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소멸 위기에 놓인 제주어··· “살릴 방법 어시쿠과?”
소멸 위기에 놓인 제주어··· “살릴 방법 어시쿠과?”
  • 김민범 기자
  • 승인 2023.10.28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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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9주년 <미디어제주> “제주 대표 온라인 뉴스가 되겠습니다”
“제주어의 소멸에는 가슴 아픈 이유가 있다”
도내 젊은 층들은 사투리를 일부러 고친다?
[인터뷰] 양창용 제주어보전회 이사장

<미디어제주>가 창간 19주년을 맞이했습니다. 19주년을 맞이한 <미디어제주>가 소멸 위기의 제주어를 다시 일으키고자 합니다.

제주의 역사이자 상징인 ‘제주어’가 앞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언어는 역사와 문화의 산물이라고 합니다. 제주어가 소멸된다는 것은 귀중한 하나의 제주 문화가 사라진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미디어제주>는 제주어의 소멸을 막기 위한 노력을 넘어, 지켜야 할 제주의 문화와 역사뿐만 아니라 깊이 있고 특색 있는 보도로 제주를 대표하는 온라인 뉴스가 되겠습니다. [편집자 주]

제주어, 유네스코 소멸 위기 언어 4단계

‘심각하게 절멸 위기에 처한 언어’로 지정

다음 5단계는 ‘소멸 언어’

[미디어제주 김민범 기자] 제주지역 사투리가 빠른 속도로 소멸 중이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도민들의 사투리 사용빈도가 줄어들고 있다. 줄어든 사투리 때문일까. 젊은 층에서는 일상생활에서 표준어를 구사하는 도민들도 많다. 특히 20대 도민들이 할머니의 사투리를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까지도 생겨나고 있다.

◇ 제주어가 소멸하는 이유

전국에서 가장 특이하고 지역 특징이 잘 살아있는 제주방언이 소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연스럽게 세대를 거듭함으로써 점차 줄어드는 것도 있다. 하지만 제주도를 벗어난 타지 생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고쳐지는 경우도 있다.

“제주어가 소멸된 것에는 가슴 아픈 특별한 이유가 있다”

제주의 4.3사건 때문이다. 당시 도민들은 무려 7년 7개월에 걸쳐 억울한 옥살이와 무차별 학살을 당했다. 4.3사건이 끝난 후에도 도민들은 정치적 사상의 문제가 있다는 낙인을 찍혀왔고 차별을 받아왔다.

당시 차별을 피하기 위한 방법은 도민인 사실을 숨기는 것뿐이었다. 도민들은 차별을 피하기 위해 사투리를 반드시 버려야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제주4.3사건을 계기로 본래의 제주 사투리는 점차 사라지게 됐다.

◇ 젊은 층은 사투리를 일부러 고친다?

과거에는 4.3사건을 이유로 차별을 피하기 위해 제주 사투리를 쓰지 않았지만 최근 젊은 층이 사투리를 쓰지 않게 되는 이유는 조금 다르다.

“제주 사투리는 조금 촌스럽기도 하고 타지역 사람들이 듣게 되면 외국인 취급을 해서 스스로 고치게 됐어요”

제주도에서 태어나 부산에 거주 중인 20대 A씨는 사투리를 쓰지 않게 된 이유를 털어놨다. 그는 제주도를 벗어나 타지생활을 시작한 뒤로 최대한 제주 사투리를 쓰지 않기 위해 말투를 고치며 노력해왔다고 한다.

“제주도에 살면서 표준어를 쓰고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사실은 아니었어요. 사투리를 완전히 고치기까지는 꽤 오래걸렸던 것 같아요”

타지 사람들의 제주 사투리에 대한 인식은 ‘알아듣기 힘든 말’이나 ‘외국 말’이다. A씨와 같은 경우로 제주 사투리를 고치는 사람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대로면 향후 제주 사투리의 완전한 소멸이 우려된다.

◇ 젊은 층도 사용하는 제주 사투리

제주지역에 거주 중인 20대들의 사투리는 특정 표현을 제외하고는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젊은 층에서도 여전히 자주 사용하는 사투리가 있다.

‘밥 먹언?’, ‘뭐하맨?’, ‘뭐 햄시냐?’

반말 어미다. 주로 끝에 말을 줄인 것처럼 보인다. 타지역 사람들도 알만큼 가장 유명한 사투리다. 타지역 출신 사람들도 도민을 만나게 되면 친근감을 표현하기 위해 따라서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 타지 사람들에게는 신기한 제주어··· 도민 할머니의 방송 인터뷰 밈

지난 2020년 태풍 마이삭이 제주지역을 강타했을 때다. 당시 제주도 이재민 인터뷰에서 김정자 할머니의 인터뷰는 유명세를 타고 인터넷 밈이 됐다.

김정자 할머니의 당시 인터뷰/자료=JTBC
김정자 할머니의 당시 인터뷰/자료=JTBC

‘할머니의 찐 제주도 사투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유명해진 영상 속에는 김정자 할머니의 제주어가 자연스럽게 담겼다.

“쾅 ᄒᆞ는 소리 헨, "아이구, 베락 털어져ᇝ인가? 영 걷어진 쥥은 몰르곡 경헨, 나왕 보고들랑 영헤연, ᄇᆞᆰ도록 ᄌᆞᆷ ᄒᆞᆫᄌᆞᆷ들 안 잣수다, 이 시간 동네 사람들”

젊은층의 도민이 들어도 쉽게 알아들을 수 없는 사투리였다. 이를 접한 인터넷 속 누리꾼들은 ‘자막 없이는 절대 알아들을 수 없는 제주도 사투리다’라며 화제가 됐다.

인터뷰 영상 속 댓글에서는 할머니의 인터뷰를 들리는대로 영어를 섞어 표현한 댓글도 달렸다.

“쾅 하는 소리에 소리에 아이구 배가 터져게 빛나여 거덕인지도 몰르구 여기에 나 would like hater top one For the chuck wonder like station 동네사람들”

이에 ‘정말 너무 똑같다’라는 반응이 나오며 제주 사투리 인터뷰는 더 유명세를 타고 하나의 인터넷 밈으로 자리 잡게 됐다.

◇ 제주어 특징을 살린 유튜버

제주도민의 제주 유튜브 ‘뭐랭하맨’
제주도민의 제주 유튜브 ‘뭐랭하맨’

유튜브에서 활동 중인 20만 유튜버 ‘뭐랭하맨’이다. 뭐랭하맨은 제주어에 관한 영상을 올리며 주로 제주어를 소재로 한 재밌는 상황극을 주로 업로드 한다.

제주어에 익숙하지 않은 타지 사람들은 해당 영상을 통해 제주어의 어감과 뜻을 신기해하며 찾아본다. 점차 소멸되가는 제주어를 유튜브를 통해 재밌게 승화시키고 알리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이에 뭐랭하맨은 제주특별자치도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 그렇다면 사라져가는 제주어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노력은?

제주 사투리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며 앞으로는 전멸할지도 모른다. 제주도의 역사가 깃들어있고 특징이 잘 살아있는 제주어를 위해 도민들이 해야 할 노력은 무엇일까.

양창용 제주어보전회 이사장, 제주대학교 언어학 박사.
양창용 제주어보전회 이사장, 제주대학교 언어학 박사/사진=미디어제주

“사실 도민 개개인의 자체적인 노력으로는 참 한계가 있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제주어보전회 이사장이자 제주대학교 언어학 박사 양창용 씨는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언어가 자주 쓰이기 위해서는 ‘경제적 요인’과 ‘필요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주어를 썼을 때 경제적 이득이 조금이라도 발생하게 되거나 꼭 써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많은 사람이 사용하게 될 겁니다.”

양 이사장은 경제적 요인과 필요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꼬집었다.

“사실 우리가 영어를 쓰는 이유도 어떻게 보면 ‘경제적 이득’과 ‘필요성’에 의해 쓰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주어를 사용해서 개인적으로 행복하다’라는 정도로는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제주어를 다시 살려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살다보면 영어를 많이 접하게 된다. 단순히 영어를 많이 접해서 배우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교육과정에 의해 배우는 이유도 있지만 ‘필요에 의해’ 배우는 경우가 많다. 제주어도 마찬가지로 제주어를 배워야 할 필요성이 갖춰지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제주어를 쓰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주어는 도민들에게는 모국어가 아닌 제2의 언어가 된 상황입니다. 사실 제주어와 한국어를 비교해보면 우리 사회 속 한국어는 지배적입니다. 이에 반해 제주어는 한국어에 비해선 그렇지 못하죠.”

양 이사장은 제주어의 소멸 위기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국어는 한국인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수로 사용하는 언어지만 제주어는 조금 다르다. 도민임에도 제주어가 아닌 표준어를 쓰는 사람도 종종 보인다.

“우리가 영어를 배우고 쓰는 것처럼 ‘왜 제주어를 써야할까’에 대한 이유와 필요성, 동기부여, 경제적 요인, 도민 개개인의 노력까지 모두 따라준다면 사라져가는 제주어를 다시 살려내는 데 큰 힘이 될 겁니다.”

제주어보전회 양창용 이사장은 제주어 보전을 위한 도민 개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필요성과 동기부여, 경제적 요인을 주로 꼬집었다. 제주어의 필요성을 확립하기 위한 대책이 제주어를 살리는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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