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19 18:08 (화)
“아이들에게 땅을 되돌려주고 공부에서도 해방을”
“아이들에게 땅을 되돌려주고 공부에서도 해방을”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1.17 08: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교육 변화의 항해를 시작하다, 시즌2] <26> 에필로그

놀고 싶은데 놀지 못하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니 왜 놀지 못할까. 기획은 이런 의문으로부터 시작됐다.

사실 ‘놀자고 하는 것’도 웃긴 일이다. 노는 건 어린이에겐 특권이며, 어린이는 응당 놀 줄 알아야 하는데 말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는 그러질 못하다. 논다는 건 공부와 대척점에 놓여 있다. 놀게 되면 공부를 하지 않고, 공부를 한다는 것 또한 노는 것과는 거리를 두거나 아니면 아예 벽을 쳐두는 걸 말한다.

때문에 우리 애들은 언제부터인가 놀이를 모르게 됐다. 어릴 때부터 공부에 매달렸기에 놀이가 뭔지를 이해할 수 없다. 그들에게 놀이는 컴퓨터 게임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밖에서 땀을 흘리는 놀이는 그들에겐 없다.

# 놀지 못하게 만든 사회적 책임 커

왜 이렇게 됐나. 사회적 책임이 크다. 취재를 하며 억지로라도 애들을 놀게 만들려는 사람들을 만났다. 게중엔 선생님도 있고, 엄마도 있다. 애들을 놀게 하자며 시도교육청이 머리를 맞대 놀이교육헌장을 만들었고, 엄마들은 놀이 이모가 돼 아이들에게 놀이를 가르치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마음껏 놀다가 와”라고 말을 던지면 할 줄 아는 게 없다. 놀이에 뭐가 있는지 몰라서다. 그래서 놀이를 찾아줘야 한다면서 교육자들이 나서고, 학부모들도 자발적으로 놀이 전도사가 되고 있다.

서울 방학초등학교의 놀이터. 와글와글 놀이터라는 이름으로 매주 수요일 열린다. 엄마들이 이 놀이터의 이모가 돼 함께 놀아준다. ©미디어제주

놀이도 교육을 시켜야 하다니. 놀이는 자연스레 몸에 익혀야 하는 것인데, 부모들이 어릴 때 즐겨찾던 놀이를 하는 아이들은 만나지 못했다. 고무줄 놀이는 사라진지 오래였고, 땅따먹기는 생각도 하질 못한다.

우리 아이들이 놀지 못하는 이유는 있었다. 공부만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우선은 놀 시간이 없다. 거기에다 놀 곳도 없다. 놀 시간과 장소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학교에서 먼저 해줄 수밖에 없게 됐다. 학교에서 놀 시간을 확보해주고, 놀 장소도 제공하려는 노력들이 더해져야 한다. 차츰 그런 학교들이 늘고 있고, 교육청 차원에서도 놀 시간을 확보하는 노력이 더해지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올해 초등학교에 ‘신나는 놀이시간’을 운영하고, 학교 공간에도 놀이시설 설치를 확대한다고 하니 반갑다.

# 땅심을 회복시켜주는 활동 우선돼야

놀이시설이라면 사람들은 기존의 놀이터를 떠올린다. 놀이시설이 만들어진 기구를 응당 놀이터로 생각하곤 한다. 이런 생각의 틀에 대한 변화도 필요하다. 잘 놀기 위해서는 잘 만들어진 놀이시설이 아니라, 잘 놀 환경이 우선이다. 그런 환경은 자연과 맞닿는 경우가 많다. 흙이 있고, 모래가 있고, 나무가 있고, 물도 있다. 기존 놀이터 시설과는 완전 다르다. 아니, 있었다. 예전 우리가 놀던 시대는 세상의 모든 게 놀이터였다. 취재를 하면서 만났던 놀이터는 그런 곳이었다.

우리나라 첫 기적의 놀이터인 순천의 엉뚱발뚱 놀이터. 다른 놀이터와 달리 자연을 접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미디어제주

어쩌면 땅심을 회복하는 일이 놀 곳을 만들어주는 첫째 요건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우린 땅을 덮기에 바쁘다. 시멘트로 땅을 바르거나, 보도블럭을 입히곤 한다. 또한 안전하게 놀라면서 합성고무를 깔아뒀다. 운동장은 어떤가. 인조잔디 일색 아니던가. 흙을 밟을 일이 전혀 없다. 그런 환경에서 “마음껏 놀아보라”고 하면 솔직히 할 게 없다. 땅을 덮는 일은 어른에겐 편할 수 있지만, 아이들에겐 놀 곳을 없애는 최악의 일이라는 점을 이해했으면 한다. 만일 땅이 있다면 달라진다. 스스로 놀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땅심을 회복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

사회적으로는 공부로부터 해방시켜주는 결단이 필요하다. 독일 아이들은 취학 전에는 더하기와 빼기도 배우지 않고, 글자도 모른다. 1학년 때에 와서야 ‘1 더하기 2’를 배우는 아이들이다. 구구단은 외우지 않고 1년에 걸쳐서 배운다. 방과후 공부하는 시간은 길어야 한시간이다. 독일 현지에서 아이들을 취재하면 그들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들리지만 그게 독일의 교육이다. 놀게 하는 게 교육이고, 다양한 활동을 보장하는 게 교육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교육을 제공해주는 날은 오겠지. 그때가 되면 굳이 놀이가 교육이라는 말을 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끝>>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