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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도시재생은 주민 의견 듣지 않는 하향식 방식”
“지금 도시재생은 주민 의견 듣지 않는 하향식 방식”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2.2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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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연 첫 도시재생 토론회…도정 정책 문제점 지적
“서문 본 사람 없다. 전형적 토건사업” 진서루 복원 비판도
23일 삼도2동주민센터에서 열린 관덕정 광장 및 서문 복원에 대한 주민 토론회. ©미디어제주

제주특별자치도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원도심 도시재생 사업. 그러나 주민들이 배제된 상태에서 진행되면서 이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주민들이 택한 건 주민 토론회다. 23일 제주시 삼도2동주민센터에서 마련된 관덕정 광장 및 서문 복원에 대한 주민 토론회. 이날 토론회는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주민들이 주제발표 및 토론자로 나서며 현재 추진되고 있는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특히 그동안 이런 주민 토론회는 진행되지 않았기에 도시재생의 새로운 모델이 될지 관심거리이다.

이날 주제발표는 원도심에서 다이노바이트 샌드위치를 운영하는 하성엽 대표가 맡았다. 그는 원도심 도시재생이 주민의 의견을 우선하는 ‘상향식(bottom-up)’ 방식이 아니라, 일방적인 ‘하향식(top-down)’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하성엽 대표는 “오늘 설명회를 하기 위해 주민들을 만나봤다. 그런데 다들 도시재생지원센터나 행정으로부터 성실한 설명이 없었다고 한다. 아예 모르는 분도 많았다”며 주민들은 모르는 상태에서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문제를 던졌다.

그는 “제주도의 계획안을 들여다보면 제주도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관광객 등의 방문을 유입시킨다는 명목아래 광장과 진서루(서문)를 복원한다고 하는데, 매입되는 곳의 주민들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의견 수렴이 전혀 안됐다. 비밀주의로 진행되는 이런 계획안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성엽 대표는 도시재생지원센터가 행정의 대변인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설명도 이어갔다.

하성엽 대표는 “센터는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주민들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행정의 대변자 역할을 함으로써 진정한 도시재생 방향으로 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면서 제주도의 대변인 역할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성엽 대표는 “계획안은 주민의 의견을 듣는 상향식(bottom-up) 방식이라고 돼 있다. 그렇다면 그런 과정을 거쳤나. 아니다. 실상은 하향식(top-down) 방식이다. 주민 참여는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하성엽 대표는 도시재생의 대표격으로 불리는 빌바오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하성엽 대표는 “빌바오는 도시재생의 좋은 예라고 한다. 하지만 관련 논문을 들여다보면 전형적인 하향식 방식으로, 행정이 그냥 밀어붙인 것이다. 원도심 도시재생도 솔직히 지방정부의 성과보여주기식이 아닌가. 도시재생은 관광을 하러 온 사람들이 목적이어서는 안된다. 주민들이 목적이어야 한다. 주민들이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들면 방문객도 늘어난다”며 관광객 운운하는 정책의 전환도 촉구했다.

하성엽 대표의 주제발표에 이어, 지역 주민 3명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토론은 이병호 삼화철물 대표, 고병련 제주국제대 교수, 고봉수 모던건축 대표가 나섰다.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은 모두 제주시 원도심에 실제 거주를 하고 있다. 토론의 사회는 이정민 도시계획박사가 맡았다.

23일 삼도2동주민센터에서 열린 관덕정 광장 및 서문 복원에 대한 주민 토론회. ©미디어제주

이정민 박사는 “제주도의 원도심 도시재생 계획안은 서문을 만든다고 하는데, 서문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설계도도 없다. 새로운 건축을 한다는건데, 이건 토건사업이다. 주민 수렴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비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병호 삼화철물 대표는 “듣도 보도 못한 옛날 광장을 만들고 문을 만들겠다고 한다. 길을 막고 광장과 성을 만든다고 하는데 우리에겐 생존권 문제가 달려 있다. 곁에 800억원을 들인 탐라문화광장이 있다. 그런 광장을 놔두고 또 광장을 만드느냐. 지역주민을 속여 가면서까지 이렇게 하는 무슨 내막이라도 있나. 아니면 치적 때문이냐”면서 “수십년 살아온 사람을 내쫓고 성을 복원하면 누가 박수를 치겠냐”고 도정의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고병련 제주국제대 교수는 “차업는 거리를 만든다고 했는데 가만 보면 예산이 들어왔으니까 돈을 쓰려는 것 같다. 그런 거리가 만들어지면 행정을 하는 이들은 프리미엄이 올라가겠지만 주민들에게는 효과가 없다. 실패한 정책이다. 대전은 차없는 거리를 포기했다. 부산은 실패했다. 대구 동성로는 2년에 걸쳐 주민들을 설득하고, 제도적인 보상을 강구했기에 성공했다. 원도심이 죽었다고 하는데, 이유는 사람이 살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인구유입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고봉수 모던건축 대표는 “답을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주민의견을 들으려 하니 황당하다. 계획안이 있다고 하는데 왜 주민들에게는 보여주질 않느냐. 의견을 들으려는 노력이 모자라다”며 “원도심 간판을 전체적으로 바꾸는 등 신제주와는 다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민들은 이날 복원의 문제점과 아울러 계획안을 만들어둔 상태에서 진행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주민들은 그들의 목소리가 도정에 잘 전달되기 바란다는 바람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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