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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화가이기 전에 가족을 사랑했던 이중섭
천재화가이기 전에 가족을 사랑했던 이중섭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5.01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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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미술관, 5월 2일부터 ‘내 사랑, 패밀리’展 개최
박영자씨가 곁에서 바라본 인간 이중섭의 모습 드러나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이중섭 관련 기획전이 마련된다.

 

이중섭미술관은 5월 2일부터 8월 20일까지 미술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내 사랑, 패밀리’를 주제로 이중섭의 가족 관련 그림과 편지를 선보인다.

 

이중섭 화백은 치열한 예술혼으로 그려낸 작품뿐만 아니라 남다른 가족사랑을 편지로 남기기도 했다.

 

이중섭 화백이 부인 이남덕 여사에게 보낸 편지. ⓒ이중섭미술관

이번 기획전은 이중섭과 부인 이남덕 여사를 바라본 박영자씨의 편지가 최초로 공개된다. 박영자씨는 이중섭의 사촌형인 이광석 변호사의 부인으로, 현재 미국 시애틀에 거주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되는 박영자씨의 편지는 이중섭미술관 전은자 큐레이터가 지난 2011년 박영자씨 아들 이태호씨에게 부탁을 해 받아둔 것이다.

 

편지는 천재화가 이중섭보다는 아무런 욕심도 없고, 가족사랑에 목말라하는 이중섭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난다.

 

“어느날 남편이 중섭씨를 만나서 집에 데리고 와서 몇 년 만에 만나서 반가웠다. 그의 가족의 소식을 들었다. 중섭씨는 오고 가는 길에 자주 들러서 때로는 찬없는 밥을 같이 먹기도 했다. 어떤 날 밤에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데 우산도 못받고 왔다. “쌀이 좀 있느냐?”고 물었다. 얼마나 급하면 왔을까! 하고 생각하니 너무 딱해서 쌀통에 남은 쌀을 다 쏟아서 보냈다. 남에게 아쉬운 말은 못하는 사람인데. 그 후에는 그런 일로 오는 일은 한번도 없었다.“(박영자씨의 편지 중에서)

 

이중섭 사촌형의 부인인 박영자씨가 회고한 이중섭의 모습. 이중섭미술관

박영자씨는 부산에서의 피난시절, 이중섭의 환경을 직접 목도했다. 그런데 이중섭은 자신보다는 더 어려운 이들에게 퍼주는 일도 있었다.

 

“남덕씨 친정 어머니께서 가족에게 100만엔인지 100만원인지 모르지만 돈이 왔다는데, 이 사람 저 사람 필요하다고 조르는 사람들, 다시 돌려받을 희망이 없는 사람들에게 꾸어 주고 식구를 살리는 데는 별로 도움이 안됐다고 남편이 속상해서 하는 말을 듣고 나도 안타깝게 생각했다.”(박영자씨의 편지 중에서)

 

박영자씨는 그런 이중섭의 착한 마음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가족이 보고 싶어서 정신병을 앓아야 했던 이중섭의 이야기도 편지글에 담겨 있다.

 

박영자씨는 편지글에서 이중섭을 이렇게 말한다. “1세기에 한분 나올까 말까하는 위대한 화가인 그분이 너무나도 불우한 환경에서 재능을 다 발휘하지도 못하고 일찍 가신 것이 너무나 슬프고 안타깝다.”

 

이중섭은 가족을 너무 사랑했다. 그가 생전에 부인인 이남덕 여사에게 보낸 글을 보면 “현명한 아내 남덕이를 고결하고 아름다운 행복한 천사로 만들어줄 것이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내 남덕 천사 만세! 만세!”라고 쓸 정도였다.

 

이중섭미술관의 ‘내 사랑, 패밀리’ 전은 박영자씨가 바라본 인간 이중섭을 볼 수 있고, 이중섭이 부인 이남덕씨에게 보낸 편지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이중섭미술관은 이번 전시 연계 부대행사로 음악극 ‘이중섭 마지막 편지’도 연다. 전시 문의는 ☎ 064-760-3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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