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아름다운 제주바다? 우리마을 바다는 썩고 있다"
"아름다운 제주바다? 우리마을 바다는 썩고 있다"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12.07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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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외항 2단계 개발사업, 이대로 괜찮나?] 끊이질 않는 지적
화북동 주민들 "어린시절 아름다운 바다 사라져 ... '심한 오염'"
빈약·쪼개기 환경영향평가도 지적 ... "주민 의견도 배제됐다"
제주외항 2단계 개발사업. /자료=제주특별자치도.
제주외항 2단계 개발사업. /자료=제주특별자치도.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7년 동안 표류하던 제주외항 2단계 개발사업의 절차가 추진 중에 있다. 제주외항의 화물 물동량 증가 및 선박 대형화에 따른 선석 포화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별도봉 앞바다까지 매립돼 있는 제주항 시설을 화북동의 잃어버린 마을인 곤을동 앞바다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매립되는 바다의 면적만 해도 축구장 6배에 달하는 4만1700㎡이고 준설량도 3만4600㎥에 달한다. 웬만한 작은 마을 크기의 콘크리트 땅이 바다에 들어서게 된다. 매립되는 땅의 상당한 면적이 야적장으로 활용될 예정이고, 도로와 완충녹지, 자전거도로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친수공간으로 해양공원이 조성된다. 아울러 해양공원과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을 이어주는 다리도 만들어진다. 이를 위해 지난 10월 제주도 경관위원회의 심의가 진행됐고, 조건부 의결이 이뤄졌다. 현재는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 공사를 바라보는 화북동 주민들의 눈에는 근심이 가득하다. 지난달 28일 제주시 화북동주민센터 2층 회의실에서 열린 ‘제주외항 2단계 개발사업 환경영형평가 초안 공청회’에 자리에서 사라지는 화북동 앞바다를 바라보는 화북동 주민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1999년 사라봉 앞바다와 별도봉 앞바다를 매립한 제주외항 1단계 개발사업으로 자신들의 바다를 잃어버린 주민들은 이제 곤을동 앞바다까지 콘크리트에 덮이는 걸 봐야하는 처지다.

“우리가 보통 바다에 가면 아름답다는 표현을 한다. 하지만 지금 공사를 시행하려고 하는 그 장소에 가보라. ‘바다가 아름답다’라거나 ‘바다 냄새가 참 좋다’라고 이야기할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1단계 개발사업 이전엔 바다가 아름답고 깨끗하다는 말을 하며 살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1단계 개발사업이 완료된 지금은 그 때와 천지차이다. 바다가 썩었다. 앞으로 (2단계 사업이 진행되면) 바다가 어떻게 될지 가늠도 할 수가 없다.”

화북동의 금산마을회 김행석 회장은 공청회 자리에서 이렇게 성토했다.

제주외항 2단계 개발사업 부지를 표시한 지도.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주외항 2단계 개발사업 부지를 표시한 지도.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또 다른 화북동 주민들 역시 제주외항 개발 사업으로 아름다운 바다를 잃어버렸다는 목소리를 냈다.

고재석 씨는 “별도봉 해안은 어렸을 때만 해도 백사장이 있었고, 자그마한 조약돌로 형성된 아름다운 해수욕장의 역할을 했었다. 이곳에 제주외항만 없었더라면 해안과 별도봉이 어우러지는 풍경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을 것이다”라며 “하지만 지금은 (제주외항 개발사업에 따른 앞바다 매립으로) 해류가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다보니 오염이 심각하게 진행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우려를 보였다.

아울러 주민들은 제주외항 개발사업으로 인한 앞바다의 오염과 관련해 구체적인 연구결과를 언급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2015년 부경대 환경공학과 교수진이 진행한 ‘제주외항 퇴적도 오염도 평가’를 보면 조사지점인 제주외항 내부 2곳이 ‘심한 오염’으로 분석됐다. 현재는 이보다 더 오염이 진행되었기에 제주외항 내부의 오염도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성토하고 있다.

우려점은 오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주외항 2단계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는 4만1700㎡를 매립하는 사업에 대해서만 이뤄진다. 하지만 앞으로의 매립은 이게 끝이 아니다. 이번 매립에 이어 더욱 넓은 면적의 항만시설과 해경부두 등이 구축될 예정이다. 화북동의 서쪽 앞바다는 모두 항만시설로 가득 차게 된다. 

하지만 향후 추가적으로 이뤄질 사업이 이번 사업구간에 어떤 환경적 영향을 미칠지는 이번 환경영향평가에서 고려되지 않는다. 이번 사업이 미치는 환경적 영향만 고려된다. 결국 이번 사업에서 고려해야 할 환경적 영향은 축소될 수 밖에 없다. 쪼개기 환경영향평가 질타가 나오는 이유다.

제주참여환경연대 홍영철 대표는 “앞으로 계속 개발계획을 추진해 나간다면 현재 개발계획을 기준으로 한 모델링 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해경부두까지 만들어지고 화북 앞바다를 모두 막아버렸을 때 나타나게 될 최악의 상황도 가정해서 모델링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 이게 무슨 환경영향평가라는 것인가? 어처구니가 없고, 주민들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처사다”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주민들 역시 이 부분을 문제 삼는다. “제주외항 개발사업은 지난 1999년부터 진행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사업 초기부터 해경부두 설치 등 외항 개발 계획의 밑그림이 그려졌는데, 왜 환경영향평가는 완성된 미래를 담지 않고, 그때그때  당면한 개발사업만 담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환경영향평가가 빈약하게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이 개발사업이 초기부터 지역주민들을 배제한 상태에서 해양수산부 및 제주도, 항만시설 이용자들의 입장에서만 추진됐다는 질타도 나오고 있다.

제주도내에서 이뤄지는 사업 중 장기간 이뤄지는 상당한 규모의 사업인데다 다양한 지적사항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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