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 전임 이명박 대통령의 ‘친기업 정책’을 대표하는 표현으로 회자됐던 말이다.

국제자유도시를 기치로 내건 제주도도 투자 유치를 명분으로 투자진흥지구 지정 등을 통해 세제 감면 혜택을 주는 등 사실상 친기업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제주도정의 행태를 보면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불거진 신라면세점 증축에 따른 건축 심의 과정의 문제점 외에도 헬스케어타운 고도 완화 문제, 풍력발전지구 지정 과정에서 드러난 특혜 의혹, '카사 델 아구아' 철거 과정에서 보여준 부영 편들기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자본주의가 극도로 발달한 미국에서도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미국의 경우는 신규 시장 진출 기업에 대한 ‘프렌들리’ 정책이다.

예를 들면 아무도 살고 싶어하지 않는 시골에서 지자체가 단돈 1달러에 넓은 사업 부지를 빌려주는 식이다. 물론 국토 면적이 넓은 나라여서 가능한 일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우리 정부와 제주도처럼 소위 ‘잘 나가는’ 대기업과 프렌들리하게 지내자는 정책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번 신라면세점 증축 심의 과정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교통영향분석개선대책위원회와 공동 심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점 때문이지만, 심의위 회의록이나 간사를 맡고 있는 도 집행부가 보인 행태를 보면 의혹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심의위원은 지난 4월 25일 3차 심의 당시 “이런 제주에 투자하는 업체들이 또 잘 이렇게 성장을 하고 이윤을 남기는 게 결국에는 우리 제주도를 위한 길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면서 원안 동의 의견을 냈고, 다른 위원의 원안 동의 제안이 이어지자 단 10분만에 위원장이 원안 동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간사를 맡고 있는 도 집행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하자가 있는 결정임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문제를 제기한 신관홍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두차례 재심의 과정이 있었지만 공개공지에 대한 내용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음에도 원안 동의가 10분만에 이뤄진 것은 설계사무소와 심의위원간 사전 접촉이 없이는 있을 수 없는 행태라 사료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번 건축 심의의 경우 세차례 심의 중 단 한 번도 건축위원회와 공동심의시 교통 전문가가 공동위원회 위원의 4분의1 이상 참여하도록 한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명시된 구성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중대한 법적인 하자가 있는 이번 결정으로 인해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증축을 신청한 사업자측에도 더 큰 손해를 끼칠 수밖에 없게 된 셈이 됐다.

법에 명시된 원칙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비즈니스 프렌들리’만을 외치고 있는 제주도정이 이번 일을 계기로 달라진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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