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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물질 쏟아내는 인조잔디를 학교에 깔아야 하나
유해물질 쏟아내는 인조잔디를 학교에 깔아야 하나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6.1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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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유해성 검사 결과 납 기준치 50배 초과한 학교도
그럼에도 도의원들 “인조잔디는 왜 제외시키느냐” 불만 가득
제주도교육청이 학교 운동장을 천연잔디와 마사토만으로 추진하라는 정책을 두고 제주도의회 의원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부모들은 자나 깨나 자식 걱정이다. 그런 걱정은 태아 때부터 시작된다. 젖먹이여서도, 아장아장 걸어 다닐 때도 그렇다. 그 뿐인가. 머리카락이 성성한 부모들은 다 커서 아빠·엄마가 된 자식에게 무슨 일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부모라면 다 그런 걱정을 달고 다닌다. 그렇지 않다면 ‘부모’라는 두 글자를 내려놓아야 응당하다.

17일 진행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교육위원회. ‘내가 만일 부모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까’라는 자문을 해볼만한 시간이었다. 바로 이날 뜨거운 논란이 된 인조잔디다. 의원들은 “인조단지는 빼고 왜 천연잔디와 마사토만 학교 운동장으로 결정하라고 하느냐”고 질타를 했다.

의원들의 말은 일리는 있어 보인다. 운동장을 3가지 중에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2가지 가운데 고르라고 했으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제주도교육청이 제대로 소통을 하지 못한 문제는 지적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 외에는 의원들의 주장처럼 인조잔디 구장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는 힘들다. 왜 그럴까. 인조잔디는 유해물질을 뱉어내고 있어서다.

기자는 수치로 된 학교 인조잔디 운동장 유해성 검사 결과를 오늘 처음 눈으로 들여다봤다.

검사 대상 학교는 66개 학교이다. 지난해 교육부가 전국의 학교 인조잔디 구장을 대상으로 FITI시험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제주도내 5개 학교에서 기준치를 초과했다. 또한 지난해 제주도교육청이 제주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한 결과에서도 3개 학교의 인조잔디가 유해물질 기준을 넘어섰다.

조사 결과 나온 유해물질로는 기억력과 정신기능장애를 일으키는 납이 있고, ‘이타이이타이병’으로 유명한 카드뮴, 감각이상을 일으키는 수은, 장기간 복용하면 사망에 이르게 하는 6가크롬, 신경계 장애를 유발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T-VOC), 적은 양으로도 암을 유발시키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등이다.

66개 학교 가운데 39개 학교에서 유해물질이 나왔다. 유해물질 기준치를 초과한 학교는 6곳이었다.

납 기준치는 90이다. A학교는 기준치의 50배가 넘는 4742이었다. B학교는 2222, C학교는 1147의 납 성분이 나왔다. D학교는 440, E학교는 150이었다. F학교는 PAHs(총량 10) 수치가 10.2였다.

이들 수치는 충격적이다. 그렇다면 기술이 발달하면 인조잔디의 질도 좋아질까. 최근에 인조잔디를 깐 학교의 운동장에서는 유해물질이 아예 나오지 않는다면 수긍할 수 있겠다. 하지만 조사 결과 2013년과 2014년에 인조잔디를 깐 5개 학교 모두에서 유해물질이 나왔다.

이쯤 되면 왜 인조잔디를 선택사항에서 빼느냐의 문제가 될 수 없다. 진정 자신들의 자녀가 걱정이라면 인조잔디가 괜찮은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자신들이 먹는 음식에서 유해물질이 나왔다면 기준치에 상관없이 떠들고 난리를 피우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인조잔디에서 유해물질이 나오는데도 괜찮다고 할 수 있을까. 소중하게 키운 내 자식이 중금속에 오염돼도 괜찮은지 묻고 싶다. 만일 당신이 부모라면 어떤 선택을 할건가.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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