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환대와 연대로 극복해야 할 위기 김중미의 『느티나무 수호대』 ②
환대와 연대로 극복해야 할 위기 김중미의 『느티나무 수호대』 ②
  • 정미주
  • 승인 2024.02.28 1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맛있는 도서관] <3>

이 글은 정미주 작가가 <소년문학>을 통해 평론가로 등단한 글이며, 50회 소년문학 신인문학상 작품입니다. 정미주 작가의 글감이 된 느티나무 수호대는 김중미 작가의 청소년소설로, 지난해 돌베개에서 펴냈습니다. [편집자주]

 

 

1. 들어가며
2.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끌어내는 문제 인식
3. 초월적인 존재를 내세운 전래동화의 원용
4. 생태계와 관계의 위기

5. 춤으로 보여주는 문화·인간·자연의 통합

6. 환대와 연대로 만들어 갈 ‘기억의 숲’

7. 맺으며

 

5. 춤으로 보여주는 문화‧인간‧자연의 통합

춤은 몸짓으로 모든 걸 드러내는 몸짓언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아이들은 느티나무 언덕과 대포읍을 지키기 위해서 댄스팀을 결성하고 춤을 춘다.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안무가인 에마뉘엘 사누는 실존 인물로 이주민의 인권과 평화를 위해 춤을 춘다.

각 나라의 언어와 문화는 다르다. 각기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이들이 모인 곳이 작품의 배경인 ‘대포읍’이다. 도훈이를 비롯한 니카, 금란, 요한, 민용은 ‘다문화’로 뭉뚱그려져서 불리길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로 분류되어 날 선 편견으로 인한 아픔을 겪었다.

아이들은 춤으로 자신의 아픔을 극복하고 존재감을 드러낸다. 자신들도 고유성을 가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레인보우 크루 2기 아이들과 에마뉘엘은 ‘만딩고’를 춘다. 아이들은 에마뉘엘과 함께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른다. 리듬을 맞추며 춤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이들의 몸짓은 땅, 물, 불, 나무 등 온 우주와 하나되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추는 춤은 만딩고예요. 만딩고는 땅, 물, 불, 나무 등 자연과 강하게 연결되어있는 춤이에요. 그래서 이 느티나무 안에서 더 단단히 이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제 몸의 에너지도 커지고 있어요. 저는 춤을 추기 위해 발을 구르고, 다시 일어나고, 뛰어오를 때 생명의 어머니인 땅과 교감하는 것을 느껴요. 오늘 우리의 몸짓은 나무와 하나가 될 거예요. 또 나무와 연결된 땅과 하늘까지 이어지는 에너지가 될 거예요.” (『느티나무 수호대』 219쪽)

아이들과 에마뉘엘은 춤을 추고, 빙 둘러 원을 만들고 눈을 맞추었다. 원은 계층의 구분이 사라진 화합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에마뉘엘은 “원 안에서는 위아래 구분이 없어요. 모두 동등하고, 모두 소중한 존재”라고 했다.

분석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은 “원은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포괄하면서 다각적이고 다면적인 마음의 전체성을 표현한다”고 했다.

인물들이 함께 춤을 추고 원을 이루는 공간은 느티나무의 줄기 안이다. 이는 자연과 인간의 통합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아이들과 에마뉘엘은 다양한 나라와 문화를 가진 이들로, 현실이라면 언어가 다른 이유로 소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느티나무 안에서는 언어의 장벽이 사라지기 때문에 소통이 가능했다. 작품에서 개별적인 고유성을 지닌 구성원들이 춤을 추고, 원을 만듦으로써 문화·인간·자연의 통합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6. 환대와 연대로 만들어 갈 ‘기억의 숲’

‘대포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느티나무와 얽힌 사연들이 다 있다’ 당산목 느티나무는 마을 사람들과 수백 년을 함께 동거동락해 왔다. 도훈이 아빠는 도훈이 엄마가 가출하자 절망에 빠져 느티나무에 극단적인 시도를 하려다 ‘느티샘’의 도움으로 마음을 다잡는다.

민용은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하교하다가 길을 잃었지만 느티샘 때문에 아빠와 만날 수 있었다. 엄마의 폭력과 방임으로 대포읍 외할머니를 찾아온 예은이는 느티샘의 환대 덕분에 용기가 났다고 했다. 느티샘과 예은이의 첫 만남에서, 느티샘의 따뜻한 환대가 독자들의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대포읍에서 보던 친구는 아닌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예은이는 조심스럽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다 듣고난 아주머니가 말했다.

“고맙고 대견하다. 견뎌 줘서. 예은이는 참 강한 아이구나. 반가워. 언제든지 와서 쉬다 가도 돼.”

고맙다, 대견하다, 반갑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들이었다. 예은이는 언제든지 와서 쉬다 가도 된다는 말에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느티나무 수호대』 76쪽)

예은이뿐만 아니라 대포읍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은 느티샘에게 환대받고 따뜻함을 느꼈던 경험들이 하나씩은 있다. 이렇듯 느티나무는 마을 사람들과 고통과 기쁨을 함께하고, 그들을 따뜻하게 환대해 줌으로써 위기를 이겨낼 ‘용기’를 주었다.

팬데믹으로 아이들은 집에서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한다. 그러자 느티샘은 아이들을 위해 아침을 준비하고 보호자를 자처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현실에서는 공동 돌봄을 하던 마을 역할이 사라진 지 오래다.

반면, 대포읍 아이들 돌봄은 느티샘 혼자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작품에서 느티샘이 돌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마을 사람들의 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래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기대거나 일방적으로 빼앗기보다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으며 살아왔다. 위기가 닥치면 나 외의 존재에게 더 집중하고 살핀다. 위기일수록 이웃과의 협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람들만큼 슬기롭고 이타적인 존재는 드물다. 내게는 그것만이 희망이다.(『느티나무 수호대』 180쪽)

느티샘의 나무줄기 안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공간이다. 이 공간에 있는 아이들은 자유롭고 평화로워 보인다. 이 공간에서는 언어가 달라도 누구나 소통할 수 있다. 느티나무 안으로 들어가면 숲이 울창하고 찔레꽃 향기가 나는 과거의 느티 언덕을 만날 수 있다. 그곳은 느티샘이 꿈꾸는 ‘기억의 숲’이자 함께 만들어갈 ‘미래의 숲’이다.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두의 연대가 절실하다. 대포읍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들은 도훈이를 비롯한 아이들 세대만이 아니다. 아이들은 느티샘의 돌봄을 통해 안온함을 느끼고 이를 지키고 싶어 한다. 아이들은 느티언덕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방식으로 유튜브를 이용한다.

그들의 댄스 대회 준비 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올려 사람들이 대포읍에 관심을 갖도록 노력한다. 또한, 마을 어른들도 느티나무를 지키기 위해 천연기념물로 등재하려는 노력을 한다. 느티샘의 엄마 나무가 느티샘에게 자신의 자리를 물려준 것처럼, 기성세대와 미래 세대의 연대를 통해 ‘도래한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7. 맺으며

이 작품을 통해 김중미 작가의 『괭이부리말 아이들』에서 시작된 문학의 파급력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김중미 작가는 꾸준히 많은 동화와 소설을 쓰면서 한결같이 우리 사회에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했다.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사회 문제를 꺼내왔다. 김중미 작가의 작품이 감동을 주는 까닭은 작가가 현실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진실을 과장 없이 ‘진심’으로 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학의 효용은 단순한 즐거움과 감동을 뛰어넘어 알지 못했던 세계의 인식을 통해 사고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간접 경험을 통한 성찰은 독자들에게 필요한 정신 활동이다. 관계가 단절되는 사회구조 안에서 『느티나무 원정대』 같은 문학 읽기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 중심 사상으로 인한 무분별한 자연 파괴는 현대의 생태계 위기와 인간관계의 단절을 야기했다. 이 작품은 외면하고 싶은 생태계 파괴, 다문화에 대한 편견, 관계의 단절이라는 우리 사회의 위기를 보여준다. 작가는 우리가 처한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환대와 연대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이 작품은 레인보우 크루가 댄스 대회에서 상을 받는 결말이 아닌, 연대의 과정에서 끝맺는다. 이것은 결국 독자들이 작품을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서 전하는 환대와 연대의 가치를 실천함으로써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주제를 드러낸다.

작품에서 제시하는 현대 사회의 문제를 이미 알고 있는 뻔한 문제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포읍의 어른들처럼 기성세대는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세상을 물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기성세대는 아이들이 보지 못했던 다양한 생명들이 어우러진 ‘기억의 숲’을 복원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현대에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의 숲’을 물려주어야 할 어른들도 읽어야 할 소설이다.  >>끝<<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