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제주포럼에 참석한 정부 최고 관계자의 발언이 사실상 알맹이가 없었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제주포럼 개회식에서 축사를 한 정홍원 국무총리 얘기다.
당초 제주특별자치도는 보도자료를 통해 정 총리가 개회식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개회식 기조연설이라면 제주포럼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정부를 대표해서 참석한 인사가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열리는 제주포럼이라는 자리에서 하는 공식 발언인 만큼 사안에 따라서는 내외신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제주포럼 개회식이 열린 30일 당일, 정 총리는 기조연설이 아닌 단순한 ‘립 서비스’ 수준의 축사를 하는 데 머물렀다.
축사의 내용도 처음 언론에 배포된 보도자료에 언급됐던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관련 발언이 아예 나오지 않았다.
또 최초 자료에서는 최근 동북아 지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과거사 관련 갈등, 영토․해양 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으나 실제 개회식에서 정 총리는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급기야 포럼 주최측에서는 이미 배포한 정 총리의 축사 원고를 긴급 수정, 다시 배포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해 포럼 개최장소 주변에서는 정부가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을 자극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축사 내용을 수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행사 장소인 해비치 호텔 입구에서 열린 강정마을회와 군사기지범대위 등 공동기자회견에서 “‘평화’가 빠진 제주포럼은 이미 실패한 포럼”이라고 규정한 것을 굳이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정부 스스로 제주포럼의 격을 떨어뜨린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