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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4관왕이라지만 “계속 빚을 갚고 있어요”
부산국제영화제 4관왕이라지만 “계속 빚을 갚고 있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2.11.2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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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독립영화의 현주소] <1>특별시사회로 마주한 영화 ‘지슬’

제주인의 아픔을 담은, 제주인이 만든 영화 지슬이 떴다. 오멸 감독의 이 작품은 2012 부산국제영화제에서 4관왕에 오르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제주지역이 이들 영상작품을 지원하고, 상영해주는 시스템은 미약하다. 제주영상 지원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보도한다. [편집자주]

 

영화 '지슬' 후원인을 위한 특별시사회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
지난 21일 오후 영화문화예술센터(옛 코리아극장)가 오랜만에 인파로 넘쳤다. 영화 지슬을 보러온 도민들로 상영관이 가득 찼다. ‘후원인을 위한 특별시사회라는 이름을 단 이날 행사는 영화 지슬에 대한 궁금증을 단박에 해소시키는 시간이기도 했다.

어렵게 개봉한 지슬2억여원의 예산을 들였다. 블록버스터를 추구하는 영화들이 수백억원을 쏘아 올려 영화를 개봉하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처럼 저예산에다 창작자의 의도가 무엇보다 우선되는 영화를 우리는 독립영화라고 부른다.

지슬은 예산이 없어 4.3 당시의 소개령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초가를 한 채도 태우지 못한다. 그 장면을 가득한 연기로 채워 당시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수고를 해야 했다.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다는 제작자의 얘기가 빈말은 아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영화는 구름이 자욱한 제주의 풍경에 이은 강력한 파도가 넘치는 제주바다로 이어진다. 영화는 전체가 흑백이다. 4.3을 그려냈지만 아픔만 있는 영화는 아니다. 제주어로 전해지는 해학이 넘치고, 흑백이라는 이미지는 강렬한 영상미로 다가온다.

시사회가 끝난 뒤 관객과의 대화를 나누는 오멸 감독.
로마인의 이야기를 번역한 김석희씨는 이날 시사회에 참석, ‘지슬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김석기씨는 지금까지 4.3을 그린 작품들은 비극에만 천착해왔다. 새로운 차원을 열지 못해왔다. 그러나 지슬은 새로운 세계를 열고 있구나 하는 점을 느꼈다. ‘지슬이 가진 이미지는 4.3문화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지슬은 국제적인 호평을 받는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시민평론가상, CGV무비꼴라주상, 한국영화감독조합상 감독상 등을 휩쓴다.

지슬은 이런 평가를 바탕으로, 4.3이라는 비극의 단초를 제공한 미국 무대에도 상영될 계획이다. 제주인에게는 아픔으로만 기억되는 4.3이 영상이라는 문화를 통해 국제적으로도 인지되는 길을 지슬이 여는 셈이다. 아울러 제주인이 만든 영상이 세계인들에게도 통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독립영화 제작자들은 빚을 내 영화 한 편을 만드는 실정이다. 그것도 만들 수 있을까라는 불안을 안고 시작한다.

오멸 감독이 영화를 만들 때의 어려운 상황에 떠올라 관객과의 대화 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오멸 감독은 이날 시사회가 끝난 뒤 가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너무 힘들었다. 다시 만들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을 정도였다. 그러면서 그는 많이 봐달라. 계속 빚을 갚고 있다. 티켓을 사고 봐주기만 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오멸 감독은 또 독립영화는 1만명의 관람객만 차도 성공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4.3 때 돌아가신 분의 숫자만큼 채우고 싶다. 우리들의 이야기이기에 그렇다. 우리가 꿈틀거리면 밖에서도 귀을 기울일 것이다고 덧붙였다.

영화 지슬은 제주인이면 누구나 봐야 하는 영화다. 그런데 제주에서 활동하는 독립영화인들과 그들이 만든 작품을 지원하는 시스템은 제대로 돼 있는가. 답은 그렇지 않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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