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전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 열리던 때였다. 이때 제주에도 생태하천의 모습이 드러난다. 당시엔 특별자치도가 아니었고, 시군 통합이 이뤄지기 전이다. 제주시엔 산지천을, 서귀포시는 솜반내(선반내 혹은 솜반천으로도 부름)가 생태하천으로 떠오른다.
제주시 산지천은 복개된 곳을 제 위치로 돌려놓았다는 점에서 전국 각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였다. 산지천에 분수광장도 만들어지고, 물길을 따라 철새들도 날아들었다. 간혹 낚시를 하는 이색 풍경도 연출되기도 했다.
그에 비해 솜반내는 조명을 덜 받았다. 산지천이 인공미가 가미된 생태하천이라면, 솜반내는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되살렸기 때문일테다.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와 생활하수로 고통받던 솜반내는 들풀이 살아 움직이는 곳으로 살려냈다. 멸종됐던 참게도 돌아왔다.
지금까지는 10여년전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10년이 지난 뒤 산지천과 솜반내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인공미로 치장한 산지천은 ‘억지 미인’이 됐다. 물길은 막혀서 펌프로 물을 끌어올리는 것도 벅차, 이곳에 보를 설치해서 물을 가두는 장치를 하고 있다.
산지천은 그걸로 그치지 않는다. 산지천 주변에 있던 나무들은 뽑히는 신세가 됐다. 탐라문화광장을 조성한다며 커다란 나무들은 뽑혀나갔다.
최근엔 워터쇼를 보여준다면서 다시 나무들이 뽑혀나가고 있다. 산지천은 말만 생태하천일 뿐이다. 그래서 ‘억지 미인’이다.
솜반내는? 기자는 최근 솜반내를 찾았다. 10여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솜반내였다. 2002년 당시 솜반내를 사이에 두고 조성됐던 산책로는 현재 ‘100% 생태하천’의 위용을 그대로 보여준다. 조성될 때만하더라도 다소 황량했으나 지금은 멋진 나무들이 사람들을 반겨준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진짜 10년이 지나고 나니 한쪽은 ‘탈 생태하천’을 선언하고 있으며, 한쪽은 ‘진짜 생태하천’이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왜 그럴까. 똑같은 시기에 생태하천을 제시했는데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이유는? 답은 사고방식에 있다. 생태하천이라면 자연이 살아 숨쉬게 해야 하는데 한쪽은 그런 걸 지켰고, 산지천과 관련된 이들은 그걸 거부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연이고 싶기를 거부했기에 이처럼 다른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산지천은 늘 공사중이다. 뜯고 치장하길 매번 반복한다. 억지로 미인이 되려는 ‘성형 미인’에 찬사를 보낼 이들이 있긴 할까. 행정을 한다는 이들은 뜯어고치는 쇼는 그만하고, 생태하천의 개념을 다시 이해하길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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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손과 미래를 생각치 않는 몰염치인가
아님 생태를 모르고 무식해서 북어국 끓일려고
명태를 두들기는 공사를 하고 있는건가
제발 정신 차려. 주세요 공무원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