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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화되는 '탄소중립' ... 카센터 사장은 어쩐지 억울했다
가속화되는 '탄소중립' ... 카센터 사장은 어쩐지 억울했다
  • 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
  • 승인 2023.06.1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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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 공동기획] ② 카센터·주유소 폐업 현실화...종사자 보호대책은?
작년 충전소 폐업한 김경민 대표 "연료소매업 10년 후 직영만 살아남을 것...대책 준비해야"

기후위기의 시대이다. 지구 한편에서는 가뭄과 폭염, 대형 산불로 고통받고 있을때, 다른 곳에서는 폭우와 홍수, 산사태로 피해가 이어졌다. 재난과 같은 기후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각 분야에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미디어제주·제이누리·제주의소리·제주투데이·헤드라인제주)는 제주한돈환경공익기금위원회와 이러한 '대전환'의 과정 속에서 '정의로운 전환'의 필요성과 이를 위한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제주투데이 박소희 기자] 제주지역에서 자동차 수리전문점(이하 카센터)을 운영하는 50대 강봉석 씨는 잠을 설치는 일이 많아졌다. 1994년 처음 자동차정비 기능사를 땄을 때부터 해당 시장은 호황이었다. 그러나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정부 노력은 강 씨 '먹고사니즘'은 위기로 이어졌다. 

제주시 이도이동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50대 강봉석 씨
제주시 이도이동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50대 강봉석 씨

◇ "기후위기 대응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어쩐지 억울하다"

미세먼지 피해를 사회재난으로 규정한 2019년,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지원이 본격화 되면서 카센터가 한 번 휘청였다. 정부가 예산 집행을 늘리자 제주도 조기폐차 대수는 2017년 700대에서 2019년 3840대로 껑충 뛰었다.

기후변화라는 말이 낯설던 2012년, 제주도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 없는 섬(CFI·Carbon Free Island)’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탄소없는 섬 정책의 두 축은 ‘에너지 전환’과 ‘전기차 보급’. 제주에서 쓰는 전력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만들고, 모든 차는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급기야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이 전 세계 과제라는 이야기가 최근 심심치 않게 들린다. 기후위기를 피부로 느끼는 강 씨도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앞으로 내연기관차를 없애고 전기차 100%로 전환한다"는 소리가 들리면 눈앞이 캄캄하다. 

정비소에도 등급이 있는데 소위 카센터로 불리는 자동차 전문 정비소가 3급에 속한다. 제주도는 신규 진출을 제한하기 위해 1,2급 정비소의 경우 총량제를 실시하고 있어 비교적 시장 진입이 쉬운 카센터가 많이 있다. 카센터의 경우 정비, 부품교체, 점검, 수리만 가능하도록 해 1·2급에서 가능한 엔진·미션수리, 판금, 도색 등의 작업이 불가능하다. 

강봉석 씨가 운영하는 카센터 노동자들.
강봉석 씨가 운영하는 카센터 노동자들.

"제가 운영하는 곳 역시 3급 정비소다. 3급의 경우 가뜩이나 작업 범위 한계가 있는데 노후차 조기 폐차 제도 시행으로 하루 작업량이 확 줄었다. 제주는 CFI 정책 시행 이후 전기차 보급률이 전국 1위라고 하는데, 저는 아직도 수리해 본 경험이 없다 브랜드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평생 보증하고 있는데 누가 카센터에 맡기겠나.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공업사로 가지"

CFI 정책 시행 후 10년이 지난 현재 전기차 보급률은 5% 수준. 하지만 2015년부터 2023년 현재까지 폐업한 정비소는 72곳.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해 말 발표한 ‘제주도 전기차 보급확산 정책이 지역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2030년 자동차 수리정비업 종사자는 2020년 대비 절반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도내 기존 자동차 수리정비업 사업체 수가 2022년 484개에서 2030년 357개(73.8%)로 줄어들 것으로 봤다. 이 추정치에 따르면 노동자 수는 약 52% 수준(2022년 2500여명→2030년 1320여명)으로 감소한다. 

외국인 손님을 응대하고 있는 강봉석 씨.
외국인 손님을 응대하고 있는 강봉석 씨.

강 씨는 누구보다 근면 성실하게 살았다고 여겼는데 50대 들어 다시 진로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어쩐지 "억울하다"고 했다.

그는 "50대가 되면 인생 안정기에 접어들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카센터를 접고 음식점을 해야 하나 그런 생각에 밤새 뒤척일 때가 있다"고 했다. 

요리를 잘 하는 편이냐고 묻자 "전혀 아니"라면서 "저희 카센터는 업계에서 잘 되는 편에 속한다. 그런 저도 오죽하면 못하는 음식 장사라도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할 정도"라고 했다. 

그는 "많이 고쳐봐야 실력이 쌓인다. 실전 경험이 많아야 한다는 소리다. 전기차 정비 경험을 쌓고 싶어도 브랜드 공업사 종사자가 아니면 기회가 흔치 않다. 현재, 어떤 방향으로 카센터를 끌고 가야 좋을 지 모르겠어서 답답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단 전기자동차도 바퀴는 있으니까 작업 범위를 타이어 정비까지 확장했는데, 업체들 자구책에만 기대지 말고 정부나 지자체가 사회 안전망을 세밀하게 설계해 줬으면 좋겠다. 이곳 카센터에 딸린 식구(노동자)만도 3명으로 이들 가족까지 포함하면 더 많아진다"라고 당부했다. 

◇ "앞으로 10년 남았다. 자영은 폐업 고민해야"

내연기관 차 축소 정책으로 주유소나 충전소 업계도 위기 의식을 느끼는 건 마찬가지였다. 

법원 인근에서 LPG 충전소를 운영하다 작년 11월 30일 폐업을 했다는 30대 김경민 씨를 사무실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폐업 충전소 사장 김경민 씨.
폐업 충전소 사장 김경민 씨.

아버지로부터 이어받은 LPG 충전소는 10년을 운영하다 결국 폐업을 선택했다. 

충전소나 주유소가 폐업하려면 폐업 신고 후 시설을 폐쇄하기 위한 위험물저장시설의 철거 등 용도 폐지 확인, 토양오염도 조사 후 토양정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 김 씨는 "나대지 상태로만 만드는 데 1억원에서 1억 5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했다. 

연료소매업의 경우 10년 전까진 호황이었다고 했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인 관광객 감소, 팬데믹 발생 등으로 제주도 내수 경제가 악화하면서 운영이 급격히 어려워졌다. 

김 씨는 "사드 사태 때 매출이 1/3로 줄더니 팬데믹을 지나며 다시 1/3로 줄었다. 택시 기사들이 야간 운행을 하므로, 충전소의 경우 24시간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 우리도 24시간 운영했다. 충전소의 경우 가스를 다루기 때문에 안전관리자와  가스기능사 자격증 소지자가 반드시 상주해야 한다. 당시 노동자가 12명 정도였는데 폐업하면서 뿔뿔이 흩어졌다"고 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2015년부터 2023년 현재까지 폐업한 주유소와 LPG 충전소는 26곳이다. 현재 2곳 주유소는 휴업중이다. 

그는 "내수 시장이 꺼지면서 250개 정도 되던 주유소가 현재 200개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안다"면서 "부지를 가지고 운영 한 우리도 적자로 전환됐는데, 임대로 장사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전기차 보급 정책이 이들 업계에 큰 타격을 줬다고 보지는 않았다. 보급률이 아직 높지 않은 데다 충전 인프라도 충분치 않아 아직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메리트가 없다고 했다. 

김 씨는 자동차 연비 상승 등 기술 발달과 내수 경기 침체가 현재 연료소매업 위기에 큰 몫을 차지한다고 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35년부터 국내외 완성차 기업들이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한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그는 "아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소비는 급격하게 줄어들 것 같은데, 문제는 직영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다. 

제주시 소재 SK 주유소.
제주시 소재 SK 주유소.

직영 주유소는 정유사나 대리점이 주유소의 소유권을, 자영 주유소는 개인이 소유권을 가진다. 

정유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주유소는 자사 제품만 판매한다. 자영주유소는 간판 브랜드의 제품 외에 다른 정유사의 제품도 가져올 수 있다.

제주도는 정유사와 주유소 사이 대리점이 끼어있는 특이한 구조다. 

현재 제주지역에는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스오일 이상 국내 4개 정유사가 도내 대리점을 통해 주유소에 유류를 공급하고 있다.

육지의 일부 정유사들은 자사폴이 아닌 다른 회사 간판을 단 주유소를 상대로도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지만, 제주도는 대리점이 끼어 있어  자사 제품만 사용해야 한다. 그는 "육지부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담합도 용이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화석 연료 소비가 줄어들면 대리점 횡포가 용이한 구조에서 누가 살아남겠는가. 직영 외에는 살아남기 힘들 거다. 현실적으로 10년 남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LPG 충전소의 경우 이격거리 때문에 부지가 넓다어 수소충전소로 전환이 용이하다. 현재 수소충전소는 함덕 등 외각에 있는데 수소차 확대를 위해서는 도심에도 충전소가 필요하다. 제주도가 페업 부지 매입 후 전환을 검토해 봤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주유소나 LPG 충전소 등 연료소매업 사업체 수는 2022년 기준 228개에서 2030년 199개로 약 87%로 줄어든다. 노동자 수는 2022년 약 1200여명에서 2030년 약 1080여명으로 약 88% 수준으로 감소한다. 

업종 종사자들은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카센터 등의 경우 2022년 504개에서 2030년 273개로 확 줄며, 같은기간 노동자 수는 2382명에서 1517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주유소 등은 233개에서 132개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며 노동자 수도 1256명에서 761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김 씨는 "자영은 폐업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면서 "이곳 노동자들 역시 직업 전환을 위한 생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전환기 노동자에 대한 사회 안전망 부재

국가온실가스를 2050년까지 100% 감축하려면 글로벌 수요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국제사회가 약속한 2050 탄소중립은 단순히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 아니다.

‘고용 없는 저성장 시대’ ‘불평등’ ‘지역사회 공동체 해체’ ‘저출산 고령화 사회’ ‘노동 잉여 세대 증가’ 등 자본 중심 시장 경제의 실패를 인정하고 누구도 소외 당하지 않은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포괄한다. 따라서 전환 사회 명제는 ‘과정과 결과가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한다’는 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 

2022년 말 제주도 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등에서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생존 전략 마련을 건의한 바 있다. 

조합에 따르면 도내 전문정비업소는 400여 개. 당시 조합은 "도내 전문정비업체는 대부분 영세하다"면서 전기차 보급에 따른 생존 전략 마련을 요구했다.

전문정비업 종사자들의 일거리 감소, 그로 인한 업종 전환 및 폐업이 속출하고 있어 업종 전환이나 재취업 방안 등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에서도 관련 교육프로그램과 정비기술인증제도를 마련하고는 있지만 이는 소수의 자사 또는 자사 정비 협력사 직원만을 대상으로 한다. 강봉석 씨 말처럼 수리정비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 정비사업체는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CFI정책이 전기자동차 보급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인프라 전환에 의해 고용위기에 처할 사업장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제1차 제주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2024~2033) 수립 용역 과업지시서를 살펴봐도 기후위기 극복 산업 육성 차원에서 일자리 창출과,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전환기 노동자 보호 대책 마련 주문이 없다.

이에 한국노동연구원은 “제주도청이 지원하는 교육훈련으로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하면서 △전기자동차 정비인력 양성 △정부나 지자체 관련 사업 홍보 △폐업 지원 △사업다각화 지원 △직종 전환 △중고차 수출업 활성화 등의 정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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