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는 후안무치(厚顔無恥 뻔뻔스럽고 부끄러움이 없음), 아래는 오합지졸(烏合之卒 규율없고 무질서한 군졸)에 기강실종(紀綱失踪  기율과 법도가 종적을 잃음),감사시스템은 유명무실(有名無實 이름만 그럴듯하고 실속이 없음)”

제주시가 지난해에 이어 올 들어도 공직기강이 풀릴 대로 풀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하위직급 직원들의 공직비리가 잇달아 이어지며 적발되고 있고, 이를 내부적으로 점검·통제할 점검 시스템은 작동을 하지 않는 건지 못하는 건지 있으나 마나하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간부들은 비리의혹을 애써 줄이거나 숨기기 위해 ‘나 몰라라’로 일관,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등 한마디로 ‘총체적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소속 직원들의 잇단 비리적발로 물의를 빚었던 제주시가 최근 음주운전 적발에 이어 일상경비 지출업무를 맡은 직원이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적발됐다.

그러나 제주시는 이 같은 비리의혹을 알고도 감사기관이나 수사기관에 통보하지 않고 해당직원의 사직서를 지난달 28일 수리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제주도청 여직원이 일상경비 등 공금 2억4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제주시가 지난달 일상경비 지출내역 등에 대한 일제 점검을 했다.

이 과정에서 제주시 건설과 소속 기능직 공무원 A씨(40)이 일상경비 등 수백만 원을 임의대로 인출한 비리의혹이 적발됐고, 해당 직원은 지난달 18일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제주시가 지난달 A씨의 비리의혹을 적발하고도 감사기관이나 수사기관에 통보하지 않고 의혹을 덮어버린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경찰이 지난주 기능직 공무원의 비리의혹 관련 자료를 확보해간 것으로 알려졌다.

변태엽 제주시 안전자치행정국장은 이와 관련 4일 기자실을 찾아 “오늘 출근하면서 신문을 보고 이 같은 사실을 알았다”며“지난 1일 출장 중 전화로 일단 보고를 받았으나 정확한 사고 경위는 현재 해당 국에서 만들고 있으며 이를 통해 보고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지난 1일 이 같은 비위 사실을 알고 건설과를 찾아 공문과 함께 A씨의 업무에 따른 일상 경비 지출 현황 자료를 해당 과장을 통해 갖고 갔지만 이를 총무과와 감사 부서인 안전자치행정국은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마디로 조직부서 사이에 업무보고체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거나 변 국장이 사실을 제대로 전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난다.

강철수 총무과장은 “해당 과장에게 전화로 확인해보니 경찰에서 A씨의 일상경비 업무 자료를 모두 갖고 갔다”며 “이 과정에서 해당 국장에게 보고한 것 같지만 총무과와 안전자치행정국은 몰랐다”고 말했다.

제주시 감사부서도 경찰 수사에 따른 업무 자료가 경찰로 넘어갔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말이 된다.

한편 이 보다 일주일 앞서 제주시 복지과 공무원은 음주운전 후 경찰의 음주측정을 거부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바 있다.

김상오 시장은 4일 공직자 5대 비위척결에 따른 보도자료를 내고 “공금횡령과 착복, 음주운정, 도박, 성범죄, 금품향응수수 등 5대 공직비위에 대해 직급과 직위 여하를 막론하고 강력하게 처벌할 계획”이라며 “오늘 일을 계기로 대오각성하는 자세로 공직기강을 해치는 당사자와 상급자에 대해서는 직위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 시장은 “시민들에게 무한봉사와 자신도 책임을 져야 한다면 하겠다”며 조직기강의 해이를 잡겠다는 강력한 뜻을 내비쳤지만 앞으로 어떻게 개선될지는 물음표이다.

<하주홍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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