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뜯어보면 널린 제주 도시 문제 ... '15분 도시' 처방 필요 이유
뜯어보면 널린 제주 도시 문제 ... '15분 도시' 처방 필요 이유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11.24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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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가 그리는 미래, 15분 도시 ②] 제주 도시 속 문제는?
제주시 구도심 ... 낮은 거주만족도, 인구 감소에 슬럼화
서귀포시 구도심도 인구감소 ... 읍·면은 시설 절대 부족

제주는 많은 이들이게 천혜의 자연환경이 위로를 주는 '힐링'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정작 '힐링'을 꿈꾸며 제주로 찾아온 이들이 마주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 많은 인구가 제주 동지역에 집중되며 지역불균형 문제는 날로 심화돼고 있다. 동지역에서는 늘어난 인구와 차량 등으로 극심한 교통혼잡과 주차난 등이 불거지며 주민들의 거주만족도는 떨어진다. 더군다나 이전까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시도도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 문제는 방치되면서 수년 동안 곪아갔다. 그 와중에 민선8기 제주도정이 '15분 도시 제주'의 구현을 꺼냈다. 이를 통해 제주가 가진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제주에서 살아가는 도민들의 삶의 질을 더욱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미디어제주>는 4차례의 기획보도를 통해 민선8기 제주도정이 만드는 '15분 도시 제주' 모습을 보다 심도 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15분 도시 제주’를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민선8기 제주도정은 지난 8월 15분 도시를 시범적으로 구현할 4개의 시범지구를 발표했다. 제주시 구도심으로 불리는 ‘일도1·이도1·삼도1·2 생활권’와 서귀포시에서 구도심으로 분류되는 ‘천지·송산 생활권’, 그리고 읍·면 지역 중에서 ‘애월읍’과 표선면’이다.

15분 도시는 표면적으론 ‘15분 이내에 생활필수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도시’를 뜻한다. 이 개념으로 접근했을 대 제주시 구도심이 시범지역으로 지정된 것에 대해서는 의아함이 따라붙을 수 밖에 없다. 제주시구도심에는 수많은 생활 필수인프라가 밀집해 있고, 이와 같은 필수인프라시설로의 접근도 모두 15분 이내에 가능하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는 이미 ‘15분 도시’다.

하지만 15분 도시의 목적은 단순히 ‘15분 이내 생활필수시설으로의 접근’에 있지 않았다. 이를 통해 도시를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바꾸고,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거주만족도를 끌어올리는데 있다. 이와 같은 점에서 접근했을 때, 제주시 구도심과 서귀포시 구도심만큼 15분 도시를 구현하기 어려운 곳도 찾기 힘들다.

♢겉으로 보기엔 이미 15분 도시? 뜯어보면 문제 투성이

제주시의 구도심을 걷다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일이 하나 있다. 구도심에서 골목이라도 들어가 걷던 도중 운행하는 차량을 만나게 되면, 일단 한 번은 걸음을 멈추고 몸을 피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차량도, 사람도 그 골목을 통행할 수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골목이 좁기 때문이다.

제주시 원도심은 골목마다 양옆으로 차량들이 이면주차돼 있다. 이 골목으로 차량이 들어서면 주차돼 있는 차량들 사이로 겨우 한 뼘도 안되는 간격을 두고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상황이 심심치 않게 펼쳐지기도 한다. 차량도 겨우 지나가는 골목에서 걷는 사람들의 ‘보행권’이 확보될리 만무하다. 결국 사람도, 차량도 통행이 힘들어진다. 

제주시 구도심 내 이면주차된 차량들로 들어찬 골목. /사진=미디어제주.
제주시 구도심 내 이면주차된 차량들로 들어찬 골목. /사진=미디어제주.
제주시 구도심 내 이면주차된 차량들로 들어찬 골목. /사진=미디어제주.
제주시 구도심 내 이면주차된 차량들로 들어찬 골목. /사진=미디어제주.
제주시 구도심 내 이면주차된 차량들로 들어찬 골목. /사진=미디어제주.
제주시 구도심 내 이면주차된 차량들로 들어찬 골목. /사진=미디어제주.

행정구역상 일도·이도·삼도동으로 분류되는 제주시 구도심에서 골목마다 이런 상황이 펼쳐지는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수십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제주에서 최초로 도시계획이 수립된 것은 1952년다. 그 당시 현재의 구도심을 중심으로 최초의 도시계획이 수립됐고, 현재의 구도심이 윤곽을 보였다. 이어 1960년대까지 제주시 구도심을 중심으로 인구가 늘어나면서 토지구획정리사업이 진행되고, 이를 토대로 구도심이 점차 확장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그 당시 토지구획정리사업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감보율’이 너무 낮게 설정됐다는 것이다. 감보율은 토지구획정리사업을 통한 도시개발이 이뤄질 때, 토지주들이 가진 땅의 일부분을 도로나 공공용지 등의 목적으로 공출받는 토지의 비율을 뜻한다.

현재는 이 감보율이 최대 50%까지 설정된다. 어느 한 지역에서 토지구획정리사업이 이뤄지면, 그 지역에서 면적의 최대 50%까지 도로와 공공용지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1950~1960년대 제주시 구도심에서 토지구획정리사업이 이뤄질 때 감보율은 불과 17~23% 수준에 머물렀다. 도로와 공공용지로 확보할 수 있는 땅이 겨우 개발부지의 17~23%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도심개발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도로는 자연스럽게 좁아질 수 밖에 없었다. 좁은 도로도 겨우 놨다. 공원이나 공동주차장 등의 공공용지 확보도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서 구도심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늘어갔다. 인구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차량도 늘어났지만, 늘어난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구도심에 충분하지 않았다. 결국 이 지역 대부분의 차량들은 도로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차량들이 도로를 차지하면서 안그래도 좁았던 도로는 더욱 좁아졌고, 사람과 차량이 겨우 다니는 모습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부분의 문제는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복합적인 형태를 보인다. 

사람과 차량이 늘어나면서 좁은 도로에 교통난이 가중되고, 주차난이 심각해지는데다, 도심이 구성된지 50~70년이 지나면서 노후화도 심화됐다. 구도심에서 준공 후 20년이 경과한 건축물을 말하는 노후건축물의 비율은 2020년 기준 무려 81%에 달했다. 구도심 건물의 대부분이 노후건물이었다. 

제주시 구도심 내에 노후화된 건물들. /사진=미디어제주.
제주시 구도심 내에 노후화된 건물들. /사진=미디어제주.

구도심이 이렇게 살기 불편해지고 늙어가는 가운데, 신제주가 만들어졌다. 연동신시가지와 노형신시가지가 구축됐다. 이도동과 아라동에서도 새로운 택지 개발이 진행됐다. 구도심을 둘러싸면서 더 나은 주거조건을 갖춘 곳들이 대규모로 생겨났다. 사람들은 구도심을 떠나가기 시작했다.

구도심이 비어가면서 상권이 점차 몰락했다. 구도심은 지금도 비어버린지 오래된 듯한 건물도 심심치 않게 눈에 보인다. ‘임대’ 현수막이 걸린 공간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도시가 비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공간은 슬럼화된다. 

도심이 노후화되고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남아 있는 인구의 노령화도 가속화됐다. 아이들도 사라졌다. 구도심의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제주남초등학교는 2023년 기준 전교생이 불과 104명에 불과하다. 올해 입학생은 겨우 10명이다. 향후 몇년 안에 학교의 존폐를 걱정해야할 처지에 놓이게 될지도 모른다.

학교만이 아니라 지역의 존폐를 걱정해야할 처지이기도 하다. 제주시 구도심은 지방소멸위험지수가 0.510으로 ‘주의’를 필요로 하는 단계다. 인구 50만명의 제주시 한 가운데 있지만,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곳이다.

제주시 구도심 내 비어버린 상가들. /사진=미디어제주.
제주시 구도심 내 비어버린 상가들. /사진=미디어제주.
제주시 구도심 내 비어버린 상가들. /사진=미디어제주.
제주시 구도심 내 비어버린 상가들. /사진=미디어제주.

♢ 낙후된 도시, 문제는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이와 같은 사정은 서귀포시 구도심도 비슷하다.

서귀포시 구도심인 천지·송산 생활권은 1970년대에 형성돼 1990년대까지 서귀포시의 중심생활권 기능을 해왔다. 하지만 역시 좁은 도로에 교통혼잡이 가중되고, 보행권은 확보되지 않으며, 주차난도 심각해졌다. 여기에 주변 관광지 조성 등으로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혼잡이 가중됐다. 주거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더해 인근 택지개발 및 혁신도시 개발 등으로 인구가 빠져나갔다. 지방소멸위험지수도 0.310으로 ‘소멸위험진입’ 단계다. 제주시 구도심보다 더욱 지방소멸에 가깝게 다가가 있다.

결국 제주시 구도심과 서귀포시 구도심은 이용할 수 있는 생활 필수인프라의 유무를 떠나 거주만족도가 낮은 곳이다. 심화된 교통난과 주차난은 가까운 거리에 생활 필수인프라가 있더라도 접근을 쉽지 않게 만든다. 이와 같은 생활인프라가 있더라도 노후화된 시설 등으로 이용 만족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이곳의 소멸을 막기 위해선 대대적인 처방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읍·면지역의 문제는 제주시 및 서귀포시 구도심과는 다소 다르다. 읍·면지역의 경우는 이용할 수 있는 생활 필수인프라 시설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애월읍의 경우는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하게 인구가 늘었지만 이 인구를 감당할 인프라가 부족했다. 애월읍은 제주시 동지역과 서부를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하면서 동시에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관광지로 부상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인구가 2만8985명에서 3만7697명으로 무려 30%가 늘었다. 도내 최대 증가율이다. 같은 기간 제주도 전체 인구가 18.1%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더욱 실감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급격한 인구 증가에 인프라가 따라 가질 못해 생활서비스 공급은 부족한 실정이다.

생활 필수인프라 중 교육시설(유치원)까지의 지역별 접근시간을 표시한 지도. 읍·면지역의 접근시간이 상당히 오래걸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생활 필수인프라 중 교육시설(유치원)까지의 지역별 접근시간을 표시한 지도. 읍·면지역의 접근시간이 상당히 오래걸리는 것을 알 수 있다.

표선면도 필수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제주연구원의 표선면에서의 각 시설 접근성을 분석한 결과 도보 기준 클린하우스까지는 19.46분이 걸렸고, 유치원 등의 교육시설까지는 45.37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도시공원까지는 101.45분, 어린이집까지는 66.72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왔다. 제주도내에서도 각 시설에 대한 접근 시간이 가장 올래 걸리는 수준이다. 

더군다나 표선면은 제주도내에서도 높은 수준의 고령인구 비중을 보인다. 지역내 고령인구는 3010명으로 지역내 인구 중 24%가 고령인구다. 동시에 가임 여성의 비중은 8%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지방소멸 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이처럼 제주도정이 중점 추진하는 15분 도시 제주의 구현을 위한 시범지구로 선정된 4곳은, 공통적으로 낮은 주거만족도가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요소들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소멸’를 걱정해야 하는 곳들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문제의 해결도 쉽지 않은 상태다. 장기간에 걸친 다양한 처방이 필요한 곳이다.

이 때문에 제주도는 이 4곳에서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도시계획 개념인 ‘15분 도시’의 실험을 펼쳐놓으려 한다. 이곳에서 펼쳐질 15분 도시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기사는 이어집니다.>

<이 기사는 제주도로부터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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