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힐링·명상’ 사려니 숲길에 “웬 임업체험장·농산물 전시공간”
‘힐링·명상’ 사려니 숲길에 “웬 임업체험장·농산물 전시공간”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3.06.19 11:2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 窓] 제주시 숲길 종합관리대책, 보전·보호보다 이용·개발 쪽에 맞춰

 
‘숲길 걷기’열풍 속에 한 해 동안 탐방객 33만명이 찾아 전국에서 ‘힐링과 명상’의 최고 명품 길로 자리를 매겨가고 있는 ‘사려니 숲길’.

제주시는 18일 행복한 숲길 탐방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사려니 숲길 종합관리대책’을 세워 행정력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이 종합관리대책이 숲길의 보전이나 보호보다는 이용과 개발 쪽에 맞춘 것으로 비쳐지고 있어  숲길 원래의 목적과 기능을 되레 망가뜨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종합관리대책 내용을 보면 올 하반기부터 2015년까지 ‘자연 및 문화자원조사’를 통한 숲길의 특성을 살려나가고, 주변지역 표고재배장 등을 ‘임업 체험의 장’과 ‘인근지역 농산물 전시 공간’을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도로를 따라 걷는 탐방객들의 안전을 위해 명림로까지 이어지는 도로변에 ‘안전 숲길’을 만들고, 장기적으로 숲길과 수 ㎞ 떨어진 곳에 ‘대체 주차장’을 마련하는 방안도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탐방객들의 안전관리와 친절 서비스를 향상해 나가기 위해 현장에 전기차 1대를 배치하고 평일과 휴일에 정규 인력 배치를 할 예정이다.

이 대책에서 ‘안전 숲길’과 사려니 숲길에서 떨어진 곳에 대체주차장을 마련이나 관리인력 배치 등은 나름대로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사려니 숲길이 개방되는 날이면 탐방객들이 비자림로 일대 양쪽 길옆에 세워 논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어, 지나가는 차량 통행에 불편과 보행 안전에 위험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려니 숲길에 굳이 임업체험의 장과 인근 농산물 전시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건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

시 관계자는 “상품전시공간은 지역주민들의 경제활성화를 위한 것으로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게 아니라 원두막 형태의 쉼터에 상품을 전시하는 것”이라며“ 임업 체험의 장은 숲길을 찾는 관광객들이 표고버섯 재배 과정을 볼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해 운영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용히 사색하고 주변 자연을 즐기고 산림의 좋은 기를 받으며 ‘힐링과 명상’을 즐기기 위해 탐방객들이 찾는 공간에서 지역주민의 경제활성화를 거론한다는 건 생뚱맞은 말이다.

이는 숲길 자체의 고유한 목적과 기능과 거리가 있고, 인근 절물휴양림의 ‘장생의 숲길’의 관리 형태와는 비교가 된다.

현재 ‘장생의 숲길’은 고유의 목적과 기능을 보전·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출입통제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

이곳에선 ‘비온 다음 날 땅이 젖으면 전면 탐방금지, 스티커 지참 금지나 애완동물을 동반할 수 없다’는 등으로 철저한 관리로 숲길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건 본받을 만하다.

제주시 관계자는 “산만하지 않고 청정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명품 숲길을 만드는 길”이라며“사려니 숲길은 숲길 주변이 국유림으로 둘러싸여 있어 입구부터 조용하고 청정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번 대책대로 한다면 사려니 숲길이 ‘산만하지 않고 청정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과는 걸맞지 않있다.

사려니 숲길을 걷는 탐방객이 뭣 때문에, 무엇을 위해 찾고 있는 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제대로 헤아릴 필요가 있다.

‘힐링과 명상’의 최고의 숲길에서 경제논리를 찾는 건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숲길은 고유의 기능에 충실할 때 존재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섣부른 이용과 개발로 고유의 모습과 기능을 망가뜨리는 다른 곳의 잘못된 사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번 망가진 자연은 쉽게 되살릴 수 없다.

명품 사려니 숲길이 명품으로 오래 유지될 수 있도록 잘 살피고 보존하는 쪽으로 관심과 정성을 쏟아야 하는 게 순서다.

<하주홍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사라봉 2013-06-19 19:22:45
기사 최곱니다 이런 지적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