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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역사 '킬링필드'에서 봉행된
4.3후손들의 평화와 인권 '기원제'
참혹한 역사 '킬링필드'에서 봉행된
4.3후손들의 평화와 인권 '기원제'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7.07.18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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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다크 투어리즘'모색 현지답사

세계자연유산인 앙코르와트로 동남아의 관광신흥국가로 떠오르고 있는 캄보디아. 2000년 이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캄보디아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많이 찾는 관광대상 국가 중 하나다.  관광객들은 앙코르와트의 그 화려함과 웅장함에 절로 감탄을 금치 못한다.

한국인 관광객만 연간 22만명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앙코르와트를 찾는 전체관광객은 250만명 정도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가 있어 더욱 유명한 캄보디아는 최근 우리나라 관광객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관광신흥국가로 떠오르고 있는 캄보디아의 관광산업 이면에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 적지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시엠리아프가 앙코르와트라는 세계자연유산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유도하고 있다고 한다면, 수도인 프놈펜은 '세계사의 비극'을 테마로 한 다크 투어리즘이 그 모티브가 되고 있다.

100여년간 프랑스의 식민 통치를 받은 후 1975년 크메르루주 공산정권의 잔혹한 집단학살 만행이 벌어진 이곳 프놈펜은 영화‘킬링필드’로도 유명하다.

캄보디어 폴 포트 등이 이끈 크메르루주 정권이 캄보디아에서 권력을 잡은 기간은 1975년에서 1979년까지 3년8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이 기간동안 학살당한 캄보디아 국민은 2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것 역시 추산일 뿐이다. 정확한 숫자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한다. 다만 현재 집단학살이 이뤄진 후 암매장했던 웅덩이가 1만여 곳이 발견된 점을 토대로 해 한 웅덩이에 평균 250명으로 잡고 이를 근거로 해 250만명 정도가 학살되었을 것으로 추정만 하고 있을 뿐이다.

당시 크메르루주 군은 캄보디아의 중산층은 모조리 처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외국어를 구사하는 사람, 공무원, 교수, 의사, 약사 등 전문직 종사자와 중류층 이상의 사람들은 무조건 처형 대상이었다.

자본주의나 외세에 연계된 사람들은가차 없이 처형됐다.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는 폐지됐고 수도 프놈펜의 시민 중 300만명은 농촌으로 강제 이주돼 집단 농장이 곳곳에 세워졌다.

당시 집단처형이 이뤄질 즈음, 프놈펜의 중심가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는 잔인한 고문이 이뤄지던 장소로 쓰이고 있었다. 그곳이 바로 지금의 툴슬랭 고문박물관이다. 이곳에는 급조해 만든 수많은 감옥들, 그리고 고문실, 고문도구, 처형대상의 시민들의 마지막 촬영사진 등이 그대로 전시돼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15km 떨어진 '킬링필드'에는 위령탑과 더불어 수많은 암매장 웅덩이들이 그대로 존치돼 있다. 아직도 시신발굴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듯, 이곳에는 추가로 발굴되는 뼈조각들이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었다.

바로, 이곳에서 7월16일 의미있는 제(祭)가 봉행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한기환)이 킬링필드 위령제 앞에서 '집단학살 청산 및 인류평화 기원제'를 올린 것이다.

이날 기원제에는 한기환 위원장을 비롯해 문대림 의원, 강원철 의원, 구성지 의원, 양승문 의원, 오영훈 의원 등 6명의 의원과 의회 사무처 직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제를 올리는 동안, 킬링필드의 관계자들과 이곳을 찾은 외국인 답사자들도 걸음을 멈추고 제를 지켜봤다.

기원제는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분향과 묵념, 제문낭독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외세 침탈과 오랜 내전의 고통을 간직하고 있는 캄보디아 킬링필드 현장에서 삼가 제를 올립니다. 외세 침탈과 오랜 내전의 고통을 간직하고 있는 머나먼 이국땅 캄보디아 킬링필드 현장에서 삼가 제를 올립니다.
저희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다름이 아닙니다. 쉰아홉 해 전에 4.3사건이라는 소름끼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숨져간 억울한 영혼들의 후손이기도 하거니와, 몸소 체험했던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무릇 모든 생명은 소중한 것입니다. 피와 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서로이지만 이 지구상 어디에서건 죽고 죽이는 참혹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염원하는 심정은 하나일 것입니다.
이 땅에 어디에선가는 아직도 평화를 파괴하는 포성이 멈추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인종과 종교, 지역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빚어지는 학살과 파괴라는 인류의 비극이 하루속히 청산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집단학살 과정에서 숨져간 인류의 모든 영령들이시어!
이제 안식과 평안의 향불 피워 올리오니 부디 저희들이 바라는 '세계평화의 섬 제주'의 기운이 인류만방에 퍼져나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제문)

제를 마치고 킬링필드 곳곳을 돌아본 참가자들은 당시의 참혹함에 말문을 열지 못했다. 가는 곳마다 몸서리치는 잔혹한 학살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툴슬랭 고문박물관과 킬링필드는 현지인 보다는 외국인관광객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답사를 마친 후, 한기환 행정자치위원장은 "세계자연유산인 앙코르와트와, 아픈 역사인 '킬링필드'를 매개로 해 관광산업과 연계시키고 있는 캄보디아의 사례는 마찬가지로 세계자연유산 등재와 함께 4.3의 역사를 갖고 있는 제주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며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체험하고 유적현장 등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다크 투어리즘'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의미있는 답사였다"고 말했다.

문대림 의원과 오영훈 의원은 "킬링필드 위령지 복원사업이 일본이었다는 점에 놀랐다"며 "다크투어리즘에 한발 앞서 다가서는 모습을 보면서, 제주의 경우에도 평화와 인권을 매개로 한 다크 투어리즘에 대해 보다 심도있는 검토와 논의가 이뤄져야 할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양승문 의원과 구성지 의원도 "분단과 전쟁, 민간인 학살 등 제주와 유사한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이곳 현장을 둘러봄으로써 제주4.3 평화공원과 사료관 등을 어떤 방향으로 조성하고 운영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강원철 의원도 "3년전 답사했을 때보다는 킬링필드 현장이 훨씬 깔끔하게 단장되고 보존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며 "현장 하나하나 어느 곳을 가더라도 당시 상황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역사적 교훈을 던져주고 있는 이곳의 다크투어리즘은 앞으로 제주에 있어서도 정책적 논의를 보다 확장해 나갈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크투어리즘'의 가능성 모색차원에서 이뤄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의 이번 답사는 이곳 캄보디아와 함께 베트남 호치민시의 구찌터널(베트남전쟁 유적지) 등도 함께 돌아보는 순으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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