은 정부, 지역의 정치 역량 강화를 통한 국가 경쟁력강화라는 시대적 명분을 뒤집을 수 없기 때문이다.
좋으나 싫으나 차선이라도 택해야 하는 선거를 우리는 치러야 한다.
서두에도 말했지만 조직이 잘 갖춰있고 안정적일 때는 누가 도지사를 해도 일정한 성과는 있었다.
그래서 나는 조직에 더 점수를 주는 사람이지만 지금 제주도가 맞게 된 현실은 과거와 달라 사람이 주가 되어야 할 판이다.
지금의 관료조직과 행정경험으로는 외부로부터 강요되는 개방과 변화의 욕구들을 감당할 수 없다. 관료 마인드로는 현정부가 추진하는 경영마인드를 당할 수 없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정통관료출신인 현 도지사보다 현명관회장을 선호한다.
그렇다고 전적인 지지는 아니다.
관료조직 속에서 그 조직을 기반으로 일정한 성과에 만족하던 김태환지사보다는 이윤추구가 목적인 재벌체제에서 살아남은 현명관 전 회장의 생존력에 점수를 주는 것이지 공평타당해야 할 도정에서 기업인으로서 그가 보편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가의 의구심을 거둔 것이 아니다.
하여튼 도지사의 꿈을 꾸는 후보들은 제주가 맞이한 상황이 만만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표를 던지는 우리 도민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혼란한 과도기를 헤쳐갈 도지사와 도의원을 뽑는 이 선거의 때가 너무 조용하다는 것이다.
#"특별자치도 초대 도지사 선거는 좀더 치열해야"
아직 초반이기는 하지만 제주미래에 대한 후보자들의 대안과 정책들이 논쟁되고 검증되어야 할 뜨거운 선거가 아니라 현재의 지지도와 확보한 사람 속에서 정책이 아니라 지지기반으로 선거를 치르려 한다는 것이다.
정책개발보다는 정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애를 쓰고, 개인의 주가를 올려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잔머리에 열중한다.
속아지 없는 저 입바른 인사들은 선거 후유증 운운하며 도민화합을 위해 차분한 선거를 치르자며 글을 써댄다.
차분한 선거를 하면 혈연, 지연, 학연 선거가 되지 제주에서 정책선거가 되겠는가?
과열선거하자. 혼탁선거하자. 비방선거하자. 박 터지게 싸우자. 그래야 나아진다.
선거라도 뜨거워야 정치적 무관심에 빠진 우리 도민들이 그나마 제주 미래를 고민할 기회를 갖게 되며 지금의 도정과 정책들이 비판받고 평가받아야 더 다듬어진 특별자치도가 될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이다. 현명관 전 회장이 한나라당에 입당해 경선이 큰 싸움이 될 판이다. 인신공격이든, 네거티브 선거든지, 건전한 정책대결이든지 치열히 싸워라. 그래야 나아진다.
열린우리당도 선거의 승리를 위해 합의해 후보를 추대하자는 불순한 생각을 버리고 박 터지게 경선해라.
그나마 도민들 불만과 바램을 한 번이라도 더 들을 것 아닌가.
성과도 실패도 아직 검증되지 않은 진철훈 이사장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고, 학문세계에 있던 송재호 교수등 도민이 선택할 경우의 수가 더 많아지는 기회다.
조용하고 차분한 선거가 되면 결국 지금 가지고 있는 학연, 지연, 혈연 선거밖에 안 된다. 박 터지는 선거하자.
그래야 사람이 가려진다. 독재자들은 항상 차분한 선거 분위기를 강조했지만 국민들은 항상 선거판을 뜨겁게 달구어 '이변'을 낳았다.
지역 인심을 기반으로 명함 돌리는 도의원이야 그렇다 쳐도 저 '제주특별자치도'의 거창한 초대지사를 뽑는 도지사선거는 좀 더 치열해야 되지 않을까. 선거가 구원의 방편은 아니나, 차선이라도 택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상명에서 장금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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