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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네가 너 일수 있고, 내가 나일 수 있는
[기고] 네가 너 일수 있고, 내가 나일 수 있는
  • 안재근
  • 승인 2016.12.23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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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재근 전 초등학교 교장
안재근 전 초등 교장.

세월이 그냥 가는 것만 같다. 이 해가 가는 것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그냥 간다.’는 것은 사심 없이 간다는 것 아닐까? 뚜렷한 욕심이나 목적이 없이 우리 인생도 그렇게 흘러가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우린 그렇게 무심하게 흘러가도 좋을 세월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느라 애를 먹는 것은 아닐까? 더구나 서로 갈등을 만들면서 말이다.

갈등은 네가 내가 아님을 용납하지 못할 때 일어나기 쉽다. 즉, 남의 의견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거나 타협이 되지 않을 때 쉽게 갈등이 생긴다. 네가 꼭 나여야만 하는 독선이 만연하다면 우리는 사물이나 사건의 본질에 제대로 다가가기 힘들어진다. 또한 독선이 가득한 자가 권력이라도 쥐게 되면 진실과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여 진리와 정의는 사라질 것이다.

우린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진실하고 정의롭기를 기대하면서 산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있는 사물이나 사건의 본질을 알아서 행복한 삶을 추구하려고 애를 쓴다. 그렇지만 진실과 본질에 접근하는 것은 매우 어렵거나 영원히 접근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진실과 본질에 접근하지 못할 때 우리의 삶은 피폐해질 것이다.

‘본질에 근접한 현상을 도출할 사회적인 힘’이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면 참 좋을 것 같다. 진리나 본질은 우리 눈에 보이는 현상의 뒤에 숨어서 그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현대 새로운 미술 세계를 제시한 피카소도 회화의 대상인 사물을 평면에 표현하면서 어떻게 하면 사물의 본질에 가깝게 표현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여러 방향에서 바라본 현상을 평면에 나타내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그야말로 눈, 코, 귀가 이상하게 붙은 인물의 그림을 그려낸 것이다.

우린 어떻게 하면 본질에 가까운 현상을 볼 수 있을까? 정말 힘든 일이다. 하지만 피카소의 발상처럼 여러 현상이 모일수록 본질에 가까워진다면, 많은 이들의 의견을 모아보면 될 것 아닐까? 아주 많은 이가 눈을 감고 코끼리를 만져본 현상을 합친다면 코끼리의 본질에 근접한 현상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각양각색의 사람들의 의견을 비록 소수의 의견일지라도 묵살하지 않고 모아보면 본질에 가까워질 것이다. ‘의눈(의논)이 쇠눈보다 크다.’는 제주도 속담이 있다. 우리 선조들은 이미 이런 이치를 알아서 실천에 옮기려 한 것 같다.

네가 너일 수 있고, 내가 나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때 본질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런 사회적인 힘이 정의로운 사회를 견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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