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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 속에 최순실이 있고, 우병우가 있어요”
“우리 마음 속에 최순실이 있고, 우병우가 있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2.12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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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임당 관련 서적을 두권이나 낸 임해리 작가
“사임당을 통해 불의에 저항하는 인(仁)을 배우라” 강조

사임당이 뜨고 있다. 관련 책도 수십 권이 나오고 있고, 드라마도 뜬다. 사임당을 주제로 한 영화작업도 시작될 예정이란다. 어찌보면 갑작스런 열풍처럼 보인다. 그런데 왜 사임당일까.

제주에서 활동하며 글을 쓰고 있는 임해리 작가는 사임당 관련 서적을 두 권이나 써냈다. 그는 2015년 <사임당>을, 올해는 <사임당 전>이라는 책으로 사임당을 소개하고 있다. 앞서 <사임당>이 ‘현모양처’로 왜곡된 사임당을 벗겨내고 제대로 밝혀낸 역작이라면, 올해 나온 <사임당 전>은 국정농단으로 불리는 현 상황에서 우리에게 부족한 걸 되짚어보게 만든다.

“어리석은 군주가 난세를 만든다고 하잖아요. 사임당이 살던 때는 사화를 두 번이나 겪은 난세였어요. 지금 대한민국 역시 난세입니다. 국가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잖아요. 이런 때 필요한 게 뭐겠어요.”

현 국정농단을 보면서 불의에 일어설 수 있는 '인(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임해리 작가. 그 '인'을 사임당을 통해 배우라고 말한다. ©김형훈

과연 뭘까. 지금 우리 사회가 부족한 것은. 임해리 작가는 바로 ‘인(仁)’이라고 했다. ‘인(仁)’은 흔히 공자가 말하는 주요 사상으로만 안다. 어질게 살라고 하는 것으로만 ‘인(仁)’을 바라보곤 한다. 임해리 작가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은 단순히 착하고 어진 것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불의를 보면 목숨을 던지는 게 인이죠. 공자가 살던 2500년 전은 권력끼리 싸우고, 배신을 하고, 임금을 바꾸던 때입니다. 사임당이 살던 시대도 그래요. 난세였기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가 중요한데 그게 인입니다.”

불의를 보면 싸워야 하고, 제대로 말 할 수 있는 게 바로 공자의 ‘인(仁)’임을 임해리 작가는 깨우친다. 사임당도 그 시대 ‘인(仁)’을 지키려 한 인물이었다고 작가는 평한다. 사임당 남편에 대한 얘기로 작가는 인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사임당 남편은 벼슬을 구걸하려고 했어요. 시당숙이 영의정이었거든요. 그런데 사임당이 딱 잘랐어요. 눈에 보이는 세력을 쫓아가서는 안된다고 말이죠. 요즘은 어떤가요. 자신의 남편이 고위직을 구걸해서 된다고 한다면 어떤 여자가 안되겠습니다고 할까요. 쉽지 않죠.”

사임당이 살던 시절은 여성에겐 이름이 주어지지 않은 때다. 사임당은 스스로가 ‘사임’이라는 호를 만들었고, 그 호를 쓰겠다고 당당하게 외쳤다. 그런데 현모양처로 왜곡돼 있다.

“당시 여성은 발언권이 셌고, 재산도 균등하게 나눠 가졌어요. 오히려 오늘날 지위보다는 앞섰다고 봐요. 단지 이름은 없었는데, 사임당은 그걸 가지기 위해 더 노력했어요. 요즘 유명인들이 방송에 나와서 역사 강연을 한다며 사임당의 이름을 신인선이라고 하는데 근거도 없고, 잘못된 것입니다. 또한 ‘현모’라는 것은 일제의 흔적이죠. 천왕에 목숨을 바치는 군인의 아내가 현모인데, 그걸 가져다 붙이다뇨.”

저서 <사임당 전>을 통해 현 사회를 바라보라고 강조하는 임해리 작가. ©김형훈

임해리 작가는 ‘현모양처’라는 것엔 남성 위주의 역사관이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지금 사회는 사임당을 통해 배울 게 너무 많다는 점을 나열했다.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합니다. 홍익인간이 바로 그런 개념인데, 지금 우리나라는 홍익인간이 있나요. 우리 사회는 인(仁)이 무너지고, 교육은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어요. 내 아이만 잘 되라고 하는데 그건 폭력입니다. 너도 나도 그런 사상에 감염돼 있고, 국정농단의 종범은 바로 우리들이에요. 우리 마음속에 최순실이 있고, 우병우가 있어요. 사임당이 남편의 벼슬 구걸에 대해 그랬듯이, 눈 앞에서 사사로운 이익을 저울질 하지 않았으면 해요.”

사사로운 이익을 저울질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할까. 임해리 작가는 밥상머리 교육에 답이 있다고 한다. 그건 바로 가정내 교육이다.

“사임당은 아들 넷에, 딸 셋을 뒀어요. 매일밤 자녀들에게 시경을 읽어주며 인간답게 살아야 함을 강조했죠. 교육을 영어로 ‘에듀케이션’이라고 하잖아요. ‘에듀케이션’은 서로 다른 사람들의 소질과 재능을 개발시키는 걸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들 똑같은 교육만 쫓아가요. 그것이야말로 폭력이죠.”

사임당. 그의 교육은 최고의 인물인 율곡을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면 될까. 사임당을 통해 더 배워보자.

“초등학생 꿈이 공무원이고, 대학생의 꿈이 건물주인이 되어서 세를 받고 산다고 하죠. 취직이나 입학을 인생의 꿈으로 삼곤 하는데 그건 꿈이 아닙니다. 꿈은 어떻게 살겠다는 게 있어야 해요. 청년들이 꿈을 지니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게 됩니다.”

주체적으로 살아간 사임당을 통해 현재 대한민국의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어쩌면 사임당은 역동적으로 살아간 제주해녀와도 닮았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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