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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교육’ 캠페인만 하지 마세요. 좀 제대로 해봐요
‘밥상머리교육’ 캠페인만 하지 마세요. 좀 제대로 해봐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3.05.0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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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어버이날 중간고사 포함돼 제주도교육청 ‘밥상머리교육’ 실종

제주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밥상머리교육' 팸플릿. 여기엔 매주 수요일을 가족사랑의 날로 실천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의욕적으로 내건 정책이 있다. 가족간의 밥상머리교육이다. 제주도교육청이 밥상머리교육을 내건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갈수록 피폐해가는 가족간의 유대관계를 복원시키고, 밥상에서 이뤄지는 대화를 통해 학생들의 인성을 다지겠다는 의도였다.

그렇다고 밥상머리 교육이 없었던 건 아니다. 오래전 우리 조상들이 해왔던 교육이 바로 밥상머리교육이었다. 예전엔 모든 가정교육이 밥상에서 이뤄졌다. 부모가 숟가락을 먼저 들어야 하고, 밥알은 한 톨도 남기지 않아야 하는 등 그들 가족만의 교육이 이뤄진다. 거기엔 예절이 있었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고, 아끼는 습관을 깨우치게 하는 지혜가 숨어 있었다. 기자도 밥상머리교육을 받으며 큰 세대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밥상머리교육은 점차 어렵게 됐다. 부모는 맞벌이를 하면서 서로 얼굴을 보는 시간이 줄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이 학원, 저 학원을 오가야 하고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면 늦은 밤이 된다. 그러기에 가족들이 한 데 앉아 저녁을 먹는 시간을 갖기 힘든 구조가 됐다.

제주도교육청이 밥상머리교육을 주창하는 건 이처럼 가족끼리 만나면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교육청은 가족이 함께하면 아이들이 행복하고, 아이들이 행복하면 온 세상이 행복하다밥상머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밥상머리교육을 확산사키기 위해 매주 수요일을 가족사랑의 날로 정했다. 제주도교육청은 또 밥상머리교육실천지침 10가지를 정할 정도로 의욕을 가지고 이 일을 추진하고 있다. ‘가족사랑의 날인 수요일의 퇴근시간은 빠르다. 이날 퇴근시간은 오후 6시다. 빨리 퇴근을 해서 가족과 저녁을 함께 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오늘이 바로 수요일이다. 수요일이면서 1년에 단 한번뿐인 어버이날이다. 어버이날엔 으레 가족들이 다 모인다. 자식과 부모만 자리를 함께 하는 날이 아니다. 그 윗세대인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날 수 있는 날이다. 이날만큼은 대가족을 이뤄 식사를 하는 날이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건 아니다. 할아버지·할머니 세대로부터 옛 이야기도 듣고, 손자들은 예절을 배워간다. 한국인들은 몸에 밴대로 그렇게 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도내 중·고교는 이번주를 1학기 중간고사 기간으로 설정했다. ‘밥상머리교육을 해야 하는 수요일에다 어버이날인 58일이 중간고사 기간에 포함됐다. 그러다보니 오늘 저녁은 가족행사에 참가하지 못한다는 가족들이 숱하다. 제주도교육청이 의욕적으로 내건 밥상머리교육을 실천하지 못하는 가족들이 많다는 의미이다. 과연 시험에서 자유로울 학부모나 학생은 몇 명이나 될까. 당장 등수에 반영되는 중간고사가 있는데 밥상머리교육이나 어버이날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교육과정은 학교 나름대로 정한다고 하지만 오늘은 제주도교육청의 의지가 여지없이 꺾인 날이다. 제주도교육청도 수요일 아침에 밥상머리교육캠페인을 한다고 팸플릿이나 나눠줄 게 아니다. 이런 의미없는 행사를 하는 것보다 학교에서 실질적으로 밥상머리 교육을 실천하도록 하는 게 더 절실하다. 오늘은 쓸쓸한 가정이 참 많을 것 같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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