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슬’의 오멸 감독은 지난 21일 ‘후원인을 위한 특별시사회’에서 눈물을 훔쳤다. 그 눈물은 영화가 탄생하기까지의 힘든 여정과 영화 ‘지슬’이 지금의 위치에 오게 만들어준 이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런데 독립영화를 만드는 이들은 왜 이다지 힘들어야 할까. 기쁨의 환호에 앞서 영화를 찍을 때의 아픔이 되살아나 눈물짓게 하는가 말이다.
수백억원을 투입하는 상업영화는 ‘돈’을 내건다. 영화를 찍을 때도 돈이 우선이며, 영화를 찍은 후에도 돈을 바란다. 그래서 상업영화는 배급사를 동원해 상영관을 싹쓸이한다.
지난 9월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 김기덕 감독은 수상 기념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상영하는 극장이 많지 않다. 하루에 몇 회 정도 상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러면서 김기덕 감독은 “다른 영화는 천만 관객 기록을 세우기 위해 극장에서 나가지를 않는다. 그게 진짜 도둑들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김기덕 감독의 발언은 상업영화에 휘둘리는 작금의 대한민국 영화 주소를 보여준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도 ‘돈’이 되지 않는다면 그 영화를 보는 일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제주도의 상황은 어떤가. 작품성을 지닌 독립영화를 찍는 이들이 상영관을 찾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상영관을 잡더라도 그 영화를 보는 건 시간 및 경제적인 낭비를 감수해야 한다.
지난해 제주CGV에서 상영된 오멸 감독의 작품 ‘어이그 저 귓것’은 상영시간이 오전 8시 30분에 잡히는 바람에 관객의 수요를 맞추지 못했다.
그렇다면 제주에서는 작품성을 지닌 독립영화를 볼 수 없을까. 눈을 돌려보면 ‘없지 않다’는 답을 얻을 수 있다. 바로 옛 도심지에 서 있는 영화문화예술센터(옛 코리아극장)가 있다. 상영관으로서는 매주 좋은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영화를 안락하게 볼 수 있는 좌석이 잘 구비돼 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은 영화문화예술센터를 독립영화상영관을 겸한 제주도민들의 문화 쉼터로 만들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그런데 영화문화예술센터는 하드웨어는 잘 갖춰진 반면 소프트웨어는 부실하다. 이 곳에서는 현재 시스템으로는 질 좋은 영화를 절대 볼 수 없다. 최근 영화는 디지털로 촬영을 하는 고화질 시스템이다. 디지털 영화는 디지털 상영용 영화 파일인 DCP(Digital Cinema Package)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영화문화예술센터는 DCP를 구동할 프로그램이 없다.
21일 영화 ‘지슬’의 시사회 때 오멸 감독은 “디지털 상영을 해야 하는데 상영관이 없다. 때문에 서울에서 DCP를 구동할 장비를 임대해야 했다”고 말했다.
영화문화예술센터는 가정에서 볼 수 있는 DVD나 기존 필름이 아니면 ‘관람불가’가 된다. 아무리 잘 찍어도 이 곳에서는 틀 수가 없다. 제주도민들의 문화수준을 끌어올려 준다며 의욕적으로 만들어진 영화문화예술센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셈이다.
영화 ‘지슬’은 제주도의 이야기, 그 가운데서도 가장 아픈 기억인 4.3을 말하고 있기에 제주에서 첫 상영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내년 3월이나 4월이면 제주도민들이 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하지만 상영관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얘기했다. ‘어이그 저 귓것’처럼 오전 이른시간에 ‘지슬’을 상영한다면 제주도민들이 영화에 접근하는 건 어려워질 게 뻔하다.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영화문화예술센터다. 이 곳에 DCP를 구동할 장비를 갖춘다면 제주도민들이 마음 놓고 제주의 아픔을 얘기하며, ‘앞으로 4.3문화가 나갈 방향은 이런 것이구’나 느낄 수 있을테다.
영화문화예술센터가 제 역할을 하려면 앞서 지적했듯이 소프트웨어 확충이 절실하다. 아울러 독립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장소로서의 역할도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엔 유료 시스템도 함께 포함돼야 한다. ‘유료’는 오멸 감독처럼 눈물로 만든 영화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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