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2000장 낮 되기전 동나…“손편지 행복 바이러스 번지길”
<아라신문> 기자로 활동하시는 김정련씨가 <미디어제주>에 좋은 이야기를 보내주셨습니다. 5월 28일, 그는 등에 작은 우체통을 지고 윗세오름까지 올랐습니다. 땀은 났지만 그럴 이유가 있었어요. 윗세오름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감동적인 손편지를 써보이게 하겠다는 의지였어요. 손편지 이야기를 담은 김정련 기자의 글을 싣습니다. [편집자 주]
크고 작은 우체통들이 줄을 서서 한라산을 오른다. 어머, 저건 뭐야? 호기심 어린 눈길들이 보태진다. 오랜만에 빨간 우체통이 덩실덩실 춤을 춘다. 철쭉제를 보러 올랐던 사람들은 덤으로 얻은 풍경에 어리둥절하다가 하나둘 펜을 들고 안부를 묻는다.
㈔한국편지가족 제주지회(회장 장인옥)가 지난 28일 한라산 윗세오름에 우체통을 마련, 등반객들에게 편지를 쓰도록 하는 행사를 실시했다. 제주지회 회원들이 우체통을 직접 등에 지고, 윗세오름까지 올랐다.
제주지회 회원들은 편지를 쓰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즐긴다. 2011년부터 시작한 이 행사는 이번이 일곱 번째다. 그러다보니 예전행사에서 마주쳤다고 반가워하는 사람도 만난다.
진주에서 온 김기홍님은 “몇 해 전 한라산을 올랐다가 우연히 편지를 보내게 되었다”며 “편지받은 분들이 너무 좋아했던 기억이 있는데 오늘 여행을 왔다가 다시 만나니 너무 반갑다”며 엽서를 쓰고 갔다.
예전에 한 두 번은 우체통에 엽서나 편지를 직접 넣으신 기억이 있다는 어르신부터 처음 엽서를 써본다는 학생들, 외국인까지 안부를 전하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2000장을 준비해간 엽서가 낮이 되기 전에 동이 났다. 행복 바이러스인 손편지로 많은 사람들이 전염되는 꿈을 꾸며 우체통이 춤사위를 마쳤다.
우체통을 짊어지고 광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넨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그들도 덩달아 춤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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