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窓] 영화문화예술센터, 매일 제주도 정책홍보영상 상영 강요 논란
최근 제주사회의 핫이슈는 뭘까. 묻지 않아도 누구나 답을 할 수 있을 게다. 우근민 지사의 ‘새누리당 노크’다. 그걸 두고 철새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거기에다 잠잠하던 우근민 지사의 성추행 전력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그건 그렇다 치자. 정치 이야기이며, 정치를 하는 사람들 세상에서는 온갖 얘기가 오가기 때문이다.
정치는 어지러우니 정치를 빼놓고 얘기를 해보자. 아니, 아주 좁혀서 문화로만 따져보다. 문화는 정치를 배제시키는 게 온당하다. 그래야 제대로 된 문화활동이 이뤄진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옛 코리아극장인 영화문화예술센터는 원도심을 부활시키는 하나의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매일 무료영화가 상영된다. 단체에서 신청을 하면 무료 영상을 틀어주는 등 원도심의 문화살리기를 하는 일등공신이다.
이런 곳에서 얼마전부터(정확히 말하면 10월부터) ‘제주특별자치도 정책홍보 영상’을 트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제주도 정책홍보 영상’을 틀자는 게 누구의 작품인지는 모르겠으나 썩 기분 좋지 않다. 홍보영상은 매일 오후 2시 55분부터 상영된다.
눈에 보이는 영상은 기본적으로 텍스트보다 화려하다. 영상은 보여주고자 하는 이, 즉 생산자의 의도에 따라 만들어진다. 그래서 대중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것과 상관없이 보여주는 자의 의도에 따라서 만들 수 있는 게 영상이다. 특히 영상은 눈을 통해 전달되기에 뇌리에 많이 남는다는 점이 있다.
예전 영화관을 들른 사람들은 다 아는 게 있다. 다름아닌 ‘대한늬우스(대한뉴스)’다. ‘대한늬우스’로 시작하는 멘트는 지금도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영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아도 왜 ‘대한늬우스’는 기억나는지 모를 일이다.
정부가 대한뉴스를 만든 건 TV가 없던 시절, 정부의 정책을 제대로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정부의 정책을 홍보하기엔 다중이 집결하는 영화관이 제격이었기 때문일테다. 그러나 대한뉴스는 문민정부에 들면서 사라졌다. 군사정부 시절 정부 정책의 홍보수단인 대한뉴스를 틀 이유가 없어진 게 이유라면 이유가 되겠다.
그런데 제주에서 정책홍보영상을 다중들에게 트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것도 우근민 지사가 새누리당으로 옮긴다는 얘기가 떠돌기 시작한 10월부터이기에 더욱 야릇하다.
제주도는 11월부터는 노골적으로 정책홍보영상 틀기에 혈안이 됐다. 영화문화예술센터에서 제작한 상영시간표는 오후 2시 55분부터 홍보영상을 튼다고 명기돼 있으나, 이를 뛰어넘어 민간이 기획한 행사에까지 홍보영상을 틀도록 강요하고 있다. ‘대한늬우스’가 아닌 ‘제주늬우스’를 심겠다는 의도인가 보다.
제주도의 홍보영상을 강요받은 민간기구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제주국제교류문화협회는 매월 첫째주 화요일 오후 7시부터 ‘제주씨네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일 갑작스레 도정 홍보영상을 틀라고 강요를 받은 것. 그 행사 관계자는 “19번째 행사인데 이런 일은 처음이다. 공지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주도의 정책이라며 홍보영상을 틀라고 강요하는 건 있을 수 없다. 영화에 몰입해야 할 이들에게 영화라는 문화를 감상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도민들이 알면 좋을 것들이다. 누구의 업적을 홍보하려는 게 아니다. 제주도 사람이면 제주를 알아야 하기에 홍보영상을 튼 것이다. 다른 뜻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왜 이 시점인가. 예전부터 홍보영상을 상영한 것도 아니라, 정치권이 가장 뜨거워질 때부터 제주도의 정책을 홍보하겠다고 영화 상영직전에 ‘제주늬우스’를 강요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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