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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카메라' 사건, 잘못한 사람은 경찰?
'몰래 카메라' 사건, 잘못한 사람은 경찰?
  • 조승원 기자
  • 승인 2010.06.09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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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취재파일] 몰카 사건 수사결과의 번복, 그리고 '신뢰'

지난 7일 오전 취재진들의 잇따른 질문에 경찰이 6.2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금권선거 제보자인 '몰래카메라' 촬영자에 대한 중간수사 상황을 구두로 전달했다.

내용은 현명관 제주도지사 후보 동생의 금품살포 의혹 현장을 '몰래 카메라'로 촬영한 제보자 김모씨와 촬영자 S씨 2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체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흘러나온 내용은 체포된 것 보다는 '커넥션'에 주목됐다.

몰래 카메라를 촬영하기 전 시점에서 김씨의 은행계좌에 돈이 입금됐고, 입금한 사람은 모 도지사 후보측과 연관된 사람이라는 말이 흘러나온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입금된 사람이 선거캠프와 연관이 있고, 그 신분도 "알 사람은 다 아는 사람"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 내용이 각 언론에 보도화되자 삽시간에 파문이 커졌다. 돈을 입금한 사람은 누구일까? 그 사람은 선거캠프와 어떤 관계였을까?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져 나갔다. 입금한 사람이 누구일 것이라는 말까지 순식간에 회자됐다.

몰래카메라 촬영자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보다는, 성급하기는 했지만 돈을 입금한 사람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는 어떻게 될까?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는 단 몇시간만에 진정됐다.

이날 오후 경찰이 예정에 없던 별도 브리핑 자료를 내고, 2명에 대해 '불구속 입건'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후 브리핑 내용에는 오전 구두 설명 때보다 사건 전말에 대한 내용이 크게 축소돼 있었다.

우선 경찰의 설명을 빌린다면 구속영장 신청 방침에서 급작스럽게 불구속 입건으로 선회한 이유는 이들이 모두 자백했고, 도주의 우려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오전에 언급했던 모 도지사 후보측 관계자로부터 입금된 돈은 사건과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그 돈은 선거와 전혀 관계가 없는 돈이고, 돈을 입금한 사람도 선거와는 무관한 사람이라는 설명이다.

불과 몇시간도 지나지 않아 경찰의 중간수사에 대한 내용이 180도로 바뀌면서 최초 언론보도를 접한 독자들은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나아가 경찰 수사에 대한 신뢰성 논란도 이어졌다.

결국 이번 사건의 수사 책임자는 9일 낮 기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내가 경솔했다"며 혼선의 책임을 언급했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제가 섣부른 판단을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몇 시간만의 수사결과 번복은 지방선거 후유증을 뒷정리하는 시점에서 사법당국의 신뢰성에 큰 손실을 주는 해프닝이었다.

문제는 '번복된 수사결과'로 인해, 커넥션은 없었던 것으로 최종 발표됐지만, 그 뒤늦은 번복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 커넥션이 없고, 다만 사적인 관계에 의한 거래로 판명날 경우 '입금한' 당사자는 크게 억울해할 일이다.

또 한때 의구심을 샀던 도지사 후보측에서도 팔짝 뛸 일이다.

'경솔한 판단'이었다는 해명으로 덮어버리기에는 그 파장이 너무 크다. 수사 중인 사건이 한 수사 책임자의 오판으로 인해 정보가 잘못 전달된 이번 사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경찰은 실추된 신뢰성을 어떻게 회복하려나. <미디어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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