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민 제주특별자치도지사님께.
안녕하십니까. 인터넷신문 <미디어제주>의 홍석준 기자입니다.
혹시 저를 기억 못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지난달말 제주도청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제 이름을 직접 거론하셨으니 분명히 저를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사님 앞으로 두 번째 편지를 쓴 날짜를 헤아려보니 벌써 1년하고도 한 달이 훌쩍 지났군요.
오늘 저는 제주지방검찰청에 다녀왔습니다. 44년을 살아오면서 지금껏 누구를 고소한 적도, 고소를 당한 적도 없는 제가 직접 고소장을 들고 검찰을 찾은 이유는 바로 지사님이 하신 말씀 때문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편지 서두에 언급한 5월 29일 낮 기자간담회에서 지사님은 제 이름을 직접 거론하셨지요. 그리고 지사님은 제가 쓴 기사를 언급하면서 “간첩이지 그게 기자냐”고 저를 다른 기자들 앞에서 ‘간첩’으로 매도하셨습니다.
고소장을 들고 제주지검 민원실을 찾아갔더니 한 직원 분이 그러시더군요. 근거 없이 함부로 고소해선 안된다구요. 그렇지 않아도 그 부분에 대해 저도 시간을 두고 고민을 했습니다. 밤잠을 설쳐가면서 말이지요.
하지만 제가 결심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제주도정의 최고 책임자로부터 ‘간첩’으로 낙인 찍힌 채로는 가족들에게조차 떳떳하지 못한 가장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지사님 말대로라면 사랑하는 제 아내와 딸, 아들은 모두 ‘간첩의 가족’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다른 한 가지 이유는 기자 간담회라는 공식 석상에서 저를 콕 집어 매도한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법의 심판을 받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언론의 취재활동의 범위를 제약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자인 저뿐만 아니라 언론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에게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고소를 하기 전에 기사를 통해 항의도 했고, 제가 속해 있는 <미디어제주> 차원에서 공개사과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사님은 아직까지 한 마디 말씀도 안하고 계십니다.
아! 혹시 지난 3일 정례직원조회에서 말씀하신 “도지사가 정치인이어서 정치적으로 비판하는 것”이라고 언급하신 게 ‘간첩’ 발언에 대한 비판까지 통틀어 말씀하신 것은 아니겠지요?
오늘 보니 지검 민원실 입구에 ‘행복한 국민 정의로운 검찰’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이 글귀대로 국민들이 모두 행복해지고 검찰이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13년 6월 10일 달날
홍 석 준 드림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어려운 결단 하셨습니다. 힘내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