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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유지? 요일별 배출제, 어디로 가야하나?
폐지? 유지? 요일별 배출제, 어디로 가야하나?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7.01.1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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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 논란]<8>환경전문가들이 말하는 요일배출의 향방
노형동에 위치한 한 식당 뒷문. 요일별 배출제 시행 이후로 쓰레기가 계속 쌓여 있다. ⓒ미디어제주

'쓰레기 정책에 분노하는 시민들' 페이스북 그룹 가입자 수가 3000명을 넘었다. '쓰레기' 문제는 제주시가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를 시범 시행한 지난달 1일부터 지금까지도 제주도 전역의 가장 '뜨거운 감자'이다.

한 달간 취재 결과, 시민, 전문가, 공무원 등 대부분의 도민은 요일배출 제도의 시행 과정 및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아울러 제주도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데도 동의했다. 요일배출, 개선해서 도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정책으로 만들어 갈 것인가? 혹 폐지해야 한다면, 그 대안은 무엇인가?

요일배출 기획특집 마지막인 이번 편에선 도내 환경 전문가로부터 요일배출 존속 여부에 대한 의견을 들어본다.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이름부터 틀려먹은 제도

김동주 환경사회학 박사는 “지금 도가 요일별 배출 하라는 것은 ‘쓰레기’가 아닌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라며 “행정기관이 정책을 만드는 가장 기본 단계인 이름 짓기에서부터 자원 재활용에 대한 고민과 철학이 없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요일배출은 클린하우스를 쾌적하게 하기 위해 내 집 환경을 쾌적하지 않게 하는 정책”이라며 “대규모 아파트 단지 내 마련된 재활용 배출 수거시설이나 준광역클린하우스처럼 시간이나 요일 제한 없이 재활용품을 모을 수 있는 거점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재활용품 분리배출을 유도하기 위해선 쉽고 편리하게 배출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형동에 위치한 한 클린하우스. 스티로폼 배출 요일이 아닌데도 수거함이 넘치고 있다. ⓒ미디어제주

과도기적 정책, 당장은 딱히 대안 없어

현 제주도 상황에선 요일배출이 최선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김정도 팀장은 “제주도는 재활용 및 쓰레기 처리 시설이 부족한데다 그나마 있는 시설도 낙후해 시도할 수 있는 정책이 많지 않다”며 “수거 차량과 인력을 늘려서 매일 품목별로 수거해 와도 처리할 여력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행정이 시민에게 ‘의식 개선’을 강요하기 전에 공무원부터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정도 팀장은 “도에서 홍보하는 수준을 보면 담당공무원들은 재활용이 딱 일곱 가지 종류인 걸로 아는 것 같다”며 “종이류만 해도 우유팩과 종이박스는 따로 분류해야 하는데, 이걸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는 행정이 교육이나 홍보를 안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타이밍’

강진영 제주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요일배출이 가장 좋은 제도라고 할 순 없지만, 지금이 새로운 재활용 정책을 도입해 획기적으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기”라고 강조했다.

다만 “시민들의 배출 습관이 달라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정이 분리배출된 재활용품을 분리수거하는 과정도 개선돼야 한다”며 “요일배출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행정이 따라주지 못하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쓰레기 배출 정책의 경우 ‘원인자부담원칙(Polluter-pays principle;원인을 제공한 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배출하는 주체가 처리비용을 부담하는 등 체감도가 높은 정책이 효과가 높다”며 “일본처럼 누진제를 적용하는 등 폐기물 처리비용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회천동에 위치한 쓰레기 매립장. 분리배출 되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가 섞여 있어 까마귀가 많다. ⓒ미디어제주

자원순환 관련 독립적인 전문 기구 마련해야

쓰레기, 재활용 등 자원순환 분야에 독립적이고 전문성을 띤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동주 박사는 “행정은 기본적으로 순환보직제이기 때문에 바로 전 사람이 담당한 업무도 잘 모른다”며 “장기로 가야하는 쓰레기 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김정도 팀장은 “제주도 쓰레기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제도를 시행하는 행정이 쓰레기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이라며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세부계획을 마련할 수 있는 도청 산하 전문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필요한 것은 도민 공감과 신뢰

요일배출 존속 여부를 떠나 모든 전문가들이 동일하게 지적한 문제가 하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도민 의견을 수렴하고 합의를 구하는 절차를 빠트렸다는 점이다. 도민과 도정 간 소통과 신뢰가 부족하다.

강진영 연구위원은 “지금 도민 사회 불만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아무리 분리배출을 잘 해도 행정이 혼합수거한다’는 불신이 깔려 있다”며 쓰레기 정책의 성공을 위해선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함을 강조했다.

김정도 팀장은 “요일배출도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라기 보단 그동안 재활용에 관심도 없던 행정이 도민 의견 수렴 절차나 디테일한 계획 없이 급하게 시행해놓고 시민들 ‘의식’ 탓만 하니 반발이 심해지는 것”이라며 “행정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주민들 의견을 들으려는 노력만 해도 불만은 크게 잦아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제주시청 부근 클린하우스에서 시민모임이 요일배출에 항의하기 위해 '쓰레기 산 만들기' 퍼포먼스를 벌였다. ⓒ미디어제주

김태윤 제주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쓰레기 문제는 행정과 시민이 서로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함께 풀어나가야 하는 사안”이라며 “이 과정을 잘 넘어선다면 쓰레기가 아닌 제주도의 또 다른 현안을 해결하는 데 든든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주도는 쓰레기 문제 외에도 교통, 주차, 하수, 주거 등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현안이 쌓여 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올해 도민행복 역점 프로젝트로 내세운 사안이기도 하다. 제주도정은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요일배출 시행 과정은 그 열쇠가 될 수 있다.

<조수진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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