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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간첩 가족’ 멍에 씌울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간첩 가족’ 멍에 씌울 수 없습니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3.06.10 16:30
  •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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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제주지검에 고소장 접수하며 우근민 지사님께 띄우는 세 번째 편지

제주지검 민원실 입구의 모습입니다. 취재가 아닌 제 일 때문에 이 곳을 찾게 되니 새삼 입구 풍경에도 눈길이 가더군요.

우근민 제주특별자치도지사님께.

안녕하십니까. 인터넷신문 <미디어제주>의 홍석준 기자입니다.

혹시 저를 기억 못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지난달말 제주도청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제 이름을 직접 거론하셨으니 분명히 저를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사님 앞으로 두 번째 편지를 쓴 날짜를 헤아려보니 벌써 1년하고도 한 달이 훌쩍 지났군요.

오늘 저는 제주지방검찰청에 다녀왔습니다. 44년을 살아오면서 지금껏 누구를 고소한 적도, 고소를 당한 적도 없는 제가 직접 고소장을 들고 검찰을 찾은 이유는 바로 지사님이 하신 말씀 때문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편지 서두에 언급한 5월 29일 낮 기자간담회에서 지사님은 제 이름을 직접 거론하셨지요. 그리고 지사님은 제가 쓴 기사를 언급하면서 “간첩이지 그게 기자냐”고 저를 다른 기자들 앞에서 ‘간첩’으로 매도하셨습니다.

고소장을 들고 제주지검 민원실을 찾아갔더니 한 직원 분이 그러시더군요. 근거 없이 함부로 고소해선 안된다구요. 그렇지 않아도 그 부분에 대해 저도 시간을 두고 고민을 했습니다. 밤잠을 설쳐가면서 말이지요.

하지만 제가 결심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제주도정의 최고 책임자로부터 ‘간첩’으로 낙인 찍힌 채로는 가족들에게조차 떳떳하지 못한 가장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지사님 말대로라면 사랑하는 제 아내와 딸, 아들은 모두 ‘간첩의 가족’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다른 한 가지 이유는 기자 간담회라는 공식 석상에서 저를 콕 집어 매도한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법의 심판을 받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언론의 취재활동의 범위를 제약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자인 저뿐만 아니라 언론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에게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고소를 하기 전에 기사를 통해 항의도 했고, 제가 속해 있는 <미디어제주> 차원에서 공개사과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사님은 아직까지 한 마디 말씀도 안하고 계십니다.

아! 혹시 지난 3일 정례직원조회에서 말씀하신 “도지사가 정치인이어서 정치적으로 비판하는 것”이라고 언급하신 게 ‘간첩’ 발언에 대한 비판까지 통틀어 말씀하신 것은 아니겠지요?

오늘 보니 지검 민원실 입구에 ‘행복한 국민 정의로운 검찰’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이 글귀대로 국민들이 모두 행복해지고 검찰이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13년 6월 10일 달날
홍 석 준 드림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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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 2013-06-12 18:32:49
좋은결과 기대합니다. 반드시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줘야 합니다.
어려운 결단 하셨습니다. 힘내시구요^^^

돌하루방 2013-06-12 13:19:00
힘네세요. 정의가 살아 있기를 바라며.

그러네요 2013-06-11 12:59:45
기자협회가 더 문제군요. 그 흔한 성명서 한 번 발표하지 못하니...참!!!

공공의 적 2013-06-11 11:41:01
대단하십니다. 반드시 법적 처벌을 받아내어야 합니다. 평범한 가장을 간첩으로 내모는 이런 사람은 사과보다는 법적 처벌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꼭 승리하십시요. 제주도민 모두가 홍 기자님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공공주역 2013-06-11 11:20:00
정말 정의로운 결단 하셨군요
박수 보냅니다.
정의가 살아 숨쉬는 땅이 되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