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생명 사라지는 제주바다 ... 어민들도 느끼는 '심각한 위기'
생명 사라지는 제주바다 ... 어민들도 느끼는 '심각한 위기'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4.03.26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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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환경운동연합, 어민면접조사 보고서 26일 발간
제주바다, 갯녹음 심화에 해조류 사라져 ... 오염도 심화
육상개발에 따른 오염원 배출 ... 해양쓰레기 문제도 심각
제주바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바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바다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갯녹음의 심화 등으로 인해 제주 바다 생태계를 수놓던 다양한 해양생물이 제주바다에서 사라져 가고 있으며, 동시에 해양오염은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생명이 사라지는 바다가 되고 있으며, 제주바다의 '지속가능성'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요원한 말이 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26일 '제주지역 어업활동 여건과 해양환경 변화에 대한 어민면접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제주바다가 처해 있는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갯녹음 현상과 해주료 생산량 급감, 파래류의 변성, 해양쓰레기 증가, 해수온도 상승 등의 지표 등이 제주바다의 현 상황을 보다 뚜렷하게 보여준다. 

◆사막화되는 제주바다, 생명이 사라진다

제주바다의 변화는 갯녹음 현상을 통해 분명하게 전달된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이 2년마다 수행하는 전국 연안 갯녹음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제주해안의 암반 164.02㎢ 중 39.53%인 64.84㎢에서 갯녹음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생 면적만 마라도 면적(0.3㎢)의 210배가 넘는다. 특히 전국 평균 33.5%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갯녹음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 해안.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갯녹음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 해안.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의 갯녹음 현상은 동지역 해안가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한국수산자원공단에 따르면 제주항과 서귀포항을 중심으로 한 도심지의 해안가 갯녹음 현상이 심화돼 있는 수준이고, 그 외에 북쪽으로는 애월읍과 조천읍 바다까지, 남쪽에선 남원읍과 안덕면 일부 해안에서 갯녹음이 진행되고 있다. 

갯녹음 현상 심화의 영향으로 제주바다의 해조류는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제주에서 주로 나오는 해조류인 우뭇가사리의 전국 생산량은 2011년 4830톤에서 2021년 350톤으로 89.8%가 줄었고, 같은 기간 모자반의 전국 생산량은 260톤에서 13톤으로 95%가 줄었다. 톳의 전국 생산량도 같은 기간 1518톤에서 29톤으로 98.1%가 감소했다. 사실상 해조류가 씨가 마른 면서 채취가 불가능한 수준에 육박했다. 

해양오염의 지표종이라고 할 수 있는 구멍갈파래의 경우는 2014년 1912톤이 수거됐던 것이 2022년 5409톤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해양쓰레기 수거량 역시 2017년 약 1만톤 가량이었던 것이 2021년에는 2만톤 이상 수거되며 2배 이상 늘었고, 2022년에도 1만7000톤이 수거되면서 크게 늘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수거되지 못한 쓰레기와 바다속에 가라앉은 쓰레기 등을 고려하면 해양쓰레가가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은 상당할 정도일 것으로 가늠된다. 

제주도내 부속도서인 차귀도 해안으로 밀려온 해양쓰레기들. /사진=미디어제주.
제주도내 부속도서인 차귀도 해안으로 밀려온 해양쓰레기들. /사진=미디어제주.

여기에 기후위기 속에서 해수온도까지 상승하면서 2021년에는 필리핀 해역 및 일본 오키나와 인근에서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참다랑어의 치어가 제주 인근 해역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외에 제주 연안의 천연기념물인 연산호 군락 역시 해수온도 상승에 따라 점차 제주에서의 서식지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그 자리를 아열대성 종인 돌산호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바다의 변화를 증언하다 ... 어민들도 입모아 "오염 심화"

제주바다에서 삶을 일구며 살아가는 어민들 역시 제주바다의 오염 심화를 체감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제주도내 주요 어촌계 어촌계장들과 만나 면담을 나눈 결과 각 어촌계에선 공통적으로 제주바다의 오염이 심화되고 있다는 말을 내놨다. 

대정읍 하모리어촌계와 서귀포시 법환동 어촌계에선 육상 오염원으로 인한 제주연안의 오염이 심화되고 있다는 언급을 내놨다.  

하모리 이효남 어촌계장은 제주환경운동연합과의 면담에서 "육지부에 아스팔트를 깔고 불투수층이 늘어나면서 빗물이 바다로 너무 많이 유입된다"며 "특히 해안 주변으로 밭이 많은데, 농약과 비료를 뿌리면 여과될 새도 없이 바다로 향한다. 연안 오염의 상당 부분은 육상에서의 개발과 연관 있따고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법환동 고승철 어촌계장도 "육상에서의 난개발로 인해 빗물이 한 군덷로 몰려서 바다로 유입된다. 이로 인해 바다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 도심 개발로 인해 빗물에 따른 해양오염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와 관련해 "주택가 및 도로 등에선 일반적으로 부유물질 등만이 아니라 박테리아 및 금속성 물질과 일부 유기 독성물질이 배출되고, 기름과 중금속, 각종 도시폐기물 등도 배출된다"며 "육상이 개발돼 불투수층이 증가하면 증가할수로 빗물이 하천을 통해 바다로 배출되면서 바다에 주는 영향도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외에 중문동어촌계와 비양도어촌계, 한수어촌계 등은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하수로 인해 바다 오염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특히 한수어촌계의 이익찬 어촌계장은 "판포 하수처리장의 영향때문인지 비양도에서도 하수 냄새가 나는데 행정당국은 모른척 한다. 그런데 비양도에서도 냄새가 날 정도면 피해가 적잖은 것이 아닌가 싶다"고 증언했다. 

양식장의 배출수 문제도 지적됐다. 양식장 배출수가 나오는 곳에선 사료 찌꺼기 등이 적게는 10cm에서 많게는 15cm까지 쌓여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금등리 해안에서 양식장 배출수가 바다로 뿜어지고 있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금등리 해안에서 양식장 배출수가 바다로 뿜어지고 있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이외에 모든 어촌계에서 해양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언급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어민들은 비닐봉지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어선이 바다에 나가면서 물고기를 유인하기 위한 미끼를 담은 비닐 포장지 등이 그대로 바다에 버려지면서 바다에 가라앉아 퇴적 쓰레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어민들은 이렇게 버려지는 비닐의 양이 "엄청나다"고 증언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번 보고서 발간과 관련해 "환경단체 차원에서 어민들과 깊은 대화를 통해 제주지역의 어업환경 변화와 어민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보고서를 낸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라며 "그만큼 이번 보고서가 어민과 바다가 공존하고, 나아가 어민사회가 건강하게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매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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