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물안경에서 시작된 실천, 어떻게 제주바다 구하나
잃어버린 물안경에서 시작된 실천, 어떻게 제주바다 구하나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2.06.23 09: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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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 안녕한가요?] ③ 환경단체 '디프다제주' 변수빈 대표
2018년 3명이 쓰레기 줍기 시작 ... 2021년 779명으로 늘어
쓰레기 줍기 이외에도 강연 및 데이터베이스 작업 등도

제주바다는 안녕할까? 물음에 대한 답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늘어나는 해양쓰레기에 해양동물들은 죽음의 위협을 받고 있고 각종 레저활동에 고통을 받는 동물들도 늘어난다. 가속화되는 오염에 연안생태계 역시 악영향을 받고 있다. 제주바다를 뛰노는 남방큰돌고래들의 삶도 위험에 처해 있다는 지적과 증거들이 꾸준히 이어진다. 아름다운 풍경으로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제주바다이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년에 걸쳐 쌓인 상처들이 보인다. 이 상처들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더 많은 이들이 제주바다의 상처를 치유해주길 바라본다.<편집자주>

제주에서 환경정화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는 '디프다제주'의 변수빈 대표가 제주도내 한 포구에서 바다 위에 떠 있는 쓰레기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디프다제주
제주에서 환경정화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는 '디프다제주'의 변수빈 대표가 제주도내 한 포구에서 바다 위에 떠 있는 쓰레기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디프다제주

그녀는 바다를 사랑했다. 바다에 들어가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고 바다에 몸을 맡기는 것에 조금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 바다는 그녀에게 안정을 주는 장소였고 휴식공간이었으며 즐거움을 쌓아가는 곳이었다. 바다는 친구였다. 방학이 찾아오면 이모가 살고 있던 제주를 찾아 바다 속에 머물렀다.

2009년에는 가족 모두가 제주로 이주를 했다. 그녀가 20살이 되던 해였다. 삶의 터가 바뀌었음에도 여름마다 놀던 바다가 지척에 있어서, 변화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바다가 있어서, 삶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랜 시간 바다로부터 받은 게 많았던 그녀는 이제 누구보다 먼저 나서 바다를 위한 행동을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다. 친구와도 같은 공간을 지키고 있다. 제주의 바다에서 환경정화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는 ‘디프다제주’의 대표 변수빈(33) 씨의 이야기다.

그녀의 삶에서 중요한 변화는 2018년 여름에 일어났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을법한 작은 일이 그녀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고, 그것이 변화로 이어졌다. 그 해 여름, 그녀는 친구와 함께 여느 때처럼 바다로 나갔다. 바닷속으로 들어가 바다가 주는 즐거움을 한껏 누렸다. 그 후 다시 물 밖으로 나왔을 때 함께 갔던 친구가 말했다. “물안경을 잃어버렸어.”

그녀는 이틀 후, 친구와 같이 수영을 즐겼던 장소로 돌아가 물안경을 찾아냈다. 불과 이틀이 지났을 뿐이었지만, 물안경은 생각보다 많이 변해있었다.

“제가 그것을 이틀만에 다시 찾았는데, 물안경은 더 이상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어요. 놀랐던 부분은 그 물안경에서 물고기들이 쪼아 먹은 흔적들이 발견됐죠. 물고기들의 이빨자국들이 보였어요. 이 물안경처럼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것들을 물고기들이 먹고, 그 물고기들이 다시 우리들에게로 돌아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쓰레기들을 더 이상 바다에 두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해 말부터 그녀는 2명의 친구들과 함께 바다에서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바다에 자주 갔었으니까, 그 때부터 바다에 갈 때마다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네요. 그게 활동의 시작이었죠.”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바다에 가면 늘 쓰레기가 있었다. 그것들을 하나 둘 씩 줍기 시작했다. 그 행동이 그 후 4년 동안 지속됐다.

그 4년 동안, 그녀는 바다에서 생업을 일궈나가는 사람들 못지 않게 많은 시간을 바다에서 보냈다. 때로는 사람들과 함께, 때로는 혼자 바다로 나가 쓰레기를 주었다. 많을 때에는 일주일에 5번을 바다로 나가 쓰레기를 주웠다. 그렇게 나가다보니 어느 순간 바다로 나가는 그녀의 모습은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에는 세어본 것만 165차례, 올해는 상반기에만 82차례를 바다로 나갔다. 이틀에 한 번꼴이다.

'디프다제주'에서 주최한 해안가 쓰레기줍기에 참여한 이들이 주어온 쓰레기들을 분류하고 있다. /사진=디프다제주
'디프다제주'에서 주최한 해안가 쓰레기줍기에 참여한 이들이 주어온 쓰레기들을 분류하고 있다. /사진=디프다제주

누군가 매일 운동을 나가는 것처럼, 그녀는 출근 전에 바다로 나아가 쓰레기를 주웠고, 퇴근 후에 바다로 나아가 쓰레기를 주웠다. 미대를 졸업해 미술관 큐레이터로 일했던 그녀는 올해부터는 직장도 그만두고, 바다로 나아가고 있다.

하루는 친구들과 비양도로 놀러갔다. 놀러간 장소였지만,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쓰레기로 가득 찬 해안가 뿐이었다. 제주 본섬의 해안가에도 쓰레기는 꽤 많지만 본섬에서는 다양한 단체에서 나서 해안 정화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반면 부속도서는 접근성의 문제로 그런 정화활동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밖에 없었다. 줍는 사람이 적다보니, 쓰레기가 쌓여가며 방치될 수 밖에 없었다.

친구들과의 시간을 보내고 본섬으로 돌아온 그녀는 곧바로 다시 비양도로 향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사람들을 모아 4시간 가량을 비양도에 머물면서 쓰레기를 주웠다. 그날 하루에만 마대 70자루를 가득 채우는 쓰레기를 해안가에서 수거했다.

비양도뿐만이 아니다. 제주 곳곳에서 그녀를 주축으로 모인 사람들이 해안 정화활동을 이어나갔다. 2018년의 물안경에서 시작된 그녀를 포함한 3명은, 4년 사이에 수십명, 수백명의 인원으로 늘어나 있었다. 지낸해에는 779명이 그녀와 함께 바다에서 64톤의 쓰레기를 주웠다. 그 수많은 사람들은 그녀와 함께 쓰레기를 줍고 난 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자신만의 쓰레기 줍기 활동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그녀의 활동도 제주를 넘어 서해안의 부속도서로, 남해안의 부속도서로 뻗어 나가고 있다.

'디프다제주'에서 주최한 제주 해안가 쓰레기줍기에 참여한 이들. /사진=디프다제주.
'디프다제주'에서 주최한 제주 해안가 쓰레기줍기에 참여한 이들. /사진=디프다제주.

그녀는 바다에 대한 사랑이, 그로부터 파생된 실천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고 지켜나가는지 보여주고 있다. 제주의 바다는 안녕하지 못하다. 해안가만이 아니다. 수시로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그녀는 그 안에서 온갖 쓰레기를 본다. 해안가에서 보는 쓰레기들보다 더욱 많은 쓰레기들을 바닷속에서 마주한다. 온갖 플라스틱 조각들과 패트병들, 폐타이어 등 육지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쓰레기를 바닷속에서 고스란히 마주한다.

그녀는 4년 전의 물안경을 떠올린다. 불과 이틀 동안 바닷속에 머물렀던 물안경도 많은 물고기들이 쪼아 먹고 바다를 오염시켰다. 바닷속에서 수거되지 못하고 방치돼 있는 많은 종류의 쓰레기들이 바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뻔했다. 쓰레기는 바다에서 살아가는 생명을 죽여나가고, 생명이 사라진 공간에선 다른 생명들도 살아가지 못할 것이었다. 여기에 기후변화도 더해진다. 바다는 그렇게 황폐화된다.

“해녀분들의 말을 들어봐도, 예전의 바다는 말그대로 숲이었어요. 온갖 해초들을 손으로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 소라와 전복 등을 채취했었다고 들었죠. 하지만 지금은 바다가 옛날과 너무 많이 달라져서, 더 이상 바다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분들도 꽤 많아요. 제가 들어가서 보는 바다도 돌과 물 밖에 없는 황무지로 변해가고 있죠.”

그녀는 그 현실을 그냥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실에 체념하지 않았고 자신이 마주했던 황폐함을 바꾸기 위해 힘껏 싸우고 있다.

그녀가 퍼뜨린 영향은 다른 이들에게 스며들고 있다. 그녀에게서 시작된 영향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변화를 가져왔고, 그 수많은 사람들 역시 주변을 변화시켜 나간다. 그 변화가 그녀에게 더욱 열심히 움직일 수 있는 동기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디프다제주'의 변수빈 대표가 제주 바닷속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다. /사진=디프다제주.
'디프다제주'의 변수빈 대표가 제주 바닷속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다. /사진=디프다제주.

지금은 쓰레기를 줍는 것에서 넘어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에도 나서고 있다. 도내 곳곳의 학교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자신의 활동과, 제주 바다의 현재 모습을 알려주고 있다.

자신들의 활동을 데이터로 정리하는 부분에도 힘을 쓰고 있다. “대학의 교수님들이나 연구원분들과 함께 해양 쓰레기 데이터작업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 10년 정도는 계속 데이터를 쌓아갈 생각인데요. 특히 공공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들을 더욱 체계적으로 데이터화해서 이를 통해 해양쓰레기의 현황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아직까지도 해양쓰레기의 실태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고요. 그런 부분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방향을 찾고 있어요.”

그녀는 그렇게 제주의 바다를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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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왜 2022-06-24 11:24:41
이사람들 진짜 대단한 사람들임.엉뚱한 지원금 사냥꾼들한테 돈 낭비하지 말고 이런 사람들 지원좀 해주자